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삼성생명엔 기분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발행하는 세계 최대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미국의 다우존스사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World)에 한국 보험사 중 처음으로 삼성생명을 편입했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 지수는 지난 1999년에 다우존스사가 스위스의 투자평가기관인 SAM(Sustainable Asset Management)과 공동으로 개발해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수엔 세계 시가총액 상위 2500개 글로벌 기업 중에서 매년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공헌이나 지배구조, 인권, 환경 등을 고려해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한 340사만 편입시킨다. 그런 만큼 그 안에 들어가는 것만도 국제적으로 장기 안정성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이 지수엔 보험 부문에선 Swiss Re와 AXA 등 세계적 보험사 14사가 편입돼 있다. JP모건이나 UBS 도이치방크 등 세계적 자산운용사들은 DJSI 편입 기업에 17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그 대열에 들었다는 것은 국제적 보험사로 대접을 받을 수준의 안정적인 회사가 됐음을 공인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삼성생명 박근희 부회장
자산 180조원의 금융회사
지난 3월 말 기준 180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삼성생명은 실적 면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임을 보여주고 있다. Fn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2011 회계연도 말(2012년 3월 말) 161조원이었던 이 회사의 자산총계를 지난 3월 말 180조1253억원으로 추정했다. 1년 새 11.8%가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매출액은 14조7262억원에서 20조3654억원으로 38% 정도 신장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추정했다.
이 같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은 3분기(2012년 12월 말)까지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나온 것을 반영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월 7일 기업설명회를 열어 신계약의 호조로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42.3% 증가한 66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측은 보험영업의 실적을 가늠하는 지표인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가 3조39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 증가했다며 영업이 지속적으로 신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납화보험료란 월 또는 분기, 연간 등 다양한 형태로 납입하는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로 한 해 동안 보험영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잣대로 쓰인다. 이 기간 동안 수입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31.7% 늘어난 19조232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일시납 연금 등 신계약이 호조를 보이면서 보험 고유이익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효율 중심의 경영과 전사적 소모성 비용 절감 노력이 성과를 거둬 실적이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GDP 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회사가 안정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장기간 자금을 맡기는 보험 소비자들에겐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이 같은 안정적 성장을 장기간 유지한다는 경영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2020년까지 자산 500조원, 연 매출 10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Top15 생명보험사 대열에 진입하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는 현 수준에 비해 자산 규모는 2.7배, 매출액은 5배 정도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재무 분야의 강점 돋보여
거대한 회사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안전성 역시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재무 분야의 강점을 가진 삼성그룹 계열사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 이 회사의 지급여력을 의미하는 RBC 비율은 421%로 전년 동기 대비 38%P나 증가했다. 보험사가 보유한 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이 충분한 지를 나타내는 이 지표는 그 자체로 건전성 지표로도 쓰인다. 현재 금융당국은 생명보험사에 RBC비율 200%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삼성생명은 기준의 2배 이상을 유지해 아주 탄탄한 회사임을 보여줬다.
지난 연말 이 회사의 보험금지급능력(IFSR) 기준 신용등급을 AAA(안정적)로 평가한 한국기업평가는 “보수적인 자산운용 및 대규모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지급여력이 업계 최고 수준인 점” 등을 고려해 삼성생명에 이런 등급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은 채권 위주로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하고 있다”며 “외환을 비롯한 해외부문 비중을 낮춰 자산건전성이 평균보다 양호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퇴직연금과 관련해 은행이나 증권 등과 경합이 이뤄지고 있지만 삼성생명이 상대적으로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 대해서 김정현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은 강력한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당분간 우수한 이익창출력과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경합이 심한 퇴직연금과 관련해선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력, 신인도 및 영업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퇴직연금 시장 내 14%대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선도적인 경쟁지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성과의 이면엔 늘 고객과 함께 하려는 임직원들의 자세가 깔려 있다. 삼성생명은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임원이나 부장급이 직접 고객을 방문해 의견을 듣는 ‘고객방문 행사’를 지난 2009년 이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박근희 부회장도 지난 10월 납입을 완료한 고객을 찾아가 의견을 듣고 왔다. 이를 통해 장기간 거래해준 고객에게 감사를 전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불만사항을 들어 경영에 반영함으로써 최고의 서비스 상태를 유지한다는 삼성생명의 방침이다.
거기에 걸맞게 영업조직도 탄탄하다. 삼성생명은 업계 최대의 대리점과 최다 전문 설계사를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 38.7%로 업계 평균(34.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지는지를 나타내는 13회차 계약유지율에서도 삼성생명은 83.6%로 업계 평균(79.6%)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13회차 계약유지율은 2009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삼성생명의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는 삼성이 추구하는 윤리경영이나 지속가능경영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법과 윤리를 준수하고, 깨끗한 조직문화를 유지하며, 고객·주주·종업원을 존중하고, 환경·안전·건강을 중시하며,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경영원칙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정도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신입사원 입문과정 이후 대리나 A2, A3 등 승격교육 내 정도경영 교육을 편성했고 지점장이나 지역단장 양성과정에서도 정도경영 교육시간을 넣어 영업현장에까지 정도경영이 이뤄지도록 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강력한 권한의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작동해 재무뿐 아니라 경영 전반의 리스크를 통제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이사회 직속으로 설치돼 리스크 관리 관련 최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규정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리스크 관리 절차를 세우고 리스크 유형별 허용 한도나 가이드라인도 설정한다. 이후 리스크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도 한다.
여기에 부문별 리스크 관련 의사결정 기구로 보험리스크관리위원회와 자산리스크관리위원회, 위기관리위원회, 상품위원회, 투자위원회, 여신위원회를 운영해 이중삼중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한마디로 ‘관리의 삼성’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고객이 장기로 맡긴 보험자산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라 여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