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지 거래 편의를 위한 ‘중간통화’로 간주한다. 그러나 세무의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거래가액 산정의 기준점으로 기능할 소지가 크다. 원화 마켓에서 비트코인을 바로 매수하는 거래보다, 스테이블코인 마켓에서 교환·전환을 반복하는 거래는 경로가 길어지고, 결과적으로 ‘거래의 의미’를 설명해야 할 지점이 늘어난다. 즉,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고빈도·다경로 거래는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후적으로 취득가액과 손익을 정합적으로 산정·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함께 증가시킨다.
그러나 2027년의 더 큰 변화는 ‘과세’만이 아니다. 국제정보교환 체계의 현실화가 더 본질적일 수 있다.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가 추진하는 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 체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MCAA(Multilateral Competent Authority Agreement on Automatic Exchange of Finance Account Information, 다자간 조세정보 정보교환협정)는, 해외 거래플랫폼을 이용하는 투자자에게 ‘해외는 사각지대’라는 통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특히 2027년부터 정보교환이 본격 작동하고, 그 대상이 2026년도 거래내역이 될 수 있다는 점은, 2026년이 사실상 ‘전환기의 기록 기간’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2026년의 거래는 “아직 과세 전이니 자유롭다”가 아니라, “2027년의 자동 교환과 과세체계를 전제로 설명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간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고액자산가에게 더 어려운 문제는 투자수익 과세 자체보다 ‘이전’과 ‘실질귀속’이다. 가족 간 이전(증여), 사후 이전(상속), 법인자금 운용, 해외지급과 결제 등은 투자소득 과세의 프레임을 넘어선다. 어느 시점의 평가로 이전했는지, 자금출처와 실질 소유가 누구인지, 거래의 목적과 경제적 실질이 무엇인지가 함께 검토된다. 디지털자산은 이동이 쉬운 만큼, “왜 그 자금이 그 경로로 움직였는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질문은 세무와 자금세탁방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더욱 엄격해진다.
결론적으로, 2026년의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독자가 지금부터 점검해야 할 핵심은 다음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거래소별 원천자료(CSV 등)와 지갑 트랜잭션을 포함한 거래기록을 정리하여 취득가액·수수료·이전경로를 일관되게 연결할 것. 둘째, 지갑과 계정을 목적별로 분리해 혼합을 최소화할 것(개인 투자, 가족 이전, 법인 운용, 해외 지급 등). 셋째, 2026년 12월 31일의 시가와 보유수량, 시가 산정근거를 객관적 자료로 남길 것. 넷째, 해외 거래소 이용자는 CARF 환경에서 거주지·신원정보 제출과 거래자료보고가 일상화된다는 전제 하에 거래 구조를 재설계할 것. 다섯째, 내부 보고서와 의사결정에서 ‘비과세’라는 표현을 지양하고, ‘과세·정보교환 체계로의 전환기’라는 현실적 표현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것.
비트코인은 종종 ‘디지털 금’으로 비유된다. 그러나 세무의 언어로 번역하면 더 정확한 표현이 있다. 비트코인은 ‘설명 가능한 자산’이어야 한다. 2027년 과세는 단지 세금을 매기는 사건이 아니라, 개인의 거래가 제도권의 데이터 흐름 속으로 편입되는 사건이다. 그 편입의 속도는 CARF를 통해 더욱 빨라질 것이다. 결국 고액자산가에게 남는 선택지는 명확하다. 시장의 변동성만 관리하는 데서 그칠 것인가, 아니면 기록·증빙·구조 설계를 통해 제도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흡수할 것인가? 비트코인 투자에서 ‘수익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수익을 끝까지 지키는 방식이다.
정지열 한양대 교수
한국자금세탁방지연구소 소장이자 한양대학교 겸임 교수로, 자금세탁방지(AML)와 금융범죄예방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학문적 연구와 함께 금융당국, 국제기구, 민간 금융기관 등에 자문을 하며 제도 개선과 정책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