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문화와 속성 실수를 통해서 배웁니다.”
1878년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만든 작은 전기조명회사는 135년이 지나 전 세계 160여 개국에 진출해 8개의 사업분야에서 32만명이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 GE로 성장했다.
창립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리딩컴퍼니로 꼽히는 GE의 수장이 바라보는 리더 요건은 무엇일까.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이 지난 10월 말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KMA) 주최 최고경영자(CEO) 특별조찬회 연사로 나서 이러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줬다.
현재 가진 지식보다는 ‘학습능력’
“GE는 차기 경영자를 선정할 때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배울 수 있는가를 중요한 요소로 봅니다.”
이멜트 회장이 강조한 리더의 첫 번째 요건은 학습능력이다.
그는 “한 사람이 리더로서 얼마나 유능한가를 평가할 때는 현재의 지식보다 얼마나 빨리 익혀 발전할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며 “이러한 능력이 뛰어난 자는 얼마든지 코칭을 통해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호기심이 많고 외부지향적이며 열이면 열 남들보다 많은 공부량을 가지고 있다”면서 “학습능력은 리더의 자질인 동시에 인재를 뽑는 기준”이라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후계자에 관한 질문에도 “확실한 한 가지는 내 딸이 GE를 물려받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선을 그으며 현재의 능력보다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후보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멜트 회장은 특히 ‘경청’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제아무리 오랜 기간 CEO자리에 있었다 하더라도 완성된 리더는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 능력을 갖춰야 리더의 자격이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조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기 위해 주변에 바보들이 모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하지 못 한다”고 단언하며 “나는 항상 똑똑한 사람을 가까이 두고 싶다. 전문 영역에 대해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입을 다물고 경청한다”고 밝혔다.
이멜트 회장은 최근 신기술 ‘선생님’들을 모시고 ‘빅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산업인터넷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3년 전부터 작은 벤처 기업들과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존(Amazon)과 같이 훌륭한 기업의 관계자를 만나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문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IBM,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존슨앤존슨, 펩시의 CEO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시간이 큰 공부가 됩니다.”
싫은 소리도 꺼리지 않는 단호함
이멜트 회장이 밝히는 두 번째 리더의 요건은 승부욕과 결단력이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갖고 과감하게 결단할 것을 주문했다.
“가장 중요한 리더십의 속성은 저력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만만치 않습니다. 큰 회사의 경우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나라에서 다 사랑 받는 것만은 아닙니다. 저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 열린 문을 찾을 때까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포기하지 않는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서 꾸준히 도전하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또한 그는 ‘기업을 정부처럼 운영할 수는 없다’며 싫은 소리도 꺼리지 않는 단호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자기 말을 들어주기를 원하는 한편 누군가 카리스마 있게 이끌어주기를 바라지요. 저는 종종 회의실에서 사람들의 말을 열심히 들은 후 ‘잘 알아들었지만 이 문을 나가면 내 방식을 따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좋은 사람이 떠나기도 했지만 이러한 말을 꺼리면 조직이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멜트 회장은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경험한 결과 한국적 리더십의 특징은 상사가 무엇을 얘기하면 부하직원은 반드시 따른다는 점”이라고 밝히며 “이점이 그들의 저력 중 하나로 보인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굳은 의지와 결단을 관철하기 위한 체력(Stamina)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는 CEO개인의 체력은 물론 리더로서 우직하게 계획을 밀고 나가는 뚝심 두 가지를 의미한다.
“1년에 사무실을 비우는 시간이 60%가 넘는데 젊은 시절에는 출장을 가면 호텔에 있는 나이트클럽을 주로 방문했지만 이제는 헬스클럽부터 찾을 정도로 체력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꾸준히 저력을 발휘할 체력이 없다면 성공의 문을 찾을 때까지 결코 버틸 수 없다는 것이 이멜트 회장의 주장이다.
다음으로 이멜트 회장은 자연스레 GE의 기업문화를 사례로 들며 리더십의 조건을 피력했다.
“훌륭한 리더는 화합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합니다. GE는 직원들이 톱 리더 또는 임원 누구와도 쉽게 교류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 있습니다. 모든 직급이 동참하는 화합의 문화를 구현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160개국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나눌 때는 직함이나 업무분야에 한정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는 이멜트 회장이 자주 언급한 ‘다양성과 성과는 항상 함께 한다’는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이멜트 회장이 밝힌 리더의 조건은 ‘판단력과 위기관리 능력’이다. 먼저 판단력에 있어서 그는 리더라면 무엇보다 기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판단해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이 간혹 중요하지 않은 일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입니다.”
또한 위기관리자로서의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 갔다.
“누구나 실수는 범하기 마련입니다. GE는 매일 실수를 하고 이를 통해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뛰어난 CEO는 훌륭한 리스크 관리자이기 마련입니다. 특히 모든 사람들이 ‘잘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때, 일이 잘 돌아갈 때 더 예민하게 생각하고 의심을 해야 합니다.”
조직이 범하는 시행착오를 놓치지 않고 그에 맞는 개선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밝힌 이멜트 회장은 위기 속에서 진정한 리더의 능력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 나이 정도 되는 한국의 비즈니스 리더에게 ‘당신의 전성기라 생각하는 시절은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여쭤보면 아마 (IMF외환위기가 시작되던) 1997~1998년 무렵이라 말씀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브라질에서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인플레이션이 월별로 1000%씩 발생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1992년 즈음이라는 답이 많을 겁니다. 뛰어난 리더는 가장 힘든 시기에 최고의 역량을 발휘합니다.”
끝으로 이멜트 회장은 눈부시게 발전한 국내 기업들을 ‘경외의 대상’으로 평하는 한편 뼈있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 측면에서 봤을 때 글로벌 기업들에게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됐을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점은 지나치게 칭찬을 많이 받을 때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론에서 우리를 과도하게 칭찬하는 기사가 나왔을 때 재앙이 닥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만이나 오만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어 GE와 한국기업 모두 칭찬을 많이 받을 때 오히려 두려워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