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텔업계의 화두는 비즈니스호텔(중저가)이다. 특1급 호텔과 비교하면 작은 객실(약 26㎡), 부족한 부대시설이 아쉽지만 낮은 객실 단가에 특급호텔에 준하는 서비스를 무기로 90%가 넘는 객실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1000만명을 넘어선 해외관광객도 비즈니스호텔 성장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이미 대기업 계열인 롯데와 신라도 비즈니스호텔 진출이 한창일 만큼 매력적인 사업 분야로 떠올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서울 도심의 특1급 호텔 군이 각각 사업성을 검토하고 진출을 발표할 만큼 블루오션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듯 호텔업계 전체가 들썩이는 가운데 “지금은 분위기가 과열돼있다. 성공만을 꿈꾸며 달려들면 공멸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이가 있다.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주명건 앰배스텔(앰배서더 그룹의 자회사)대표가 그다.
“대기업까지 뛰어들진 몰랐네요.(웃음) 환율 탓에 일본과 중국 관광객의 쇼핑 관광이 늘었어요. 지난 3년간 매년 20~30%씩 증가했지요. 하지만 지난 20년간을 놓고 보면 고작 4% 늘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 중저가호텔 객실 3만~4만개가 논의되고 있어요. 특1급 호텔을 제외하고 경쟁력 있는 중저가 객실은 1만개도 안 됩니다. 이건 위험한 발상이에요.”
주 대표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급작스러운 공급은 업계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4% 선이 적당한데 30~40%를 빠르게 늘리라는 건 성급한 것이죠. 정부에서 주도할 게 아니라 시장의 순기능에 맡겨야 합니다. 필요하면 만드는 게 당연한 일 아닙니까. 아니 제가 비즈니스호텔 사장인데, 서울시 투자관이 호텔에 대해 더 잘 안다니까.(웃음)”
“한다면 한다” 앰배서더의 돈키호테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은 프랑스 호텔그룹 아코르(ACCOR)사와 앰배서더 그룹이 합작한 비즈니스호텔. 2003년 국내 최초로 서울 대치동에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을 오픈한 이래 2006년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 2008년 ‘이비스 앰배서더 수원’, 2011년 ‘이비스 앰배서더 부산 시티 센터’, 2013년 5월엔 서울 인사동에 ‘이비스 앰배서더 인사동’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 모든 사업을 추진한 이가 주 대표다.
“처음 이비스를 시작할 땐 반대도 많았어요. 최소한 구색은 갖춰야 하는데 특급호텔의 보수적인 면을 다 바꿨으니.(웃음) 사실 이비스 이전의 호텔은 산업이 아니라 부동산이라는 게 어울렸어요. 투자해서 이익을 창출하고 신규 투자하는 게 아니라 요지에 땅을 사서 큼직한 호텔을 짓고 부의 상징이 되는, 그러니 수익구조는 뒷전이었습니다. 이비스 이후에는 투자와 수익의 공식이 맞아가고 있어요.”
1986년 호텔업계에 투신한 주 대표는 이전까지 삼성그룹 비서실에 근무하던 재원이었다. 도대체 왜 떠났느냐고 물으니 “궁합이 안 맞았는지 재미가 없었다”는 당연한(?) 답이 돌아왔다. 재미있으려고 돌진한 앰배서더호텔그룹은 당시 프랑스의 아코르사와 합작 계약을 하기 위해 분주했다. 독학으로 섭렵한 영어 실력을 믿고 협상테이블에 통역으로 나선 주 대표는 단 한마디로 홈런을 쳤다.
“그땐 계약을 해야 수가 보이는 절대적인 상황이었어요. 아코르사는 소피텔(Sofitel), 노보텔(Novotel), 이비스(Ibis) 등의 호텔 브랜드를 갖고 있었는데, 우린 최고급 브랜드인 소피텔을 원했고 아코르는 그보다 아래인 노보텔을 주장하더군요. 그 사람들이 먼저 안 되겠다고 일어서는 거야. 급한 마음에 통역을 맡은 제가, 그땐 말단 과장이었는데 노보텔이 한국에선 특급호텔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그랬더니 다시 앉더군요.”
단돈 1만원 결제받기도 쉽지 않은 시절에 수백만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킨 그를 두고 사내에선 돈키호테란 별명이 돌았다. 그룹에서도 전폭적인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과장으로 입사해 호텔업계에서 몇 안 되는 전문경영인이 된 것도 그러한 기대와 성과가 뒷받침됐다. 국내 호텔업계의 화두로 자리한 비즈니스호텔의 성공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인터뷰 말미에 돈키호테적 계획을 묻자 돌아온 답변에 개인적인 꿈이 엿보였다.
“우선은 항상 젊게 살고 싶어요. 많이 이뤘다? 그렇게 생각하면 재미없어서 못살지. 또 하나, 한국이 제대로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서비스업이 바로 서야 합니다. 특히 호텔 분야가 취약한데 유독 외국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어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브랜드가 필요합니다. 아, 이거 너무 앞서간 건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