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담배 필터 부분에 각종 향을 첨가해 담배 연기에서 좋은 향기가 나도록 제조한 ‘가향담배’가 남성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이나 청소년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캡슐담배’로도 불리는 가향담배의 판매량은 3년 새 5배, 시장점유율은 7배가량 증가할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가향담배의 위해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성·10대 남성 흡연자 비율 높아
최근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가향담배가 흡연 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의하면 13~39세의 젊은 현재흡연자 가운데 65%가 가향담배를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가향담배 사용률은 여성이 73.1%, 남성 58.3%로 여성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층에서도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18세의 남성사용률이 68.3%로 가장 높았고 여성은 19~24세가 82.7%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실제 선호도 조사결과를 보면 남자 청소년은 가향제품 중 특히 포도향을 선호하고 제품 중에서는 ‘레종 프렌치 블랙’이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 청소년은 같은 제품과 ‘말보로 레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우세했다.
가향담배의 주요 타깃층은 기존 흡연자보다는 청소년 및 젊은 성인층을 신규 흡연자로 만들기 위해 개발·제조된 제품으로, 실제 청소년 및 젊은 성인층의 흡연 진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맛과 향을 첨가한 가향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더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일반 담배에 비해 기관지 확장효과가 있어 연기를 깊게 흡입한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시판 궐련담배 60종을 대상으로 연초(담배잎) 내 첨가물을 분석한 결과 “모든 궐련담배 제품에서 흡연을 유도하는 가향성분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담배 가향성분은 향과 맛으로 담배 고유의 자극성을 가리고 무디게 하며 59종 제품에서 검출된 코코아 성분인 테오브로민, 박하향을 내는 이소멘톤, 이소푸레골, 멘톨 등은 기관지 확장 효과가 있어 담배연기의 흡입을 더 깊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담배의 가향성분은 캡슐담배나, 궐련담배의 연초 등에 첨가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국내 시판 담배제품에 캡슐담배뿐만 아니라, 일반 궐련담배에도 다양한 가향성분이 첨가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WHO는 담배규제기본협약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향성분 등 담배 맛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첨가물의 사용금지를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여러 국가는 가향성분 첨가를 규제 관리하고 있다.
▶금연도 어려운 가향담배 규제사각지대
조사결과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경우 금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하면 현재 흡연자일 확률이 일반 담배로 시작한 경우보다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해 현재에도 가향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69.2%였지만 일반 담배로 시작해 계속 일반 담배를 피우는 비율은 41.0%에 그쳤다.
담배 맛을 개선한다는 명목 아래 제조사들은 신규흡연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정작 가향담배와 관련한 법적 규제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담배 제조업자나 수입판매업자가 가향물질 표시 문구나 그림·사진 등을 담배제품의 포장이나 광고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을 뿐이다. 호주, 미국, 캐나다, 유럽, 브라질 등 해외의 경우에는 과일 향, 바닐라, 초콜릿 등 특정 향이 포함된 담배의 제조·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국내에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국회에는 가향물질이 들어간 담배 판매를 금지하거나 가향물질 함유량을 제한하고 초과할 경우 판매를 규제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과 담배사업법 개정안 등 3건의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담배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가향성분을 규제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담배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가향성분에 대한 규제방안이 담긴 법률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어, 기재부·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법률안 통과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부처와 협력해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률안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