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양룽샤(养龙虾)’, 즉 ‘랍스터 키우기’였다. 오스트리아 출신 은퇴 엔지니어 피터 슈타인베르거가 2025년 11월 개발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를 설치하고 학습시키는 행위를 빗댄 표현이다. 빨간 랍스터 로고가 트레이드마크인 이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챗봇과 달리 이메일 발송, 일정 관리, 결제까지 사용자를 대신해 실행하는 ‘행동하는 AI’다. 선전 텐센트 본사 앞에는 노트북을 든 학생, 직장인, 은퇴자 1000여명이 오픈클로 설치를 위해 줄을 섰다. 베이징 바이두 본사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시민들의 노트북에 직접 소프트웨어를 깔아주는 설치 행사가 열렸고, 빨간 랍스터 모자를 쓴 참가자들의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뒤덮었다.
그러나 열풍이 채 한 달도 가지 않아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알리바바의 중고거래 플랫폼 ‘셴위(闲鱼)’에서는 ‘오픈클로 삭제’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상하이의 한 판매자는 건당 299위안(약 6만원)에 삭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10여 건을 처리했고, 전국 주요 도시와 샤오훙수(小红书) 등 소셜미디어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쏟아졌다. 500위안을 받고 설치해 주던 엔지니어들이 이번에는 삭제 비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랍스터 키우기’에서 ‘랍스터 지우기’로의 급반전. 이 현상은 중국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폭발적 에너지와 구조적 취약점을 동시에 드러낸다.
중국의 AI 에이전트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파도를 탄 결과다. 2026년 3월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AI를 핵심 국가 전략으로 재확인했다. 정부업무보고는 ‘AI+ 행동 심화’를 제안했고,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은 2030년까지 AI 산업 규모 10조위안 돌파를 전망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대응도 빨랐다. 텐센트는 위챗에 통합된 AI 에이전트 ‘클로봇(ClawBot)’을 출시해 10억 사용자에게 메시징 인터페이스 내 에이전트 접근을 열었고, 이어 기업용 에이전트 관리 플랫폼 ‘클로프로(ClawPro)’를 공개해 10분 내 배포를 가능하게 했다. 바이트댄스는 웹 브라우저 기반의 ‘아크클로(ArkClaw)’로 복잡한 로컬 설치 없이 에이전트를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자체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업무용 플랫폼에 연결했다. 징둥닷컴은 레노보의 IT 유지보수팀과 제휴해 399위안에 원격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기업용 시장에서는 즈푸AI(智谱AI)가 전년 대비 131.9% 성장하며 홍콩 상장에 성공, 미니맥스와 함께 시가총액 3000억 홍콩달러를 돌파했다. 이로 인해 3월 한 달간 중국의 AI 모델 사용량은 4주 연속 미국을 추월했다.
그러나 열광의 이면에는 심각한 보안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오픈클로는 작동을 위해 이메일, 캘린더, 전자지갑 등 광범위한 시스템 권한을 요구한다. 메타 초지능 연구소의 서머 유에(Summer Yue)는 오픈클로에 이메일 검토를 요청했더니 에이전트가 임의로 이메일을 삭제하기 시작해 컴퓨터를 강제 종료해야 했다고 밝혔다. 웹페이지에 숨겨진 악성 지시가 오픈클로를 속여 시스템 키를 유출시킬 수 있다는 보안 취약점도 확인됐다. 일부 악성 플러그인은 자격 증명을 탈취하거나 유해한 행동을 실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정보와 암호화폐 지갑 키가 유출된 사례도 보고됐다.
이에 공업정보화부는 사이버 보안 경고를 발령했고, 국가안전부는 ‘랍스터 안전 양식 매뉴얼’까지 배포했다. 국유기업, 정부 기관, 대형 국유은행은 업무용 컴퓨터에서 오픈클로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중국 정보통신기술원(CAICT)은 ‘클로 에이전트’ 제품의 신뢰성 요구사항 표준 초안 작업에 착수했다.
‘키우기’와 ‘지우기’의 소동은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 여파는 중국 AI 정책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5월 8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공업정보화부가 공공동으로 ‘지능체 규범 응용과 혁신 발전 실시 의견’을 발표했다. 중국 최초의 AI 에이전트 전용 정책 프레임워크다.
이 규정의 핵심은 위험 등급별 관리 체계다. 의료, 교통, 미디어, 공공안전 등 고위험 분야의 에이전트는 의무적 기준 준수, 정부 신고, 제품 리콜 메커니즘의 적용을 받는다. 저위험 분야는 업계 자율 규제에 맡긴다. 특히 에이전트의 의사결정을 ‘사용자 전용 결정’, ‘사용자 승인 필요 결정’, ‘에이전트 자율 결정’의 3단계로 구분하고, 사용자가 에이전트의 자율 행동에 대해 알 권리와 최종 결정권을 갖도록 명시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AI 에이전트에 디지털 ID를 부여하는 국가 등록 플랫폼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적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2027년까지 주요 산업에서 AI 에이전트 채택률 70%를 목표로 제시한 것도 이 규정의 야심을 보여준다. 미성년자와 노인에 대한 기술의 의존 문제, 에이전트를 이용한 자동 공격과 사기 방지 등 구체적 위험 벡터를 명시한 것도 특징이다.
