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콘텐츠 스트리밍 전성시대다. 음악 및 영상콘텐츠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규모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장규모는 최근 5년간 연평균 50% 이상 성장했다. 국내 역시 2015년 디지털 음악 매출이 오프라인 음반 판매 매출을 추월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필두로 TV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인 OTT(Over The Top) 시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콘텐츠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으로 1인 방송을 진행하는 일명 크리에이터들의 몸값은 날로 상승하고 있다. 그러자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1인 창작자들을 지원, 관리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MCN(Multi-Channel Network)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애플·아마존·넷플릭스
ICT 공룡들의 스트리밍 大戰
전 세계 시장가치 상위 ICT기업들이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ICT기업의 수는 2012년 4개에서 2017년 7개로 증가했다. 그 중 구글(유튜브TV,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애플(애플뮤직), 아마존(프라임뮤직, 프라임비디오), 페이스북(페이스북 워치), 알리바바(샤미뮤직, 유쿠투도우), 텐센트(QQ뮤직, 텐센트비디오) 등 상위 7개 ICT기업 중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한 6개사는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에 가담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유는 산업의 성장성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음악·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액은 지난 2012년 7억3000만달러(약 8245억원)에서 지난 2017년 66억달러(약 7조4500억원)로 연평균 55.2% 증가했다. 스트리밍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서비스인 OTT(Over The Top)의 전 세계 서비스 규모는 지난 2012년 63억달러(약 7조1200억원)에서 지난 2017년 247억달러(약 27조9000억원)로 연평균 31.4% 성장했다.
ICT 생태계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콘텐츠는 IoT, VR, AR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과 쉽게 결합한다. 아마존과 구글 등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동되는 AI스피커를 기반으로 IoT시장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향후 VR, AR 분야에서도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폼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업의 성장성뿐 아니라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는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라며 “새로운 플랫폼에 용이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ICT기업들의 전략이 스트리밍 플랫폼 선점을 위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어설명스트리밍(Streaming)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따로 저장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의미. OTT는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범용 인터넷망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Top’은 TV의 셋톱박스를 의미하지만 포괄적으로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 모두를 의미한다.
MCN(Multi-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1인 창작자들을 지원, 관리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희찬, 권창훈 등을 배출한 축구연구가 전권(JK)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 ‘JK아트사커온라인’ 채널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 스트리밍 성장 견인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10대, 20대가 주로 이용하는 미디어 기기는 스마트폰이다. 이러한 디지털 네이티브(Native) 세대는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주역이다. 최근에는 주요 글로벌 ICT기업들의 사업 참여로 스트리밍 서비스 보급이 확대되며 연령층도 넓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OTT다.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공개된 OTT는 획기적인 반향이었다. 미국에서 유료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매달 최소 약 $60(약 6만800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으나 온라인을 활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월 약 $10(약 1만2000원)에 원하는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에서 시청할 수 있었다.
초창기 미국의 유료방송 사업자들 중 OTT가 방송사업자의 경쟁상대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으나 현재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전 세계 유료 가입자 수는 2012년 3040만 명에서 지난해 1억3930만 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자들도 여럿 나타났다. 북미시장에는 넷플릭스, 아마존을 비롯해 Sling TV, Hulu with Live TV, AT&T DirecTV 등 수많은 OTT(vMVPD) 사업자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점자 우위(초기 진입자로서 경쟁우위)를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북미에서는 원하는 콘텐츠를 선별해서 여러 개의 OTT 사업자를 선택해 구독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주요 OTT의 구독료가 월 10달러 수준이라면, 기존의 유료방송 구독을 중단하면 최대 6개의 OTT를 구독해도 비용적인 부담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도 CES에서 OTT 중심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산업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 스마트TV 내 AVOD 콘텐츠의 확대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스마트TV 전용 채널인 ‘TV 플러스’를 통해 30개의 채널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고, 주요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채널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디어 산업은 인터넷 망, 다채널방송사업자, 하드웨어 등 플랫폼화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사업자가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결국에는 사업자간의 제휴, 합병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경쟁력을 확보한 일부 OTT로 사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개인 유튜버 1000만 구독자 시대
MCN에 뛰어든 지상파 방송사들
플랫폼의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구독자(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콘텐츠 확보다. 인터넷을 통한 전 세계 실시간 유통으로 국내 콘텐츠가 더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다양한 신규 콘텐츠 공급자들에 대한 진입장벽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독특한 콘셉트와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무장한 1인 방송의 경쟁력이 부각되는 이유다.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신규콘텐츠 공급자 시장이 열리며 1인 크리에이터의 몸값도 크게 올랐다.
