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가 상장 첫날 460% 폭등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8월 19일 상하이 증시에 입성한 유니트리 의 주가는 공모가 150.8위안으로 출발, 장중 629%까지 치솟은 뒤 845위안으로 마감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약 61억 위안(약 1조3000억원). 춤추고 달리는 로봇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이 양산을 넘어 자본시장까지 진입했음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미국이 휴머노이드 패권의 핵심을 두뇌에서 찾았다면 중국의 경쟁력은 몸에 있다. 빠르게 만들고, 저렴하게 생산해,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하길 반복했다. 휴머노이드는 AI 소프트웨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센서, 배터리 등 수많은 부품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균일한 품질로 양산해야 한다. 중국 제조업의 힘이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력으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양산 속도는 이미 숫자로 나타난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Omdia)는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을 약 1만3000대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상하이의 애지봇(AgiBot)은 이 가운데 5100대 이상을 출하해 약 39%를 차지했다. 유니트리는 역시 자체 집계 기준 5500대 이상 고객에게 인도했고, 총 생산량은 6500대를 넘겼다고 밝혔다. 집계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수백 대 수준의 프로토타입 단계를 지나 수천 대규모의 양산·공급 체제를 안착시켰다는 점은 명확하다.
가격 역시 중국의 양산 능력을 보여준다. 유니트리가 내놓은 보급형 모델 G1의 공식 판매가는 1만3500달러(약 1800만원) 부터 시작한다. 대학 연구소나 중소기업이 대량 구매해 실증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가격대다. 중국에는 현재 150곳이 넘는 휴머노이드 관련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전기차·배터리·전자·산업 자동화에서 축적한 제조 공급망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기준 로봇 모터용 자석에 필수적인 희토류 채굴의 60%, 분리·정제의 91%를 장악했다.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 점유율은 94%에 달하며, 리튬이온 배터리 중·하류 공급망 점유율 역시 80%를 넘어선다.
중국 정부도 이 과정을 산업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2023년 중국은 휴머노이드 산업 육성 지침을 통해 2025년까지 혁신체계를 구축하고 2027년까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산업·공급망 체계를 형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7개 부처가 추진한 ‘로봇+’ 행동계획은 제조·농업·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로봇 응용을 확대하는 정책이다. 2025년에는 ‘임바디드 AI(Embodied AI)’가 처음으로 중국 정부 업무보고의 미래산업 목록에 포함 됐다.
중국의 또 다른 강점은 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수집하는 데이터가 많다는 것이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학습하는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피지컬 AI는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부딪히며 행동 데이터를 쌓아야 진화한다. 물체를 쥐다 떨어뜨리고, 무게중심을 잡고, 작업장 장애물을 회피하는 모든 시행착오가 필수 학습 데이터가 된다.
유비테크(UBTECH)의 ‘워커 S1’은 BYD 공장에서 운반 작업을 수행하며 자율물류 시스템과 연동되고 있다. 워커 S는 니오(NIO) 생산 라인에서 자동차 조립과 품질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상하이 푸둥에는 제조사가 다른 휴머노이드를 한곳에서 훈련시킬 수 있는 중국 최초의 이기종 휴머노이드 훈련장도 만들어졌다. 실제 작업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검증하기 위한 시설이다.
로봇을 대량으로 찍어내 현장에 깔수록 더 많은 물리적 실패와 성공 데이터가 모인다. 축적된 데이터는 AI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고, 고도화된 지능은 다시 신형 로봇에 탑재된다. 중국이 설계한 ‘양산→배치→데이터 수집→AI 개선→재양산’이라는 데이터 플라이휠 전략이다.
물론 중국이 시장의 최종 승기를 잡았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올해 베이징 세계로봇대회에는 300여 개 로봇 기업이 참가해 2000개가 넘는 제품을 전시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생산성과 투자수익률(ROI) 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인간 작업자를 안정적으로 대체할 만큼 장시간 자율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는 아직 제한적이며, 상당 수 로봇은 생산 자체보다 데이터 수집과 시험에 활용되고 있다.
다만 미·중 경쟁의 구도는 선명해지고 있다. 미국이 0에서 1을 만드는 로봇 지능의 원천기술을 선도한다면 중국은 1을 100으로 확대하는 제조·양산·실증의 속도에서 우위를 쌓고 있다. 유니트리의 상장은 막대한 민간 자본까지 공급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다.
피지컬 AI의 승부는 수만 대의 로봇을 공장에 밀어 넣어 스스로 학습하게 만드는 역량에서 갈린다. 미국이 휴머노이드의 두뇌를 만드는 제국이라면 중국은 그 두뇌를 탑재할 몸과 공장을 만드는 제국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머노이드의 정교한 손 조작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주력하는 국내 기업 리얼월드(RLWRLD)의 이강욱 최고사업책임자(CBO)는 한국은 생태계를 연결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AI 연구 인력과 반도체, 로봇 하드웨어·부품 기술뿐 아니라 고도화된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이 매우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협업 진화’ 모델이 필요합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