매년 휴가철이 되면 여행지에 대한 고민은 다시 찾아온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가까운 일본이란 여행 선택지가 최근 한일관계 악화로 기피 대상으로 전락한 올해는 더욱 그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매경럭스멘은 각국 정부 추천 여행지를 소개한다. 이들 여행지는 대체로 그 나라에서 꽤 괜찮은 혹은 숨은 명소들이 많다. 잘 눈여겨보면 이색여행도 가능하다.
▶알프스에서 바비큐 파티를 연다
스위스의 알프스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세계적 관광지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알프스를 경험하기 위해 스위스로 몰려든다. 스위스 정부의 최대 고민은 알프스를 보호하면서도 이 관광 수요를 최대한 문제없이 소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종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으며 금지하는 것도 많다.
그런데 알프스에서 취사를 할 수 있고,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스위스 관광청은 “물론 가능하고, 이는 지역 주민들만 아는 특급(?) 정보”라면서 “자연을 보고 느끼는 관광도 좋지만 현지에서만 가능한 체험을 해보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여행 경험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스위스의 바비큐 파티는 아무 곳에서나 가능한 것은 아니고 정부가 허락한 장소들만 가능하다. 비밀스런 스위스만의 스폿인 셈이다.
스위스 관광청에 따르면 리기산, 체르마트, 위에틀리베르그, 엥겔베르그, 루체른 등의 지역에서 바비큐 파티 등 취사가 가능하다.
스위스 리기산에서 바비큐를 준비하는 모습
특히 이중에서도 리기산의 바비큐 파티가 특히 좋다고 관광청은 소개했다. 스위스 관광청은 “스위스 여행 중 피크닉을 통한 진정한 소확행을 맛보고 싶으면 이곳을 방문하라”고 했다. 바비큐 장이 리기산 곳곳에 마련돼 있는 편리함도 있지만, 일부 바비큐장에서 보는 루체른 호수와 알프스 봉우리는 그야말로 장관이라는 것이다. 바비큐장 이용은 무료다. 먹을 것만 준비해 가면 진정 소확행을 누릴 수 있다.
체르마트 지역에서는 도센 빙하정원, 슈바이그마텐 바비큐장, 라이제 호숫가 등에서 취사가 허용돼 있다. 이곳 관련 시설들은 연중 개방돼 있다. 역시 무료다.
취리히 인근에 있는 위에틀리베르그도 취사 시설이 잘 돼 있다. 취리히에 있는 해발고도 871m의 낮은 산으로, 힘들지 않은 하이킹 코스로 시민들에게 인기다. 하이킹로를 따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과 바비큐가 가능한 그릴이 마련돼 있다. 루체른 근교의 티틀리스 산 중간에 있는 트립제 호수 인근 등도 지역민들만 아는 바비큐 명소로 꼽힌다.
숨마뢰이 전경
▶시간이 사라진 노르웨이 숨마뢰이
노르웨이 관광청은 자국 북부에 있는 섬 숨마뢰이(Sommarøy)를 소개했다.
숨마뢰이는 시간이 사라진 곳이다. 최근 지역 주민들이 타임프리존으로 지역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르웨이 북부 지역은 백야철이 되면 해가 70일 가까이 지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섬을 아예 시간을 없앤 공식적 타임프리존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굳이 정부 차원의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오래 전부터 이곳에선 백야 시즌 동안 시간을 잊고 살았다. 타임프리 생활은 숨마뢰이 섬의 생활방식인 셈이다. 섬의 가장 큰 산업인 낚시는 백야 시즌 동안 24시간 바다에서 이뤄진다. 섬 내 다리에는 시계가 채워져 있는데, 시간을 잊고 살자는 상징적 의미다. 숨마뢰이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트롬쇠까지 비행기로 2시간을 이동한 뒤 다시 차로 1시간 거리를 달리면 만날 수 있다. 862도로와 858도로 두 가지 루트를 이용해 크발뢰위아 섬의 해안가를 따라 이동할 수 있다.
