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계 경제는 트럼프발 관세로 출렁인 한해였다. 미국발 관세전쟁은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수출감소와 경기부진으로 이어지며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반면 미국은 최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3%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자신할 정도로 선방하는 모습이다. 관세발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만큼은 나홀로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데다 국민들의 체감 경기와는 괴리감을 보이고 있어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6년 역시 세계 경제의 제1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또하나의 변수는 성장, 고용, 물가 등 경제와 불가분의 관계인 미국의 통화정책이다.
그 결과에 따라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이 예상되는 리스크가 트럼프 관세에 대한 미국 대법원 판결이다. 현재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세계 각국에 관세폭탄을 퍼부은 상호관세의 위헌을 심의중이고 곧 최종 판결을 내린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무효로 판결될 경우에도 다른 법적 권한을 활용해 연간 약 2000억 달러(약 294조원)에 달하는 관세 수입을 재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대한 품목관세의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나 불공정 무역관행에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법 301조, 무역법 122조 등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으면 다른 방법으로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라며 “엄청난 불확실성으로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악화일로인 고용부진과 목표치(2%)를 훌쩍 넘는 3%대 인플레이션도 미국 경제의 걸림돌이다. 특히 미국 경제가 호황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체감경기와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6년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쟁점이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일 만큼 국민들의 반감은 크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2025년 12월 4∼8일(현지시간) 성인 남녀 1146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용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1%에 그쳤다. 트럼프 1, 2기 행정부 통틀어 경제 정책 지지도에서 최저치다.
2025년 연방준비제도(Fed)는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인 12월 회의에서 3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악화된 고용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다만 점도표를 통해 연준 위원들은 2026년 금리인하는 1번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선 여전히 2~3회를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2026년 연준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면서 금리전망도 ‘리셋’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월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가 끝난다. 차기 의장 후보 중 양강으로 꼽히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비롯한 최종 후보 5명은 모두 친 트럼프 인사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가 1%까지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들 후보들 역시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현재 금리가 지나치게 긴축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는 연준 위원 구성에도 변화가 생긴다. 2025년 12월 FOMC에서 반대표는 3명이다. 6년만에 가장 많은 반대표다.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3회 연속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주장한 반면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제프리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동결을 주장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동결을 외쳤던 두 연은 총재는 2026년 순번에 따라 교체된다. 베스 헤맥 클리블란드 연은 총재와 안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투표권을 새롭게 갖게 된다.
12월 FOMC 직후 헤맥 총재는 연설에서 “현재 금리정책은 거의 중립에 가깝다”며 “인플레이션에 하방압력을 가하도록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날 폴슨 총재는 행사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의 상승 위험보다는 노동 시장 약세에 대해 조금 더 우려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내려갈 가능성이 꽤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연준 의장 교체와 더불어 트럼프 정부가 지역 연은 총재에 대한 압박을 가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 연은 총재의 자격요건을 강화해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에 부정적이던 강경파를 제거하는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2025년 12월 “앞으로는 해당 지역에 3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후보는 연준 이사회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은 이사회 7명과 12개 지역 연은 총재로 구성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결정 회의에는 12명 총재 중 상근인 뉴욕 연은 총재를 제외하고선 4명씩 번갈아가며 참여한다. 이들 연은 총재들은 각 은행 이사회가 선임하지만 최종 승인 권한은 연준 이사회가 갖고 있다. 5년마다 재임명 과정을 거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먼, 스티븐 마이런 이사가 포진한 이사회와 달리 각 은행에서 임명된 지역 연은 총재들은 트럼프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임기 연장을 앞둔 지역 연은 총재를 입맛에 맞게 선택하면서 연준을 장악하겠다는 속내를 노골화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연준 이사회는 임기 5년의 지역 연은 총재 11명을재임명했다.
하지만 내년 5월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로 연준 의장이 교체된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 의도가 더 노골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연은 총재는 이사회 과반수 투표로 언제든 해임이 가능하다. 현재 7명의 연준 이사 중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친(親) 트럼프 인사는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먼, 스티븐 마이런 이사 등 3명이다.
[임성현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