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어떤 제품에 소비자가 열광할지 감이 확 오죠…뉴로마케팅 대가 젬마 캘버트 박사
입력 : 2012.11.12 11:23:18
수정 : 2012.12.12 14:06:45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공전의 히트를 친 문화상품이다. 이 상품이 유튜브 조회수 4억건을 돌파하며 3주 연속으로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뉴로마케팅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강남스타일 곡 자체와 뮤직비디오에는 연령·국적과 무관하게 누구든 한 번 들으면 몸이 절로 들썩이고, 그 멜로디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게 하는 흥행 요소들이 담겨져 있었다. 일종의 ‘예견된 성공’인 셈이다.
그 근거는 뇌의 반응에 있다. 뇌의 반응을 살펴보면 어떤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강남스타일뿐 아니라 일반 제품의 흥행 여부도 뇌의 반응을 측정해본다면 미리 알 수 있다. 무의식적인 반응과 같은 두뇌활동을 분석, 이를 마케팅에 접목한 기법을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라고 부른다. 뇌 속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인 뉴런(Neuron)과 마케팅(Marketing)을 결합한 용어다.
최근 제13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뉴로마케팅의 대가인 젬마 캘버트 박사가 처음으로 방한했다. 그는 “최근 입소문 마케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어떤 제품이 입소문이 많이 날지도 뉴로마케팅을 이용하면 사전에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로마케팅을 이용하면 소비자의 진짜 욕구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왜 그런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신상품이 나왔을 때 자신의 진짜 욕구를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진짜 욕구를 본인도 모를 수 있고, 사회적 이목이 두려워 진짜 원하는 바를 밝히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뉴로마케팅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 않는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말해달라며 불편함을 주지도 않는다. 그룹 데이터를 모을 뿐 개별 소비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개인적인 욕구가 노출될 우려도 없다.
말이 많은 광고와 이미지, 음악에 초점을 둔 광고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감정적인 측면을 사로잡는 광고가 더 기억이 잘되고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소비자를 놀라게 하는 요소를 포함시키는 것도 효과적이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광고는 뇌에서 감정을 감지하는 중심부분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잘 기억한다.
뇌 과학은 전통적인 의사결정을 뒤엎고 있다.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것이다. 이성은 감정에 의한 의사결정을 사후적으로 합리화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뉴로마케팅 관점에서 효과적이었던 광고 사례를 소개해 달라.
제품에 대한 내용 대신 멋진 음악, 볼거리, 유머와 놀라운 요소를 포함시켜서 유명해진 광고를 소개하고 싶다. T모바일이라는 기업이 만든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 무려 26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아이들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에비앙 광고도 재미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5900만명 이상이 유튜브 동영상을 감상했다.
뇌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를 모으고 조합하기만 하면 효과적인 광고가 될 수 있나.
광고마다 목적이 다르다. 뇌를 사로잡을 수 있는 공식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공식을 따르면서도 광고업자의 창의성이 개입될 여지는 충분히 많다. 즉 어떤 음악을 고르고 스토리라인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제품의 어떤 측면을 부각시킬 것인지, 어떤 감정을 유발시킬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다. 자발적으로 시청하고 퍼뜨린다. 광고를 이제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사람들의 잠재의식적인 감정 반응을 측정하면 어떤 광고가 향후 입소문이 많이 날지를 사전에 알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광고나 제품에 대해 그들이 느끼는 진짜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 입소문이 많이 날 수 있는 광고나 제품을 개발한다면 사후적인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사람들의 표정으로 감정을 인식하는 ‘감정 인식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뉴로마케팅과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내기 위한 동기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감정 인식 시스템을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감정 인식 소프트웨어는 광고처럼 동적인 자극에 적합한 반면 우리가 개발한 온라인 뉴로마케팅 소프트웨어와 기능 자기공명영상(fMRI)은 제품의 콘셉트, 브랜드 가치, 포장 디자인, 브랜드·제품 속성과 같은 정적인 자극에 적합하다. 온라인 뉴로마케팅 소프트웨어는 사람들을 개별 단어나 이미지에 노출시킨 뒤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해 브랜드, 제품, 서비스에 대한 그들의 잠재의식을 파악한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뇌파를 측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고 쓸모도 없다고 한다. 현재 뇌 과학에서 한계가 있다면 무엇인가. 뇌 과학이 마케팅에 좀 더 활용되려면 어떤 점을 극복해야 하나.
현재 이용 가능한 뉴로마케팅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각각의 방법론은 물론 장단점을 갖고 있다. 각각의 방법론이 적절한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다면 소비자의 감정에 대한 영감을 얻는 데 효과적이다. 이들 영감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끼는지 직접 물어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영리한 뉴로마케터라면 fMRI(기능 자기공명영상), EEG(뇌전도), 생물학적인 방법 등의 수단을 확보한 다음 특정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방법이 가장 적절한지를 제시해준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역량을 가진 기업들, 특히 아이트래킹(눈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시스템) 전문 기업, EEG 전문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가진 역량으로 어떻게든 대충 해결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최적의 방법으로 마케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뉴로마케팅은 브랜드, 제품, 서비스, 환경 이슈, 정부 정책, 선거 후보자 등에 대한 사람들의 잠재의식을 파악하고자 할 때 유용하다.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젬마 캘버트 박사
세계에서 가장 큰 뉴로마케팅 회사 중 하나인 뉴로센스를 창립했다. 현재 뉴로센스의 매니징 디렉터로 있으면서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의 난양 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뉴로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런던정경대학(LSE) 학부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뇌기능검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