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파이낸싱’은 가능할까. 두산그룹 계열사 밥캣이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두산그룹이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직후 인수한 세계적인 중장비 업체 밥캣의 리파이낸싱 시기가 올 연말로 다가옴에 따라 ‘리파이낸싱’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밥캣 인수 후 이와 관련된 유동성 위기설로 두산그룹이 곤혹을 치렀던 만큼 밥캣의 리파이낸싱 여부가 두산그룹 주가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미래에셋 자금 회수 나서
재계에서는 일단 밥캣의 리파이낸싱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펀드 투자사들이 올 연말 우선주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두산그룹은 올 연말까지 FI들에게 상당한 투자 금액을 반환해야 할 처지다.
밥캣 인수 과정에서 FI로 나서며 1억500만달러를 투자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까지 약 54%에 이르는 높은 누적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만 따져도 약 900억원대의 투자 수익이 예상된다. 높은 수익률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 금액을 회수해야 하는 이유는 투자금이 펀드로 충당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과의 자산운용 계약에 따라 수익을 분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더라도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게 미래에셋 측의 설명이다.
이에 미래에셋과 함께 FI로 참여했던 신영증권과 동양증권, 한국투자증권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신영증권은 2억5000만달러를, 한국투자증권과 동양증권은 각각 2억달러를 밥캣에 투자했다. 이들 FI들은 밥캣 전환우선주의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연복리 9%의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 조건을 보장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미래에셋의 회수 판단이 나온 만큼 다른 FI들 역시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B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을 포함해 최소 4억~4억5000만달러 규모는 풋옵션을 행사, 일단 수익을 챙길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하반기 글로벌 건설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해 2분기 깜짝 실적이 회복세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FI들의 판단이다. 두산그룹의 설득에 FI들이 리파이낸싱에 나서더라도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흑자 내기 시작한 밥캣
반면 밥캣의 리파이낸싱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도 있다. 2007년 인수 이후 계속된 적자 행진을 이어오던 밥캣이 올 2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밥캣의 모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 밥캣의 모기업)의 2분기 매출액은 1조11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5% 늘어났다. 두산그룹이 인수한 뒤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2분기 영업 이익도 역대 최대 규모인 7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2%나 늘었다. 미운 오리 새끼였던 밥캣이 이처럼 높은 실적은 낸 데는 미국 소형 건설시계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마케팅 및 생산관리 비용이 줄었고, 효율성이 높아진 점 등이 매출에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전 세계적인 곡물가격 상승세로 인해 농기계의 수요가 늘면서 매출을 높여줬다.
금융권에서는 이 때문에 올 연말로 예정된 밥캣의 리파이낸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밥캣의 수주 잔고가 높고, 미국 및 유럽의 건설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점 역시 밥캣과 두산그룹의 앞날을 밝혀주고 있다.
건설경기와 3분기 실적이 관건
두산그룹은 일단 하반기에 도래하는 FI 차입금 1조2000억원을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해 해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FI 확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밥캣이 2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우리가 예상하는 만큼은 아니다”며 “리파이낸싱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일단 기존의 FI들을 설득하는 한편 새로운 FI도 물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밥캣이 두산그룹의 불안 요소가 될지 비상을 위한 성장엔진을 될지는 3분기 실적과 함께 올 연말 리파이낸싱의 결과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