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힐링(Healing)이다. 사전적 의미는 몸과 마음의 ‘치유(治癒)’. 한자를 살펴보면 ‘치료하여 병(病)을 낫게 하는 일’이다. 잘 먹고 잘 살자던 웰빙(Welling)은 병을 낫게 하는 힐링의 득세에 어느새 슬쩍 꼬리를 감췄다.
TV 속 <힐링캠프>가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서점가는 이미 힐링 서적이 스테디셀러다. 영화와 연극, 여행 등의 분야는 앞뒤로 힐링 코드를 접목하기에 바쁘다. 사회적인 열풍에 정재계라고 움직임이 다르지 않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의 무엇이 치유 열풍을 불러온 것일까. 쓰나미처럼 몰려온 힐링은 언제까지 뒷심을 발휘하게 될까.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힐링할 수 있을까.
각계 전문가들의 답변엔 ‘소통’과 ‘공감’이 빠지지 않았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혜민 스님은 “힐링은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라며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고마워할 줄 알아야 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Part ❶ 대한민국 머스트 해브 아이템, 힐링
사회·문화분야 전문가들은 힐링의 존재가 뚜렷해진 건 지난해부터라고 이야기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교 교수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회자된 이후 힐링 열풍이 힘을 얻었다”며 “무한경쟁 사회, 물질위주 사회가 더 각박해지면서 ‘힘들고 외롭고 지친 삶이 당신만은 아니다’란 공감과 위로가 소속감과 동질감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행복은 요원하고 자살률 1등이란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실제로 ‘행복지수’를 척도로 환산한 삶의 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었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의 ‘OECD 국가 삶의 질 구조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OECD 34개국 중 한국은 10점 만점에 4.20점으로 32위를 기록했다.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터키(2.90)와 멕시코(2.66)가 전부. 가장 행복한 나라는 덴마크(8.09점), 오스트레일리아(8.07점), 노르웨이(7.87점), 오스트리아(7.76점), 아이슬란드(7.73점) 순이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건강상태 32위, 생활 필수시설을 못 갖춘 가구 비율 31위, 가처분소득 27위, 살해율 26위, 투표참가율 26위, 1인당 방(房) 수 25위, 고용률 21위 등의 분야가 모두 하위권이었다.
자살률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OECD 통계로 보는 여성 고령자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남성 39.3명, 여성 19.7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은 남성 18.1명, 여성 5.1명. 한국 남성의 자살률은 OECD 평균보다 2.2배, 여성은 3.8배나 높았다.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해 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는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살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직업인의 노동 강도가 제일 세고 행복지수는 가장 낮다. 힐링이란 단어가 먹힐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템플스테이 등을 떠올렸는데 지금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된 것 같다. 더불어 힐링이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시형 신경정신과학 박사(힐리언스 선마을 촌장)는 저성장 시대의 사회 문제를 지적했다.
“앞만 보고 달렸던 고성장 시대의 이면에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정점에 이르렀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 흐름에 행복은 답답하기만 하고 고민은 늘어간다. 이제 폭발하거나 쓰러지거나 둘 중 하나인 시대다. 이러한 시기에 힐링은 당연한 시대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