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았다. 국정운영 방향이나 정책, 인사, 개혁에 대한 평가는 지지층에 따라 엇갈린다. 하지만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는 성과도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 다시 말해 국내 증시의 역대급 불장이다. 취임 때 2700선이던 코스피가 불과 1년 만에 8000 고지를 넘나들고 있다. 숫자로 똑 부러지게 나오다 보니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요즘 자본시장에서는 시중 은행 보다 증권회사가 더 메이저 플레이어 대접을 받는다. 머니 무브로 투자 자금이 증시로 확 쏠리다 보니 당연한 일이다.
최근 1년 동안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은 격한 환호를 보냈고 고스란히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주주 환원을 겨냥한 자사주 소각이나 상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서학개미 유턴 투자를 지원하는 양도소득 비과세 계좌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자본시장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을 향해 “왜 외국 주식만 잔뜩 사냐”고 힐난했는가 하면, 주가 조작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세력에게는 “패가망신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압박했다. 말뿐이 아니라 미공개 정보와 시세조종, 부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 번째 적용 사례도 만들었다. 물론 주가가 짧은 시간에 너무 빨리 올랐다는 불안감도 크다. 이란 전쟁이 한창인데도 전쟁 종료가 주가에 미리 반영 됐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AI 버블이 꺼지고 반도체 쇼티지가 사라지면 패닉 수준의 조정 장세가 기다리고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인위적인 증시 부양책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현행 제도를 조금만 바꿔줘도 증시 안전판과 여유 실탄이 생기고 그런 불안감은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다. 500조원에 육박한 퇴직연금을 활용하려면 미국의 401K처럼 장기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 비중에 대한 규제를 최대한 풀어주면 된다.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파생상품별로 제각각 다른 ETF 차익, 배당소득 과세를 단순화해서 세제 혜택을 늘려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앞으로 남은 임기 4년의 증시 상황이 지난 1년과 같을 수는 없다. 경상수지는 계속 늘어나는데 낙수효과는 미미하고 내수소비와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과 취준생들은 증시 활황을 피부로 체감하지 못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미세 정책들은 쏟아져 나왔지만 앞으로는 뭘 먹고 살지, 어떻게 하면 기업들과 외국인의 투자를 더 늘릴 수 있을지 3년 뒤, 5년 뒤를 내다보는 호흡이 긴 정책들은 잘 보이질 않는다. AI, 방산, 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과 함께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철밥통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부동산 투기는 당연히 근절해야 하지만 후방산업 파급효과가 큰 건설 경기를 살릴 방안도 나와야 한다.
여야 정치권의 볼썽사나운 정쟁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이유는 경제를 꼼꼼하게 챙기는 실전 능력, 이념이 아닌 실용주의 정책들이 국민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경기지사 시절에 대해 “취임 때는 지지율이 전국에서 꼴찌였는데, 퇴임 때는 가장 높았다”고 회고했다. 만약 4년 뒤에도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 큰 홍복이다. 허니문 1년은 끝났고 이제부터가 진짜 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