지난 2월 기준 국내 유튜브 구독자수 상위 50개의 중 13개가 개인방송채널이었다. 그만큼 개인 콘텐츠 공급자로서의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는 음악, 놀이, 뷰티, 먹방 등의 고유한 콘텐츠로 300만~1000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크리에이터들은 최근 TV 속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서며 크리에이터와 연예인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오히려 TV 방송을 통해서만 노출되던 연예인들이 1인 방송 채널을 개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1인 방송채널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플랫폼 간의 영역확장도 본격화 되고 있다.
1인 크리에이터의 사업성이 부각되자 사업화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MCN은 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Channel Network)를 의미하는 말로 1인 방송 창작자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일종의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의미한다. 1인 콘텐츠 제작자(BJ, Broadcasting Jockey)의 위상이 높아지자 보다 체계화된 설비 활용 및 관리를 위해 1인 창작자들의 MCN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MCN사업자는 CJ ENM의 다이아 TV(DIA: Digital Influence & Artists), 트레져헌터(Treasure Hunter), 아프리카 TV, 판도라 TV 등이다. 최근에는 전통 방송매체로 구분되던 지상파 3사도 KBS의 예띠 스튜디오, SBS의 모 비딕, MBC의 엠빅TV 등을 설립해 MCN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상파 방송에서 유튜브를 필두로 급성장하고 있는 1인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파격적인 편성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SBS <가로채널>, JTBC <랜선 라이프> 등 1인 미디어 예능이 각 방송 플랫폼마다 편성됐고, KBS에서는 유튜브와 지상파 방송에 편집만 다르게 한 신규 예능프로그램 <덕화TV>가 방영되고 있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 수단의 변화가 미디어 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라며 “스트리밍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콘텐츠를 유통하는 방법이 간단해지고 있어 더욱 다양한 콘텐츠 공급자들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개인 유튜버 구독자 Top 7
# 3월 19일 기준으로 집계했으며 시점에 따라 순위는 달라질 수 있음.
1위 구독자 1119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JFlaMusic의 제이플라가 차지했다. 제이플라는 주로 외국 팝 음악 커버 영상을 업로드하는 뮤직 크리에이터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기존의 곡들을 새롭게 재해석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개인 크리에이터 최초로 1000만 구독자를 돌파해 ‘다이아버튼’을 받은 바 있다.
2위 Sungha Jung 정성하는 구독자 558만 명으로 국내 구독자 수 2위를 달성했다. 정성하는 기타 크리에이터로 기타 연주 영상을 업로드한다. 10살 때부터 기타를 잡기 시작했던 정성하는 2006년 아버지가 그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유튜버의 길에 올랐다. 2010년에는 국내 최초로 채널 동영상 1억 뷰를 돌파하며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3위 PONY Syndrome 구독자 490만 명을 보유하는 포니가 차지했다. 2015년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으며, 다양한 메이크업을 선보이는 뷰티크리에이터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이기도 한 포니는 2015년에는 CL의 전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6년 3월에 업로드한 테일러 스위프트 커버 메이크업이 국내외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4위 웨이브야 2011은 335만 명의 구독자를 달성하며 4위에 올랐다. 웨이브야는 2인조 여성 댄스 그룹으로, 둘은 자매 사이라고 한다. 신곡이 나오자마자 커버 댄스 영상을 올리는 채널로 유명하다. 2012년 업로드한 강남스타일 커버 댄스 영상이 1억7000뷰를 달성하며 최고 조회수 영상에 올랐다.
5위 317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밴쯔가 차지했다. 밴쯔는 한국의 대표 먹는 방송, ‘먹방’ 크리에이터이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1인 방송을 시작했던 밴쯔는 현재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밴쯔는 엄청난 대식가로 유명한데, 유명 대왕돈까스, 점보라멘 등을 가볍게 먹기도 했고 평소 업로드하는 영상에서 먹는 음식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깔끔하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6위 311만 독자를 보유한 허팝이 6위에 랭크됐다. 기상천외하고 엉뚱한 아이디어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인기를 얻어 이른바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7위 3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영국남자가 차지했다. 영국남자는 주로 영국인 ‘조쉬’가 주변의 게스트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한국 언어와 문화를 전공한 조쉬는 고려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오면서 한국 문화를 많이 경험했다고 한다. ‘삼겹살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 영상이 조회수 1562만 회를 달성하며 최고 인기 영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