터키 욀루데니즈 해변가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찾았던 터키 욀루데니즈
터키 문화관광부는 지중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욀루데니즈(Oludeniz)와 마르마리스(Marmaris)를 추천한다. 욀루데니즈는 ‘세상에서 가장 파란 바다’로 불리는 지중해 휴양지로,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머드배스와 함께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욀루데니즈의 해안은 파도가 거의 없어 아이들과 함께 안전한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그림 같이 아름다운 해변을 만끽할 수 있는 서핑부터 수상 스키,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도 준비되어 있다. 마르마리스는 최근 한국인들에게도 주목 받는 여행지로, 해변을 따라 고급 리조트와 요트들이 즐비하다. ‘클레오파트라의 섬’으로 더 잘 알려진 세디르 섬(Sedir Island)은 안토니우스와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밀회를 즐겼던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그들만의 비밀 장소를 만들기 위해 사하라 사막의 모래를 섬으로 가져왔다고 전해질 만큼 세디르 섬 해변의 고운 모래는 눈부시게 빛난다. 끝없이 펼쳐지는 해변과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아름다운 해변은 바라만 보아도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른들은 스파를 받거나 여유로운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레이크랜드를 누비는 크루즈선
▶호수의 나라 핀란드
호수의 나라 핀란드에서 여름 휴가지로 널리 알려진 곳은 레이크랜드다. 헬싱키 북동쪽에 있는 레이크랜드는 수천 개의 호수, 섬과 물길로 이루어진 지역에 20만 개에 달하는 여름 오두막이 구석구석 들어서 있다. 여기서 핀란드 사람들은 여름휴가 내내 수영과 카누를 즐기고, 숲속에서 천연 베리와 버섯을 채취한다.
핀란드 관광청은 자국에서 가장 큰 호수 사이마(Saimaa) 호수를 중심으로 레이크랜드를 여행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사이마 호수의 숙소인 호텔 앤 스파 리조트 야르비쉬단(Hotel & Spa Resort Jarvisydan)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인공 수영장이 아닌 자연 속 호수에서 즐기는 수영부터 로맨틱한 백야의 모닥불 파티 그리고 보트 낚시까지 핀란드의 모든 여름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레이크랜드 내 숙소
이 리조트는 자연석으로 지어졌으며 장작을 사용하는 벽난로가 특징이다. 특히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보트를 이용하면 20분 후 린난사리 국립공원(Linnansaari National Park)에 도착한다. 불을 피워 소시지를 굽고, 온갖 종류의 베리와 버섯을 채취할 수 있다. 운이 좋은 여행객이라면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멸종 위기종 사이마 고리무늬 물범도 볼 수 있다.
굳이 이곳을 이용하지 않아도 크루즈를 이용하면 레이크랜드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또 자전거로 레이크랜드를 경험하는 방법이 있다. 이위베스야르비 호수(Lake Jyvasjarvi)에 자전거로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자전거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버즈 칼리파 전경
▶두바이 하면 버즈 칼리파
두바이를 여행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버즈 칼리파(Burj Khalifa)를 빼놓을 수 없다. 두바이 관광청 역시 이곳을 자국 대표 관광 명소로 소개했다. 버즈 칼리파는 828m 높이로 다운타운 두바이에 위치해 있다. 버즈 칼리파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는 눈부신 도시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추천하며, 124층과 125층에 위치한 앳 더 톱(At the Top)과 148층에 위치한 앳 더 톱 스카이(At the Top Sky)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액자 모양의 전망대인 두바이 프레임도 빼놓을 수 없다. 독특한 외관으로 화제가 된 두바이 프레임은 건물 48층 높이의 통유리로 된 전망대다. 작년 1월 자빌 파크에 새롭게 오픈한 두바이 프레임은 두바이의 전망을 360도 뷰로 감상할 수 있는 두바이의 명물로 손꼽힌다. 황금빛으로 꾸며진 아랍 전통 문양의 외관과 전망대의 유리 바닥이 특히 인상적이다. 특히 전망대 한가운데 위치한 유리 바닥 위를 걷다 보면 불투명했던 유리가 투명하게 변한다. 순식간에 발밑에 150m 아래의 지상이 나타나 마치 하늘 위에 떠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전통시장 수크 마디낫 주메이라
이색적인 기념품을 찾을 수 있는 수크 마디낫 주메이라도 두바이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마디낫 주메이라 리조트 단지 내 위치한 실내 전통시장으로 여행객들은 리조트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을 따로 이용하지 않아도 구경할 수 있다.
