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등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앱의 가격을 지난 7월 1일부터 10% 인상했다. 부가가치세의 적용 때문이다. 그동안 음성, 음악, 게임아이템 등을 해외 법인으로부터 구매할 경우 부가가치세의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부가가치세법의 개정으로 이러한 전자적 용역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게 된 것이다. 과세형평을 높이기 위해 국내소비자가 해외 오픈마켓을 통해 구매하는 전자적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매기겠다는 것이 과세 당국의 의지다.
이러한 문제는 제공자와 구매자의 국가 간 통관이라는 절차가 없는 재화나 용역, 이른바 전자적 용역이 생겨난 데서 기인한다. 전통적인 재화나 용역은 통관이라는 절차로 해결했다. 그러나 전자적 용역이 공급되는 경우는 통관이라는 절차를 적용할 수가 없다. 그동안 통관이라는 절차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중요한 경제의 틀로 이용돼 왔다. 그러나 전자적 용역의 공급에서는 이러한 틀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전자적 용역에 대해 이와 같은 부가가치세를 적용하는 것에는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잠깐 살펴보자. 현행 부가가치세 징수는 납세 의무자의 의무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납세의무자는 사업자나 재화를 수입하는 자를 말한다. 결국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를 납세의무자가 대납하는 형식인 것이다. 해외 사업자가 납세의무를 지지 않을 경우나 법을 어길 경우 그 조치가 가능한 것인가와 전자적 거래의 특성상 그 전자적 용역이 국내에 공급된 것이라는 판단의 기준을 어떻게 삼을 것인가의 문제다. 물론 사업자가 납세의무를 지지 않을 경우 해외 법인에 대해 소송 등을 제기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나 그 실효성에는 다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욱이 그 재화가 국내에 공급됐다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고의적인 폐업이나 부도 등을 일으킬 경우 강제적 집행 수단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부가가치세를 이용한 탈세 수단에 이용될 여지도 무척 크다. 전자적 용역을 구매할 때 납부한 부가가치세를 해외 사업자가 납부하지 않고 탈세를 할 경우 이를 다시 돌려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해외 사업자가 국내 부가가치세법을 지키는 정상적인 해외 사업자와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탈세를 쉽게 막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의 문제는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적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사례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전자상거래의 약관 적용에 있어서도 그렇다. 예를 들어 표시광고법의 적용도 그렇다. 국내 전자상거래 사업자는 동일한 물건을 팔 경우 때로는 해외 사업자에 비해 표시광고법의 적용으로 광고 등에서 열세를 보일 수가 있다. 표시광고법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표시·광고를 할 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하는 부당한 표시·광고를 방지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의 제공을 촉진함으로써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을 해외 사업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동일한 물건을 국내 사업자가 판매할 경우와 해외의 사업자가 판매할 경우에서 오는 차이다. 해외 사업자가 국내 사업자에 비해 과도한 홍보를 할 경우다.
특히 소비자 보호의 수준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국가의 사업자와의 차이는 크다. 이렇듯 조세제도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국가 간의 차이는 기존 상거래의 제도가 국경이 없는 IT경제에는 그 적용이 용이하지 않거나 그 전제 조건이 달라진 때문이다. 즉 그간의 각종 법, 제도는 모든 행위가 일정한 영역에서 이뤄진다는 전제를 두고 이뤄져 왔다. 재화나 용역이 일단 국내에 들어오고 그 판매자 역시 국내에 기반을 둔 사업자가 행하는 행위고, 구매자 역시 국내에서 활동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전자적 거래로 인해 상당한 혼란이 있을 전망이다. 일례로 유럽의 경우 각 나라마다 부가가치세 세율이 다르다. 많게는 15%p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이를 이용해 가장 저렴한 부가가치세율을 적용하는 국가에 회사의 기반을 두고 영업을 한다. 이런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장 저렴한 세율을 적용하는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인식돼 이를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전자적 용역의 부가가치세율을 소비자가 속하는 국가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채택한다. 공급자가 어느 나라에 사업장을 두었든지 간에 소비자가 이용하는 지역의 세율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도 앞에서 언급한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나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자적 용역의 제도나 규제에서 검토될 사항은 다음의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정비돼야 할 것이다.
먼저 해외 공급자에 대한 법이나 제도의 효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 다음으로 해외 공급자로부터 국내 소비자 보호에 관한 점이다. 아울러 해외 공급자와 해외 소비자로 속일 경우에 생겨나는 해외 사업자와 국내 소비자에 대한 보호다. 각각에 대한 합리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자칫 국내의 각종 법, 제도의 조치가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를 악용하는 국내 사업자도 생겨날 수 있다.
부가가치세의 징수와 관련해서는 부가가치세에 대한 예치 제도의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 국내 자금 계정에서 해외 계정으로 이전되기 전에 부가가치세액을 국내에 강제적으로 예치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부당하게 유출될 부가가치세를 국내에 묶어둠으로써 탈세 등의 그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관 통관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예치라는 장치로 보장하는 것이다. 부가가치세액은 기존 제도에서 보면 해외로 송금되었다가 다시 국내로 유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가가치세를 적용하지 않는 국가, 즉 소비세를 부과하는 국가와 거래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외국의 소비세에 부가가치세가 더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조세제도의 차이에서 오는 부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공급자와 소비자의 보호 측면에서 국가 간의 제도 적용에 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법과 제도를 충실하게 지키는 공급자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이러한 부분은 우선 상대적으로 거래가 많은 국가 간에 전자상거래에서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상호 적용 기준을 만들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 간 전자상거래 인증제도의 도입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부분은 국가 간 협약이나 민간 자율 규제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몇몇 글로벌 기업이 자체적인 기준으로도 그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소비자와 공급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IT경제는 기본적으로 국경이나 특정 국가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새로운 지급결제 기준이나 조세 기준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한 국가의 경제가 특정 국가나 기업에 상당 수준 종속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 촉진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우는 이러한 부분을 가속시킬 전망이다.
국가나 기업 더 나아가 개인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클라우드 기반에서 움직이는 시대가 열린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본격적으로 국경이 없는 서비스의 진입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방식의 체계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상품의 제조와 판매 과정에 수많은 기업과 국가가 개입되며 그 과정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법과 제도가 적용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금 징수나 소비자 보호는 용이하지 않게 된다.
결국 국경이 없는 IT경제의 법과 제도는 몇몇 통일된 기준이나 표준 절차로 수렴될 것이다. 그 수렴되는 기준과 절차를 누가 먼저 만들어 시행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글로벌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전자적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법 조항
제53조의 2(전자적 용역을 공급하는 국외사업자의 용역 공급과 사업자등록 등에 관한 특례)
① 제52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국내에 이동통신 단말장치 또는 컴퓨터 등을 통하여 구동되는 게임ㆍ음성ㆍ동영상 파일 또는 소프트웨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역(이하 “전자적 용역”이라 한다)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국내에서 해당 전자적 용역이 공급되는 것으로 본다.
② 제52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제3자(제52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을 포함한다)를 통하여 국내에 전자적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국내사업자의 용역 등 공급 특례에 관한 제53조가 적용되는 경우는 제외한다)에는 그 제3자가 해당 전자적 용역을 국내에서 공급한 것으로 본다.
1.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전자적 용역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오픈마켓이나 그와 유사한 것을 운영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
2. 전자적 용역의 거래에서 중개에 관한 행위 등을 하는 자로서 구매자로부터 거래대금을 수취하여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자
3. 그 밖에 제1호 및 제2호와 유사하게 전자적 용역의 거래에 관여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