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사능 이곳은 안전합니다. 그리고 한국 관광객들 참 서운합니다. 중국에서 몰려오는 황사의 미세먼지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오이타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방사능 문제로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줄까 당국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에서 오이타는 1000㎞ 떨어진 곳이고 엔저 영향으로 가는 곳마다 한국관광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 벳부. 시민들의 일상은 평온해 보였고 길거리 곳곳에서 품어져 나오는 온천의 수증기는 초겨울 쌀쌀한 바람에도 몸과 맘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듯 했다.
일본 열도 남단 큐슈의 북동부인 오이타(大分)현에 속해 있는 벳부(別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유명한 온천지역이다. 원천이 무려 2800여 개, 용출량은 1일 13만6571㎘로 일본에서 가장 자랑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온 도시에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가 기이한 풍경을 연출하는데 길에서도 모락모락 김이 나고 아스팔트 바닥도 뜨겁다.
벳부는 산중턱에서 내려 보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작고 아름다운 도시로 시내 곳곳에 심어져 있는 열대의 야자수가 온천과 더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다와 산에 포근히 안긴 듯 자리 잡아 한국의 사계절 못잖게 풍경도 아름답다.
눈도 몸도 즐거워지는 오이타 벳부여행. 겨울이 깊어갈수록 더욱 돋보이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벳부 관광 기본코스, 지옥순례(地獄巡禮)
벳부의 온천은 종류도 엄청 많다.당일치기 온천만 해도 100여 곳이나 된다. 고지대에 있어 벳부만이 내려다 보이는 노천탕, 전통 마을 정경이 살아있는 서민가 온천, 해변의 뜨끈한 모래에 몸을 묻는 해변모래탕, 폭포탕, 진흙탕 등 입욕방법도 다양하다. ‘벳부8탕’이라고 불리는 8개의 대표적 온천탕은 지역 주민들은 물론 많은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그 중 대표적인 묘반온천은 집에서도 온천효과를 볼 수 있는 명반 유노하나를 16대째 만들어 팔고 있는데 그 효능에 대한 입소문을 들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유노하나는 칼륨과 알루미늄을 주성분으로 한 복염이며, 결정체를 만들기 위한 초가지붕 원두막이 줄지어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벳부여행에선 보면서 즐기는 온천 ‘지옥순례’를 빼놓을 수 없다.
놀라운 자연의 조화라고 호평받는 벳부 지옥온천은 화산활동에 의해 약 1200년 전부터 지하 300m에서 뜨거운 증기와 흙탕물이 분출되고 있어 상상 속 지옥을 연상케 할 정도로 온천수가 이글이글 끓는다.
곳곳에 ‘지옥’이라는 간판들이 즐비해 시선을 모았다. 우리는 입에 담기도 꺼리는 그 무시무시한 단어를 일본인은 일상생활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9개의 ‘지옥’ 온천이 도보 1~5분 거리에 있고 각각의 온천을 돌아보는데 약 2시간 정도가 걸린다.
해 지옥과 혈 지옥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지옥은 ‘해(海·우미)지옥’으로 지옥 온천들 가운데 가장 큰 열탕을 가진 온천이다.
1200년 전 쯔루미산 폭발에 의해 생긴 코발트블루 빛 연못으로 황산철 때문에 푸른 바다처럼 투명한 청색을 띠어 해지옥이라 불리게 됐다.
깊이 120m의 이곳은 화씨 200도의 열탕을 하루에 약3600㎘나 뿜어내고 있고 그 주변에 열대식물들이 뜨거운 열기를 견디며 자라고 있다.
혈(血)지옥은 연기마저 붉은 색을 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천연지옥이다. 산화철과 산화마그네슘 성분으로 뜨겁게 분출되는 붉은색 온천이 나쁜 기운을 뿜어낼 듯해 가까이 가기도 꺼려질 정도다.
총면적 1300㎡ 용출량 1800㎘이며 붉은 색의 점토는 피부병에 효과가 있어 연고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크로커다일, 엘리게이터 등 88마리가 넘는 악어가 사육되고 있는 악어지옥, 점토질의 뜨거운 진흙이 대머리 같은 모습으로 분출되고 있는 오니이시보즈 지옥, 암석표면과 지면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산지옥 등 곳곳이 지옥이다.
(위) 해지옥, (아래) 곳곳에 증기가 피어오르는 온천가
지옥 찜요리를 아시나요
펄펄 끓는 온천 수증기를 이용한 각종 해산물, 고기, 야채 ‘찜요리’는 벳부의 인기 메뉴다.
온천의 미네랄과 짠맛 그리고 풍미가 적절히 어우러져 건강에도 좋고 식재료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벳부의 대표적 가정요리는 닭 튀김(도리텐)인데 오이타의 닭고기 소비량이 일본 1위인 것이 말해주듯 닭요리를 즐긴다. 맛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닭튀김 맛이다.
지옥온천 순례에서 빠지지 않는 간식은 푸딩.
특별하게 인상적인 맛은 아니지만 온천의 증기로 만들었다는 점을 자랑하고 있다.
스기노이 호텔 대노천탕
1997년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을 만큼 국제적 명성을 지닌 스기노이 호텔. 특급 온천호텔답게 호텔 끝에서 대욕장까지 무려 1㎞에 이른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현란한 색의 동물형상 일루미네이션이 그 길을 따라 아름답게 장관을 이루며 펼쳐져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벳부 시가지를 조망 할 수 있는 대노천탕과 옥상 온천수영장 아쿠아가든이 있다.
특히 다섯 단으로 되어 있는 욕조를 계단식 논처럼 설계한 대노천탕에선 벳부 만과 시내 야경을 배경으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고,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아쿠아가든에선 밤 7시부터 매 시간 음악이 흐르는 화려한 분수 레이저쇼를 해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더없이 낭만적이다.
“어무이, 그리 안간다 카더니 따라오니 좋제?”
“내 딸 돈 들까봐 그랬제... 정말 좋네”
온천하던 모녀의 대화가 정겹게 느껴졌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벳부의 야경.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멋진 곳이다.
킨테스 벳부 로프웨이
아소쿠즈국립공원 동쪽, 해발 1375m 츠루미다케 산을 360도로 즐길 수 있는 로프웨이. 케이블카로 10분 정도 올라가며 펼쳐지는 절경은 삶의 답답함을 단번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봄에는 벚꽃과 산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엔 어느 누구도 표현해 낼 수 없는 색색의 천연물감 단풍들이 황홀하며, 겨울엔 하얀 눈꽃들로 장관을 이룬다.
쌀쌀한 날씨에도 듬성듬성 벚꽃이 보인다. 한해 봄과 가을 두 번 피는 벚꽃이란다.
안개가 끼었다고 실망할 것 없다. 정상에서 만나는 구름바다가 또 다른 운치를 선사할 것이다. 오밀조밀 신사가 있는 산책길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아프리칸 사파리
일본은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큰 자연 동물원이다.
아프리카 대초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115만㎡의 넓은 들판에 총 60종 1300여 마리의 동물들이 야생 그대로 사는 동물의 왕국이다.
사자, 호랑이, 낙타, 기린, 곰, 코끼리... 가까이에서 경험 할 수 있는데 먹이를 줄땐 무섭기도 하지만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겐 인기만점의 코스다.
서식 특성별로 5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어 정글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투어할 수 있다. 투어시간은 약 50분, 이동거리는 6㎞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