‘화이트 템플’ 왓 렁 쿤 전경
▶동남아서 즐기는 자연 힐링, 태국 치앙라이
대표 동남아 관광지인 태국에서 최근 뜨는 관광 형태가 힐링이다. 태국하면 에메랄드 빛 바다를 가진 휴양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북부 지방으로 가면 온화한 기후에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가진 힐링을 위한 공간들이 많이 있다. 그중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치앙라이다. 이곳은 치앙마이와 더불어 태국 북부의 대표적인 도시로 고대 란나 왕국의 중심 도시였다. 그래서 역사적 볼거리가 많다. 사원 전체가 흰색으로 지어져 화이트 템플이라고 불리는 왓 렁 쿤 사원 외관이 푸른색인 왓 렁 쓰아 뗀 등이 대표적이다. 치앙라이에서는 미얀마 국경인 매싸이, 골든 트라이앵글이 있는 치앙쌘, 라오스 국경을 접하고 있는 치앙콩 등도 치앙라이에서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다. 개별적으로 다녀와도 되지만 다양한 여행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교통 및 숙식 등 여러모로 편리하다. 고산족 트레킹도 해볼 만하다. 고산족 마을에는 롱넥 카렌족을 비롯해 아카, 야오, 라후, 빠롱, 카야우 등의 고산족이 모여 산다. 치앙라이 북쪽 해발 1200m 높이 산에 자리 잡은 추이퐁 차밭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유콘 준주 오로라
▶오로라와 원시 야생을 동시에 경험하다, 캐나다 유콘 준주
캐나다 관광청은 유콘 준주 여행을 추천했다. 유콘은 여름 오로라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여기에 원시 야생의 경험을 더하면 “정말로 잊을 수 없는 인생 여행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밤에는 오로라를 구경하고 백야로 인한 긴 낮 시간 동안에는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자연을 경험하다 보면 문명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말 그대로의 원시 야생 상태로 돌아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콘 준주의 백야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진행되는데 어두운 시간이 하루에 대략 3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이곳은 캐나다 북서부 쪽, 그리고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인구 약 3만4000명 정도 규모의 지역인데, 지역의 울창한 숲속에 25만 마리나 되는 거대 포유동물들을 품고 있다. 그만큼 야생동물을 자주 만나게 된다는 뜻이다. 유콘 화이트호스 북서쪽에 80만 평이 넘는 자연 서식지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카누를 타고 장장 18일간 카누 패들링 여행을 떠나는 독특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유콘 준주의 주도인 화이트호스에서 시작해서 유콘 강을 따라 과거 골드러시의 본고장인 도슨시티까지 올라가는 여정이다. 오로라는 8월 말~9월 중순까지 볼 수 있다.
페루 파카야 사미리아 국립 생태 공원 내 친환경 숙소
▶뻔한 여행은 가라,
페루 파카야 사미리아 국립 생태 공원
뻔한 여행이 싫다면 페루의 아마존 여행을 눈여겨보자. 페루관광청은 “아마존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며 파카야 사미리아 국립 생태 공원을 소개한다. 파카야 사미리아 국립공원은 60% 이상이 열대 우림인 이키토스에 위치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아마존 보호 지역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빛깔의 경관에 감탄하고, 큰 부리 새, 핑크 돌고래, 피라냐 등 아마존에만 서식하는 이국적인 야생 동물을 만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페루 관광청은 “국립공원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정글 내 롯지에서 지내는 것”이라면서 “방문객들은 아마존 열대 우림 산책, 조류 관찰, 피라냐 낚시 등 아마존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모험을 경험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공원 내에는 친환경 호텔 등 다양한 숙소가 있으니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크루즈 여행을 통한 럭셔리 아마존 여행도 있다. 아마존 강 위에서의 피크닉, 핑크 돌고래와 함께하는 수영 등 다양한 체험들을 할 수 있다.
크루즈 아마존 여행
▶가족과 함께라면,
오스트리아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
오스트리아 관광청이 추천하는 곳은 잘츠부르크 주 호에 있는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이다. 가족 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곳이란 것이 관광청의 설명이다.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에 위치한 크림믈 폭포 전경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은 알프스 본연의 자연과 문화 경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럽의 아름다운 국립공원 중 하나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악지대로, 만년설이 녹은 냇물이 흐른다. 이런 자연 환경 속에 오스트리아 전체 식물 종류 중 3분의 1 이상이 분포되어 있어 생생한 자연 환경 교육현장으로 적합하다. 국립공원 안에는 중부 유럽에서 가장 높은 크림믈 폭포가 있다. 이 폭포 속의 미세한 물 입자가 폐를 치료하는 데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여행지이다. 해발 3029m의 키츠슈타인호른 산에 위치한 지펠 레스토랑은 전 창이 통 유리창으로 파노라마로 펼쳐진 키츠슈타인호른 산의 전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문수인 기자 사진 터키 문화관광부, 스위스·캐나다·노르웨이·핀란드·오스트리아·두바이·태국·페루 관광청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