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은 사망자(피상속인)의 재산상 지위가 포괄적으로 넘어가는 제도이다. 즉 자산(적극재산)과 빚(소극재산)이 함께 이전된다. 사례처럼 건물이 30억인데 빚이 50억이라면, 건물을 처분해도 빚이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인들은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상속포기이다. 상속포기를 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상속포기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우선 빚이 얼마인지 불분명한 때가 있다. 예컨대 장례식에 처음 보는 사람이 나타나 “내가 예전에 망인에게 100억원을 빌려줬다”며 차용증을 내밀면, 짧은 시간 안에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더 흔한 이유는 후순위 상속인에게 빚이 넘어갈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이다. 1순위 상속인(배우자나 자녀)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 2순위(부모), 3순위(형제자매) 등 후순위 상속인에게 상속권이 넘어가고, 그 과정에서 빚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고 배우자는 한정승인을 선택해 빚 정리를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정승인이란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만 채무 등을 변제하겠다”는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빚 자체는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하 ‘한정승인자’)에게 승계되지만, 한정승인자는 상속재산의 범위 안에서만 빚을 갚으면 된다. 사례에 적용하면, 사채업자의 김사장에 대한 빚 50억원이 배우자에게 승계되기는 하지만, 사채업자는 김사장이 남긴 재산, 즉 건물에 집행을 할 수 있을 뿐 배우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재산, 즉 예금계좌에 집행을 할 수는 없다.
한정승인을 해도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상속세는 대부분의 사건에서 문제되지 않는다.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더 많으면 납부할 상속세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상속재산에 부동산이 있다면 취득세나 양도소득세가 문제될 수 있다.
상속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면 취득세가 발생한다. 중요한 점은 한정승인을 했더라도 취득세 납세의무는 인정된다는 점이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5두9491 판결). 양도소득세 역시 발생할 수도 있다. 부동산이 경매로 팔리거나 한정승인자가 채무 변제의 목적에서 상속받은 부동산을 팔았는데, 양도차익이 발생했다면 한정승인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납세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두13630 판결).
그렇다면 한정승인자는 원래 자기 재산을 팔아서까지 취득세나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할까? 이는 양도소득세나 취득세를 상속비용으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된다. 상속비용은 상속재산 중에 지급되기 때문에(민법 제998조 의2) 취득세나 양도소득세가 상속비용에 해당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세금을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서만 받아갈 수 있다.
대법원은 양도소득세가 상속비용이라는 취지로 판단했다(위 대법원 2010두13630 판결). 취득세에 대해서는 다소 불분명한 점이 있다. 먼저 사례와 유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상속인의 채권자가 한정승인자를 대위하여 상속등기를 마치면서 지출한 취득세 등 등기비용을 한정승인자를 상대로 청구한 사건에서 그 등기비용이 상속비용에 해당한다며 한정승인자는 채권자에 대해 그 상속비용을 상속재산 한도에서만 책임을 진다고 보았다(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다282104 판결). 이 판결 취지에 따르면, 상속등기에 소요된 취득세 등 등기비용은 상속비용이기 때문에 사채업자가 한 배우자의 예금계좌에 대한 가압류는 위법하다. 다만 과세관청과 한정승인자 사이에서 취득세가 상속비용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시적 판단이 없다. 때문에 상속재산에 부동산이 포함되어 있다면, 법률전문가나 세무전문가의 조력을 받은 후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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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 판사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현재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