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50분. 평소 알람보다 일찍 눈을 뜬 김지연(38세 여성, 가명) 씨는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들었다. 서울 서초동 소재 9평 원룸에서 홀로 살고 있는 그의 생활은 손끝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그가 가장 먼저 열어본 앱은 SNS가 아닌 ‘컬리’.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장바구니에 담아둔 제주산 당근과 국산 귀리 그래놀라가 화면에 떠 있다.
당일 낮 3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 자정 전에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자정 샛별배송 서비스를 확인하곤 망설임 없이 결제 버튼을 눌렀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토스트를 입에 문 시각은 7시 40분. 다시 스마트폰을 들고 이번엔 ‘무신사’를 열었다. 어제 퇴근길에 봐둔 스트링 슬랙스가 여전히 위시 리스트 상단에 자리했다. 리뷰를 두어 번 더 읽고 비슷한 상품과 비교한 뒤 닫는다. ‘아, 이건 다음에….’ 바로 옆으로 이동하는 손가락. 이번엔 ‘에이블리’다. 피드에 뜬 리넨 셔츠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팔로우한적 없는 소형 마켓의 상품이었지만 알고리즘은 이미 그가 지난 2주간 클릭한 아이보리 계열 상품들을 기억하고 있다. 주문 완료…. 바쁜 오전 업무를 뒤로하고 거리로 나선 점심시간, 동료와 함께 들른 ‘올리브영’에선 새로 출시된 2개의 선크림을 테스트했다. 그리고 하나는 매장에서, 다른 하나는 매장을 나서며 올리브영 앱으로 온라인 전용 쿠폰을 사용해 주문했다. 오랜만에 야근 없이 퇴근한 저녁 시간. ‘배달의민족’으로 저녁 식사를 주문하고 50분 후 배달된다는 걸 확인한 후 욕실 구석에 놓아둔 1인용 접이식 욕조를 폈다. 반신욕도 잠시, 이번엔 ‘오늘의집’을 열고 욕실 선반 교체 아이디어를 훑는다.
누군가 올린 ‘9평 원룸 욕실 셀프 인테리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곤 사진 속 선반 상품의 링크를 눌렀다….
오늘 하루 동안 김지연 씨가 열어본 앱은 총 6개. 그중 5개가 버티컬 커머스 앱이다. 저녁 식사 메뉴까지 총 4가지 제품을 주문했고, 한 가지 제품은 고민 중이다. 그가 이 모든 걸 쇼핑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여 분. 김 씨는 “패션, 식품, 인테리어, 리셀 등 카테고리 하나를 알차게 운영하는 앱이 내가 어떤 제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먼저 알고 추천해주기 때문에 카테고리별로 각각의 앱을 사용하게 된다”며 “특히 재미있고 전문적인 콘텐츠나 알고리즘 관리, 가성비에도 유리한 면이 많아 즐겨 찾게 된다”고 말했다.
특정 카테고리나 소비 집단에 집중하는 전문 커머스 플랫폼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가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만큼은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카테고리 킬러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과연 국내 버티컬 커머스 앱은 어떻게 MAU(Monthly Active Users·한 달동안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백만의 플랫폼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버티컬 커머스 시대의 키포인트를 소개한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