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피터 서덜랜드`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미국 주도 TPP 협정은 매우 위험한 발상”
입력 : 2012.03.23 14:29:41
■ 글로벌 리더십 회복 ·도하라운드처럼 명확한 국제기준 하에 다양한 국가간 통합을 이뤄야 ·단일 무역협정 이뤄진다면 1700억 달러 새 가치 창출
“환 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전 세계의 리더십을 가져야 할 미국이 자국 중심의 경제 블록을 형성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잃었다.”
그는 거침이 없었다. 피터 서덜랜드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은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자리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경제 블록의 형성과 보호무역주의의 증가로 지역 간 정치적 갈등 및 위기의 씨앗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지금이 과거 경제위기 때보다 더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쏟아부었다. 말투는 차분했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뭔가 화가 난 듯했다.
무엇이 그를 이처럼 화가 나게 만들었던 것일까? 서덜랜드 회장은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사무총장이었고 이 체제를 세계무역기구(WTO)로 탈바꿈시키는데 주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서방에서는 그를 WTO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가 평생에 걸쳐 한 작업은 전 세계의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의 조류는 서덜랜드나 WTO가 주장하는 다자주의의 무역협정(도하 라운드)이 아니라 당장 무역협정이 필요한 양국이 단일한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과 미국의 FTA 등이다.
하지만 서덜랜드 회장이 보기엔 양국 간 단일 무역협정 체결은 글로벌 리더십 붕괴와 경제 블록화이다.그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한·중·일 FTA에 대해서도 “지역 간 경제체제로 발전해서는 안된다”며 “중국이 보다 멀리 내다보고 틀을 구상하면서 글로벌한 리더십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권 분열은 과거 세계화(Globalization)를 통해 얻은 인류의 혜택을 뒤로 돌리는 역사적 퇴보라고 평가했다.
서덜랜드 회장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전 세계적으로 완벽한 단일 무역협정을 통한 세계화가 이뤄질 수 있다면 1700억 달러의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그는 도하라운드처럼 명확한 국제적 기준 아래 다양한 국가들을 모아서 하나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 경제 리더십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해야 ‘스파게티 볼(Spaghetti Bowl)’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스파게티 볼 효과는 스파게티 그릇 속의 국수가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상을 빗댄 말로, 여러 나라와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체결하면서 원산지 규정과 통관 절차, 표준 등 협정 내용이 뒤엉켜 FTA 활용률이 떨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그는 현재 유럽의 상황에 대해 “장기적으로 유럽은 안정적 재정정책을 운영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당면한 위기이기 때문에 나는 ECB가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덜랜드 회장은 아일랜드와 영국,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으며 주로 아일랜드에서 생활했다. 1985년 EU의 집행위원으로 임명됐으며 교육, 국가경쟁력 강화 정책 등에 대한 책임자로 일했다.당시 그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1987년 만들어진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유럽 지역내 교육 통합 작업의 일환으로 일종의 교환 학생 프로그램이다.
이후 서덜랜드 회장은 GATT (현 WTO)의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미국 통상장관이었던 미키 캔터는 그를 ‘세계화의 아버지’, ‘그가 없었으면 WTO도 없었다’라고 할 정도로 극찬했다. 우루과이 라운드 역시 그가 GATT 회장이던 1994년에 체결된 것이다.
그는 현재 영국 런던에 소재한 골드만삭스의 자회사인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