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은 무죄?’
대명콘도, 오션월드로 잘 알려진 대명리조트그룹이 사업 다각화에 나서며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대명리조트그룹은 주력인 레저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외식산업, 호텔산업 외에도 상조업과 보안업 및 항공업 등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진출을 밝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대명리조트그룹의 변신은 창업주 故서홍송 대표의 독자인 서준혁(32) 대명엔터프라이즈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대표로 취임한 그는 한달 만에 보안업체인 웹게이트를 대명엔터프라이즈에 합병하더니, 최근에는 비즈니스호텔업 진출과 함께 저가항공사 인수를 통해 항공업에도 진출 의지를 밝힌 상태다.
이에 앞서 서 대표는 대명엔터프라이즈를 통해 프랜차이즈 외식사업에 나서는가 하면 레저업체로는 특이하게 상조업에도 진출하는 등 콘도·리조트 경영 일색이던 대명그룹의 수익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2세의 대표 취임과 동시에 그룹의 색깔을 전면적으로 바꾸며 공격경영에 나선 대명리조트그룹. 한때 세계 1위의 테마파크에 선정될 정도로 한우물을 팠던 대명리조트그룹의 변신을 지켜봤다.
건설·레저·라이프·항공 4개축으로 개편
대명리조트그룹은 1979년 대명건설로 시작해 국내 최초로 리조트사업에 진출하며 급성장한 국내 레저산업 1위 업체다. 그룹의 총 매출규모는 2조원대로, 지주회사인 대명홀딩스는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4740억원, 영업이익 27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66억원이다.
최근에는 레저산업의 경쟁 심화와 건설경기의 하락으로 그룹 전반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레저 및 건설이 아닌 다른 분야로의 사업다각화에 나서며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명리조트그룹에 따르면 건설과 레저 부분은 기존의 강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즈니스호텔로 새롭게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이미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호텔 부지로 사용할 명동과 강남 일대 건물을 알아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및 빌딩이 확보되면 곧바로 리모델링에 들어가 오픈할 것이란 설명이다. 호텔업계에서는 “리조트업체 중 최다 회원을 보유한 대명리조트를 통해 유입되는 인바운드 고객만으로도 비즈니스 객실 운영은 가능해 보인다”며 “운영 중인 리조트와 연계한다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5월 합병한 웹게이트를 통한 보안산업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특히 아날로그CCTV를 대체할 HD CCTV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중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전략을 밝혔다. 이 밖에도 떡볶이 프랜차이즈업체인 ‘베거백’과 퐁뒤치킨으로 잘 알려진 ‘스토리런즈’ 등 외식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그러나 재계의 관심은 지난해 11월 故서홍송 창업주의 10주기에 발표된 ‘항공사업 진출계획’에 쏠려 있다. 계열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저가항공사인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을 인수해 항공사업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명리조트그룹은 이미 항공업에 한발을 걸친 상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아시아와 호주, 유럽을 잇는 약 132개 노선을 보유한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국내 영업권을 획득해 인천~쿠알라룸푸르 취항에 나섰다. 대명리조트그룹은 저가항공사 설립 붐이 일던 2000년대 중반부터 항공사업에 관심을 가져 왔다고 밝혔다.
오너 2세가 신사업 전면에 나서
대명리조트그룹의 신사업은 지난해 1월 대명에 인수된 대명엔터프라이즈(구 ㈜HS홀딩스)가 주도하고 있다. 보안감시업체인 웹게이트의 합병과 비즈니스호텔업 진출, 항공사업추진 역시 모두 대명엔터프라이즈가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대명엔터프라이즈의 대표가 바로 대명리조트 창업주인 故서홍송 대표의 1남2녀 중 아들인 서 대표라는 점이다. 서 대표는 지난해 11월 그룹 전면에 나서며 대명리조트그룹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런 대명리조트그룹의 변신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명이 밝힌 신사업의 리스크가 높다고 여기고 있어서다. 특히 항공업에 대해서는 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산업의 특성상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가고 경기 변화와 유가 등 외부 요소들로 인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사업이어서 대명리조트그룹의 규모에서는 무리한 사업 진출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그룹 매출 규모가 2조~3조원대로 대명리조트그룹과 비슷한 규모인 애경그룹 역시 제주항공 설립 당시에는 자본금으로 100억원만을 투자했지만, 이후 계속된 유상증자를 통해 제주항공의 자본금을 1100억원까지 늘린 상태다.
서 대표는 이와 관련, “항공사업 진출은 이미 2~3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것”이라며 “이미 실탄도 500억~600억원 정도를 확보한 만큼 기회가 된다면 저가항공사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항공사가 집중하는 동남아 노선 대신 유럽·미주 노선에 집중해 차별화를 이루는 것은 물론, 대명리조트의 해외 진출과도 연계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명리조트그룹이 항공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 역시 많다. 인수 대상으로 지목된 티웨이항공 및 이스타항공과의 협상이 아직까지 진척되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지난해 12월23일 요구한 조회공시에 따르면 인수 주체인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아직까지 인수 협상과 관련해 내부 검토만을 진행하고 있을 뿐, 확정된 사안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대명리조트그룹이 항공사업 진출에 대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가격’을 꼽고 있다. 인수 대상으로 지목된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대명리조트그룹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티웨이항공의 경우 예약대금과 부채 등을 제외하고 200억~300억원 정도를, 이스타항공 역시 동일한 조건에서 최대 1200억원을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명리조트그룹은 두 회사 모두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선과 태국, 일본 등 항공자유화 지역에 취항하고 있어 매력도가 떨어지는 데다 부채 또한 많아 너무 비싼 가격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행보에 주목
대명엔터프라이즈를 이끌고 있는 서준혁 대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명리조트그룹이 저가항공사 인수가 아니라 자체 회사를 설립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국내에 항공사가 너무 많다고 여기고 있고, 초기 설립 비용도 막대하며, 노선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체 설립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재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대명리조트그룹의 행보에 여전히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건설 및 리조트를 중심으로 한 호텔업과 상조, 항공업 진출이 서 대표의 의도대로 이뤄질 경우 대명리조트그룹의 위상도 단숨에 올라갈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30대의 젊은 대표를 내세우며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선택한 대명리조트그룹. 레저업계 1위의 명성을 신사업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서 대표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