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나홀로 선거전을 통해 19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유력 대권주자로 입지를 굳힌 가운데 그의 핵심 경제 참모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위원장이 올 연말 대선 승리를 통해 집권하게 되면, 이들의 정책 성향이 국가 정책에 상당 부분 반영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이 참모들은 박 위원장과 장시간 경제 공부를 함께 하며 공감대를 넓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박 위원장이 복지 중심의 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경제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들과의 오랜 토론과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박 위원장의 경제 참모들은 원외와 원내로 구분할 수 있다.
원외 경제참모는 박 위원장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에 소속된 학자들을 주로 들 수 있다.
이들의 그간 발언, 논문 등을 살펴보면 최근 박 위원장의 바뀐 경제 정책 스탠스가 저절로 읽혀진다.
박 위원장의 원외 경제 참모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김광두 서강대 교수다. 박 위원장과의 인연도 아주 오래됐다. 김 교수는 박 위원장의 경제 정책 방향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의 기본 철학은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라며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의 배경은 바로 탐욕이고, 이 탐욕을 적정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온 배경을 엿볼 수 있다.
그는 2005년 ‘이데올로기와 국가경쟁력’이란 글에서 “복지에 대한 자원배분은 국가경쟁력의 약화가 초래되어 국민 생활수준의 하락이 초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운용되어야 한다”고 썼다.
김 교수는 서강대를 나왔으며 하와이대에서 박사를 했다.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한국의 국제수지 조정 정책’이다.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연구원에는 김 교수와 같은 학교 출신이 또 있다. 김인기 중앙대 교수와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서강대 출신이다. 이들을 일컬어 일명 서강학파로 부른다. 홍 교수는 국제금융론 거시경제학이 주전공이며, 미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했다.
김 교수는 화폐금융 전문가다. 재경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2년 ‘시장경쟁구조 변화와 대형은행의 독과점력 행사 여건에 대한 분석’이란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연구원에는 김광두 교수와 ‘박근혜 정책 브레인’ 중 이미 이름이 나있는 김영세 연세대 교수와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도 있다. 김 교수는 이혜훈 의원의 남편이다. 2007년 대선 경선부터 박 위원장을 도왔다. 국가미래연구원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신 교수는 1998년 박 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하던 당시부터 인연을 맺었다.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을 거쳐 숙명여자대 경제학과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UCLA에서 경제학 박사를 했다. 연구원에서 복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인사로는 최성재 서울대 교수가 있다. 주로 고령화사회와 노인 복지 문제를 그동안 연구해왔다. ‘복지국가와 가족’ ‘미국의 노인복지에 있어서의 사회복지와 실버산업의 역할’이란 주제로 글을 쓰기도 했다.
서울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석·박사를 했다. 노인복지학, 사회복지조사방법론, 사회복지행정론 등의 책을 펴냈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와 임병인 충북대 교수는 재정 전문가로 최근 재정과 복지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옥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복지 문제를 재정 투입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조세 확보 과정에서 시장 기능이 위축되고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의료서비스 특성을 감안한 고령자가구의 의료비 지출 분석’ ‘은퇴 후 필요소득수준과 국민연금 및 퇴직연금의 자산 충분성’ 등의 논문을 쓴 바 있다. 두 사람은 국내에서만 공부한 순수 국내파다. 옥 교수는 서울대에서, 임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학·석·박사를 동시에 했다.
의료 복지에는 김진현 서울대 교수가 있다. 김 교수는 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특정 질병에 따라 보장성을 높이는 것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지금도 암 질병의 본인부담금이 다른 질환에 비해 낮은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데, 질병과 상관없이 보장성을 높이는 게 사회보험제도의 기본 원리에 맞다”고 주장했다.
조명현 고려대 교수는 경영이 주 전공분야다. 1998년 ‘기업의 소유구조와 기업가치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란 주제로 논문을 쓴 바 있다. 원내에서는 4선의 이한구 의원, 3선의 최경환·유승민 의원이 경제 참모로 분류된다.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경제 참모 보다는 큰 판을 읽어내고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책 브레인’으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중 이한구 의원이 국가미래연구원에 소속돼 있다. 이 의원은 박 위원장의 초기 경제 선생님 중의 한명이다. 그는 재무부에서만 10년 가까이 근무했고,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을 지낸 이력도 있다. 친시장주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