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우리나라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시행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과정을 통해 이룩한 경제발전은 정부와 민간의 많은 노력 덕분이지만, 그 근저에는 한국전쟁과 외환위기 등 시련을 딛고 일어나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강인한 적응력으로 이끌어 온 기업가정신(起業家精神, Entrepreneurship)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 우리 사회 전체가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지난 50년을 살펴보면 우리는 분명 강한 기업가정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두 번의 큰 기업가정신의 물결을 만들어왔다. 1960~1980년대의 대기업 주도 경제발전 시기에 나타난 제1세대 기업가정신과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벤처 붐을 타고 일어난 벤처기업가 주도의 제2세대 기업가정신이 그것이다.
기업가정신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방식’이다. 즉, 기업가정신에서 말하는 기업가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기업가(起業家, Entrepreneur)이지 그냥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가(企業家, Businessman)가 아니다. 그간 선진국 ‘따라가기’와 일부 산업에서 ‘따라잡기’에 성공한 우리나라가 이제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가기’를 하려면 그 해답은 경쟁자들보다 먼저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 밖에 없다. 이것은 기업가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상황에서 새롭게 만들어갈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제3세대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필자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의 모습이 다음 요소들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 제3세대 기업가정신은 단지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경제·사회·교육·정책 영역 모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문화를 바꾸는 큰 물결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 서비스 활동도 사회적 가치를 연쇄효과를 통해 증폭시키는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정부정책에도 국가예산의 효과적 집행을 위해 공공기업가정신의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둘째, 제3세대 기업가정신에서 추구하는 가치에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윤리적 가치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 약육강식의 차가운 경제체제가 아니라 공정하고 따뜻한 경제체제를 설계하고 이를 지켜갈 제도적·실천적 장치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제1세대 기업가정신이 대기업 주도로, 그리고 제2세대 기업가정신이 벤처기업 주도로 발전하였다면, 제3세대 기업가정신은 대기업, 중소벤처기업, 정부, 대학, 사회단체들이 모두 참여하여 특정 그룹의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가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 셋째, 기업가정신은 기회에 대한 강한 집착과 전략적 의지를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높고 구체적인 목표 설정, 그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집착과 전략적 의지, 그리고 높아 보였던 중간 목표들을 달성하면서 생긴 자신감과 지속적 긴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제3세대 기업가정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처한 위기 상황을 공감하고 반드시 달성해야 할 각 조직의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얻어서 또 다시 한 번 그 목표를 향해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안정성을 원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세상이 빨리 변하기 때문에 당장은 안정적으로 보이는 일이라도 언제까지나 안정적이지 않다.
이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 대응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이의 실현을 위해 일하고 함께 나누는 동태적인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안정을 이루는 길이며, 이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이 추구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새로운 시도를 해서 성공했을 때의 가치와 이익이 새로운 시도를 해서 실패했을 때의 위험과 손해보다 더 커지는 기업가정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래야 2012년이 제3의 기업가정신의 물결이 일어나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