에이전트 열풍이 폭발시킨 토큰 수요를 중국 정부는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3월 23일, 중국발전고층논단에서 국가데이터관리국 류례훙(刘烈宏) 국장은 AI 토큰의 공식 중국어 명칭을 ‘츠위안(词元)’으로 확정했다. ‘츠(词)’는 단어를, ‘위안(元)’은 화폐 단위인 위안화와 ‘기본 단위’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류 국장은 츠위안을 “기술 공급과 상업적 수요를 연결하는 결제 단위”이자 “지능 시대의 가치 닻”이라 정의했다. 같은 주에 엔비디아 젠슨 황 CEO도 GTC 2026에서 “토큰은 새로운 원자재”라고 선언했다. 미·중 양국이 동시에 토큰을 경제적 단위로 규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치가 이 전략의 규모를 말해준다. 중국의 일일 토큰 소비량은 2024년 초 1000억 개에서 2025년 말 100조 개, 2026년 3월 140조 개로 2년만에 1000배 이상 폭증했다. 오픈라우터 기준 중국 모델의 토큰 호출량은 2월 이후 미국을 추월한 상태다. 에이전트는 챗봇보다 훨씬 많은 토큰을 소비하기에, 오픈클로 열풍은 곧 토큰 수요의 폭발을 의미했다.
우선, 중국 모델의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딥시크 V4 프로의 100만 출력 토큰당 가격은 3.48달러로, 오픈AI GPT-5.5(30달러)나 클로드 오퍼스 4.7(25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0.24위안(약 49원)으로 한국의 약 3분의 1이며, 정부의 AI 인프라 공유 정책에 따라 추론용 토큰에는 20~40%의 상시 할인이 추가 적용된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중국이 약 400GW의 잉여 전력 용량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의 약 3배에 달한다.
중국 정부의 계산은 명확하다. kWh당 0.5위안인 전력을 AI 토큰으로 변환하면 가치가 최대 22배 상승한다. 과거에는 전력 수출에 물리적 송전망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로 서부에 구축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를 통해 ‘연산이라는 완성재’를 수출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이미 ‘알리바바 토큰 허브’를 출범시켰다.
중국이 자체 토큰 경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미국의 프런티어 AI 모델을 둘러싼 거대한 회색 경제도 병행하고 있다. ‘중전잔(中转站)’, 즉 API 프록시를 통한 미국 AI 모델의 무단 접근 시장이다. 여기서 프록시는 네트워크상에서 클라이언트와 서버 사이에서 중계 역할을 수행하는 서버를 의미한다.
앤스로픽의 클로드는 중국에서 공식 접근이 차단돼 있다. 그러나 옥스퍼드 중국 정책 연구소 소속 연구원 질란 치안(Zilan Qian)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개발자 생태계에서 클로드는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다. 인구 600만의 싱가포르가 1인당 클로드 사용량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은, 싱가포르 노드를 경유하는 중국 사용자들 때문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프록시의 구조는 정교하다. 상류에는 대량으로 앤스로픽 계정을 등록하는 계정 도매상, 해외 전화번호를 공급하는 SMS 인증 플랫폼, 인증 로직을 분석하는 역공학 전문가가 포진한다. 중간에 위치한 중전잔은 사용자의 API 요청을 합법적 해외 계정에서 발생한 것처럼 전달하고, 위챗·알리페이로 위안화 결제를 받는다. 하류에는 개별 개발자, 기업, 타오바오 리셀러가 분포한다.
이른바 ‘일어삼취(一鱼三吃, 생선 한 마리로 세 끼)’라 불리는 수익 모델이 공식 가격의 10%, 심지어 5% 수준의 초저가를 가능하게 한다. 첫 번째는 무료 크레디트 수확, 할당량 재판매, 200달러 맥스 구독 분배 등을 통한 접근 마진이다. 두 번째는 모델 교체 수법으로, 사용자가 최상위 모델을 선택해도 프록시가 하위 모델로 바꿔치기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로그 수확이다. 프록시를 거치는 모든 프롬프트, 응답, 도구 호출 데이터가 운영자 서버에 축적된다. 중국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마크업 사업은 고객 유치일 뿐, 진짜 마진은 로그 수확”이라는 분석이 공개적으로 공유된다. 이런 사용자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용 데이터세트로 판매하여 수익을 올린다. 4월 23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중국 기반 조직이 “산업 규모의 증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경고했고, 앤스로픽도 “단일 프록시 네트워크가 2만 개 이상의 사기 계정을 동시에 관리했다”라고 보고했다.
문제는 접근 차단이 오히려 더 위험한 우회 인프라를 낳는다는 점이다. 앤스로픽이 2026년 4월 도입한 정부 신분증과 라이브 셀피 기반 KYC(고객확인제도)에 대응해, AI 딥페이크를 이용한 생체인증 우회 서비스와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저소득층을 모집해 대면 인증을 대행하는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KYC 우회를 위해 수집된 생체 정보가 금융 사기나 딥페이크 제작에 재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AI 접근 통제를 위한 인프라가 AI와 무관한 범죄 시장을 키우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현황은 AI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토큰 수요 폭발, 그것을 국가 브랜드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야심,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보안 취약점과 회색 경제까지. 중국 AI 생태계는 기회와 위험이 하나의 동전 양면처럼 붙어 있다.
이는 국내 AI 산업에도 직접적인 함의가 있다. 딥시크 V4 기준 토큰 가격이 미국 모델의 10분의 1인 상황에서, 한국 AI 스타트업의 손익분기점이 중국산 모델의 가격에 연동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프록시 경제가 보여주는 데이터 주권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중국산 API를 경유하는 프롬프트와 데이터가 어디에, 어떻게 축적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국이 세계 최초로 AI 에이전트 전용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것 역시, 에이전트 시대의 표준 경쟁이 이미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모델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토큰 생산 비용, 에이전트 거버넌스, 데이터 주권, 공급망 투명성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