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주인이 딜리버리히어로(DH)에서 우버로 바뀜에 따라 향후 국내 배달앱 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민이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의 추격이 매섭다. 이에 따라 새 주인을 찾은 배민이 본격적으로 1위 수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시장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이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 체제로 편입된다. 우버가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를 인수하기로 하면서다. 우아한형제들의 최대주주는 싱가포르 합작법인 ‘우아 DH 아시아’(지분 99.98%)이며 나머지 0.02%는 ‘딜리버리히어로 SE’가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DH가 우아한형제들을 100% 지배하는 구조다.
DH의 전체 기업가치는 148억 달러로, 우리 돈 약 22조원 규모다. 우버가 앞서 매입한 지분을 반영한 실질 인수 규모는 137억 달러(한화 약 20조3000억원) 정도다. 거래는 규제 승인 등을 거쳐 2027년 하반기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DH는 이번 거래에 대해 “우버의 글로벌 기술 플랫폼 및 모빌리티 네트워크와 회사의 선도적인 로컬 배달 브랜드, 입점업체와의 밀도 높은 상호작용, 빠르게 성장하는 퀵커머스 역량이 시너지를 일으킬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수로 전 세계 50개 시장에서 운영 중인 DH 산하 플랫폼들이 우버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번 인수는 세계적으로도 치열한 배달·운수 플랫폼 간의 인수합병 경쟁 가운데 나왔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자사 지분 일부를 대가로 2018년 우버의 동남아 지역 사업을 인수했다. 그랩은 우버가 눈독 들이던 대만의 배달앱 푸드판다를 6억 달러에 인수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배달앱 도어대시는 지난해 영국의 딜리버루를 인수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우버는 모빌리티와 배달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시장의 수를 두 배로 늘리며 검증된 플랫폼을 확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우버의 이번 인수 추진 역시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 앞서 우버는 2013년 카풀 서비스 ‘우버X’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2015년 철수했다. 2021년 시장에 재진입해 ‘우버택시’를 운영 중이지만 카카오T 등에 밀려 존재감이 작다. 배달앱 시장에선 2017년 ‘우버이츠’를 내놨다가 배민에 밀려 2019년 철수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고전한 우버는 이후 개별 시장에 신규 진입하기보다 현지 1위 플랫폼을 인수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배민 인수가 이뤄지면 우버는 한국에서 모빌리티와 배달 사업을 함께 보유하게 된다. 우버는 다른 국가들에서도 두 분야를 하나의 구독 서비스로 연결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우버는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는 고객의 거래액과 이익이 한 가지 서비스만 이용하는 고객보다 약 3배 많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민과 쿠팡이츠가 사실상 양분하는 구조다. 배민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위 쿠팡이츠가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결제 추정액은 배민이 5조7332억원, 쿠팡이츠가 4조 2684억원이다. 배민은 전년 동기 대비 결제 추정액이 11.9% 증가하며 순조로운 성장을 이어갔다. 다만 쿠팡이츠가 같은 기간 19.8% 증가하며 증가율로는 더 큰 성장세를 보였다. 쿠팡이츠는 2024년 3월 ‘쿠팡 와우 멤버십 무료배달 혜택’을 도입한 후 배민과의 격차를 좁혀왔다.
지난해 배달 플랫폼 중 1인당 평균 결제 횟수가 가장 높은 리테일 브랜드는 쿠팡이츠(5.7회)로, 배달의민족(4.7회)와 1회가량 차이 난다. 평균 결제금액 추정치는 양사 모두 2만2000원에서 2만4000원대로 큰 차이가 없었다.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의 무기는 ‘24시간 심야배달’과 ‘일반 회원 무료배달’. 쿠팡이츠는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던 오전 3~6시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24시간 배달’ 체제를 구축했다. 쿠팡이츠가 ‘자체배달’로 24시간 체제를 운영하면서 편의점 CU·GS25와 손을 잡았다. 도시락을 비롯한 편의점 상품을 24시간 배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그동안 편의점의 경우 배민과 쿠팡이츠가 라이더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던 오전 3~6시엔 배달이 어려웠다.
또한 쿠팡은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에게만 제공해온 무료배달을 일반 이용자에게도 확대했다. 쿠팡이츠는 2024년 3월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을 도입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린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무료배달을 시행하기 전인 2023년 4월까지만 해도 이용자는 328만 명으로 배민(2185만 명)의 15%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4월엔 배민 2341만 명, 쿠팡이츠 1316만 명으로 3년 만에 격차를 바짝 좁혔다. 같은 기간 배민의 이용자 수는 약 7.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쿠팡이츠는 무려 301.2%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더욱이 쿠팡은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을 기반으로 쇼핑, 배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결합해 강력한 록인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DH보다 강한 우버의 자본력이 배민에 투입되면 쿠팡이츠와의 배달 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우버는 인수 발표 직후 배민과 관련해 국내 시장에서 투자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우버 관계자는 “한국은 우버의 핵심 시장 중 하나이며, 한국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의지는 변함없다”며 “우버는 배민의 우수한 인재, 브랜드 가치 그리고 기술 역량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한국 이용자들이 신뢰하는 서비스와 경험을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자원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우버가 막강한 자본력을 활용해 택시호출·음식배달·퀵커머스 등을 결합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추정한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록인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이미 배민은 음식배달 외에 이커머스(B마트)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우버는 배민이 보유한 수많은 배달·결제 등 데이터를 다양한 사업 분야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버는 해외 기업이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라며 “특히 자본력에 있어서도 DH보다 더 나은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향후 국내 배달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쿠팡이츠는 쿠팡 유료 멤버십 ‘쿠팡 와우’를 통해 무료배달과 함께 13명의 인기 셰프·13개 인기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협업해 신메뉴를 선보이는 ‘이츠셰프컬렉션 캠페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우버가 자사 시스템에 배민을 포함하면서 쿠팡이츠와 구독 멤버십 경쟁을 벌일 공산이 크다. 우버의 자금력과 글로벌 플랫폼 운영 경험이 배민에 투입되면 쿠팡이츠와 무료배달·할인 경쟁을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의 와우 멤버십에 대항해 우버도 이동과 배달을 결합한 구독 서비스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두 서비스 간 경쟁은 자영업자, 입점업체와의 상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버는 해외에서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한국에서도 이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배달 단가 삭감, 프로모션 축소, 상점주 수수료 인상, 알고리즘을 통한 노동 통제 강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는 최근 성명에서 “우버와 배민은 인수 비용을 현장에 전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라이더·상점주와의 상생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