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1번가’ 대치동 구마을 vs ‘원조 부촌’ 청담동 일대…강남권 남아 있는 알짜 재건축 어디
김인오 기자
입력 : 2015.10.16 17:26:24
수정 : 2015.10.19 10:42:09
청담동 일대
“강남이 뭐기에…” 1970~1980년대 있었던 ‘영동개발계획’ 이후 부동산 투자의 정석으로 통하는 곳은 단연 ‘강남·서초·송파’다. 요즘 들어 서초구 일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활발해지긴 했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세 자치구 중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몰리는 곳은 진짜 ‘강남’이다. 명문 8학군은 물론이고 사교육 1번지로 이름난 ‘대치동’에, 청담동 며느리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부유층과 자녀들이 산다는 ‘청담동’ 역시 강남구에 있다.
하지만 막상 이 강남에는 투자할 만한 재건축 아파트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구 청실아파트 재건축)는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웃돈이 1억5000만원 선을 넘었다.
이 밖에 우성·미도·선경을 비롯한 은마 아파트 등이 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올 들어 가시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다. 일원동 일대 저층 아파트는 사업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주민들의 추진 의지가 크지 않은 편이고 수서동 일대는 아직 재건축 대상 단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그래도 시장에서 ‘땅 값 떨어질 걱정 없다’는 강남에 투자하고 싶다면 소리 없이 움직이는 알짜 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인공은 단독주택 촌인 대치동 구마을과 고급빌라 집결지인 청담동 일대 아파트다. 대치동 학원가 초입에 둥지를 튼 ‘구마을’은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뉴타운 등에 대해 비판적인 서울시의 입장과 부동산 침체기가 겹쳐서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 안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시공사 선정 단계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전부지 개발·올림픽대로 지하화 개발 호재가 더해져 몸값 상승 중인 청담동에선 동네에서 제일 규모가 큰 ‘삼익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에 나섰다.
청담동은 유명 연예인과 LG그룹·삼아제약 등 기업 오너들의 보금자리로 일반 공인중개소를 통해서는 시세조차 알 수 없다는 고급빌라가 모인 곳이어서 아파트가 흔치 않다. 삼익아파트에 앞서 진흥빌라는 오는 11월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근에선 효성빌라와 씨티아파트 등이 재건축 사업을 논의 중이다. 두 곳 다 땅과 아파트의 몸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투자자라면, 일반 분양을 앞두고 웃돈이 오를 만큼 올라 더 이상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 시기에 이르러 실기(失期)하는 것보다는 눈이 가는 지역은 미리 알아보고 사정을 파악해두는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대치동 아파트村 속 숨겨진 단독주택 동네, ‘구마을’
강남권 일대 재건축 사업이 분주히 돌아가는 가운데 단독주택촌도 팔을 걷어붙이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를 인근에 둔 대치동 구마을 1~3지구가 주인공이다. 특히 3지구가 활발하다.
구마을 3지구는 다음 달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현재는 공원 조성 안과 관련해 유관기관에서 시행인가를 심의 중이다. 3지구는 도시정비사업 정책 방향이 변하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속도를 내 지난 달 초 사업인가준비총회를 마친 후 올해 11월 말~12월 초 시공사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용적률 249.95%로 주변에 비해 사업성이 높고 사업에 대한 주민 동의율이 96%(조합원 수 147명)로 높아 출발은 1, 2지구보다 늦었지만 진행은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이주와 철거를 마치고 최고 16층, 6개동에 총 257가구 규모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 1980년대 초 단독주택이 본격적으로 들어찬 대치동 964 일대의 구마을은 대치동 사거리와 학원가, 은마아파트 등 아파트촌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대현초, 대명중, 휘문중·고, 경기고 등 명문 학교와 현대백화점, 코엑스몰, 강남세브란스병원, 삼성의료원 등 내로라하는 강남 내 편의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사교육 메카인 데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매입해 서울시·강남구 등과 개발을 논의 중인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비롯해 삼성그룹이 앞선 2011년 사들인 옛 한국감정원 부지와 개발 예정인 서울의료원 땅이 있어 시세가 오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계획안에 따르면 구마을 1~3지구는 총 979가구가 새로 들어서고 전용 85㎡ 이하 중소형 805가구 중 60㎡ 이하 소형이 32%(309가구)다. 전용 60㎡ 이하 중 임대 80가구와 조합원 분을 제외한 나머지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사업은 꾸준히 돌아간다. 지난 2006년을 전후해 재건축기본계획 우선 검토 대상지로 지정돼 일부에선 추진위까지 준비했지만 구청이 이곳을 재건축이 아닌 지구단위계획 대상지로 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추진위 승인이 미뤄졌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뉴타운(도시정비사업) 출구전략’ 속에 지정 해제 사례가 생겨나면서 잠시 불안감이 돌기도 했지만 3지구는 지난해 2월 추진위를 만든 후 7개월 만인 9월에 조합을 세웠고 올해 3월 말 건축심의를 통과해 이달 사업인가계획을 강남구청에 접수했다.
1지구 역시 올초 건축심의를 통과 후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이다. 2지구는 쪼개졌던 하위 구역을 합치는 결속 안을 모색 중이다.
기대감 속에 땅값은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일대 표준지 공시지가는 25% 이상 올랐다. 구마을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3.3㎡당 4000만~5000만원에 달하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 2013년에는 2700만~3500만원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며 “3지구의 경우 대지지분 83㎡의 호가가 10억~10억500만원대로 3.3㎡당 4000만원 선을 오간다”고 말했다.
입지 좋은 강남 노른자 땅이다 보니 삼성물산만 제외하고선 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 등 시공능력 10순위 내 대형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눈치작전 중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한전부지 개발 호재 더해져 몸값 상승 중인 청담동 일대
부동산 시장에 재건축 바람이 부는 가운데 한강이 내다보이는 강남 부촌 청담동의 대표 단지인 ‘청담삼익아파트’도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강남구청과 업계에 따르면 청담삼익 재건축 조합은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다. 조합이 지난 7월 11일 정기총회를 열어 사업 시행 계획안을 통과시킨 이후 관련 기관 등에서 기부채납을 비롯한 사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사업계획안에 따르는 경우 지난 1980년 5월 입주한 지상 12층, 12개 동 전용 104~163㎡형 888가구 규모의 청담삼익은 용적률 299.84%를 적용해 지하 3층·지상 15~35층에 총 2229가구 규모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 2013년 말 서울시가 삼익아파트 재건축 추진안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임대 주택을 포함하도록 하는 ‘소셜믹스(social mix)’를 내걸어 임대 155가구가 포함된다. 시공사는 롯데건설로 지난 2001년 가계약한 바 있다. 조합 관계자는 “늦어도 11월에는 사업인가를 받아 내년 상반기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담삼익은 지난 2013년 분양한 서초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이후 규모 상으로도 강남권에서 손꼽히는 재건축 단지로 통한다. 유명 연예인과 LG그룹·삼아제약 등 기업 오너들의 보금자리로 일반 공인중개소를 통해서는 시세조차 알 수 없다는 고급빌라가 모인 청담동 내에 자리한 아파트다. 봉은초등학교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데다 동쪽으로는 한강이 보이고 영동대로를 끼고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비롯해 잠실종합운동장과 제2롯데월드몰이 지척에 있다.
지난 2003년 재건축 조합이 생긴 이후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한 지난 2013년 말 이후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고민하던 청담 일대 빌라와 아파트들이 부동산 시장 훈풍과 지난해 규제 완화를 기해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삼익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목전에 두고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아 투자 목적의 수요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인기를 등에 업고 시세도 큰 폭으로 오르는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의 경우 층수별로 가격 차이가 난다는 점도 고려해 전용면적 106㎡형 10~12층의 매매 가격을 보면 지난 2012년 말 8억8700만원 선이던 것이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한 2013년 말 9억5000만원,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속에 기대감이 부풀기 시작한 2014년 말 12억2000만원, 사업인가를 눈앞에 둔 올해 3분기 13억2800만원으로 높아졌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지금은 같은 면적 10층의 호가가 14억~14억5000만원까지 올라 있다”며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단지를 통틀어 3.3㎡당 매매가가 4500만원 선까지 올라 요즘 대치·반포 재건축 일반 분양분이 3.3㎡당 3500만~4000만원 선을 오가는 것에 비하면 가격 차이가 큰 셈”이라고 말했다.
청담삼익 외에도 청담동 일대에선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영동대로를 사이에 두고 삼익아파트 인근에 자리한 진흥빌라2차는 소리 없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 청담삼익보다 앞서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했다. 지난 1983년에 지상 2층, 5개 동에 전용면적 164~210㎡형 총 44가구의 빌라였지만 총 114가구의 아파트로 재탄생해 전용면적 59~84㎡형 70가구를 오는 11월 일반 분양예정이다. 시공사는 코오롱글로벌이다.
지난해 5월 도시계획 심의를 통과한 홍실 아파트는 시공사를 대림산업으로 정하고 건축 심의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청담초·중학교 인근 효성빌라와 최고급 펜트하우스로 짓는다는 얘기가 돌았던 청담씨티아파트도 재건축 사업을 논의 중이다. 다만 씨티아파트는 사업이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는 않았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재건축 단지 하나만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한전부지 개발·올림픽대로 지하화 등 개발 호재와 일대 재건축 사업 활기를 감안하면 강남 부촌의 중심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