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간 매경LUXMEN 기업인상 수상자 43명의 행보를 통해 한국 기업 생태계를 살펴봤다. 여전히 현역으로 기업을 이끄는 이들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사회 환원에 집중하는 이들까지, 수상자들의 복귀와 퇴임, 사회 환원과 개인적 시련까지, 이들이 그린 궤적은 한국 기업이 마주한 현실 그 자체다.
2013년 첫 수상의 영예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에게 돌아갔다. 박 회장은 지난 15년간 연속 배당금 전액 기부로 누적 기부액 331억원을 달성했으며, 미래에셋그룹은 전체 고객 운용자산이 1000조원을 넘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김동녕 회장은 차남 김익환, 딸 김경과 함께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한세실업 경영에 복귀했다.
2회 수상자 중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여전히 현역으로 그룹사를 이끌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 전략을 통해 중화권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유럽 등 서구 시장과 기타 아시아 시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해왔다.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은 2025년 3월 CA협의체 공동의 장직에서 물러났으며 현재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아 그룹의 전체적인 전략을 이끌고 있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한 무죄를 선고 받고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예상된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2015년 당시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서 ‘올해의 기업인’에 선정된 후 2024년 3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이마트가 법인 설립 이후 사상 첫 적자를 내는 등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정 회장이 책임경영을 위해 최전선에 나섰다. 부실 사업 정리와 신사업 확장으로 주요 계열사의 턴어라운드를 이끌고 있다.
4회에 선정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 박은관 시몬느 회장, 우영미 쏠리드 대표는 여전히 현직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5회 기업인상을 수상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20년 회장직에서 사임했다가 2023년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셀트리온의 비전으로 바이오시밀러 회사를 넘어 신약 개발사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해 수상자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이우경 부회장, 황은석 사장과 함께 3인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6회에 선정된 김기남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1년 말 회장으로 승진한 뒤, 2021~2022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으로서 미래 기술 개발과 인력양성에 주력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2011년 메리츠증권 CFO로 합류해 2012년 최희문 부회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2023년 11월 대표이사 자리를 후임자들에게 물려주고 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4년 연간 2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7회에는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회장,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이 선정됐다. 구자균 회장이 이끄는 LS일렉트릭은 최근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주 급증으로 2025년 역대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윤성태 회장은 2022년 사임 후 2025년 각자대표이사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는 등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 8회 기업인으로 선정된 이미경 CJ부회장은 2022년 11월 국제에미상 공로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5년 새로운 콘텐츠 레이블 ‘퍼스트 라이트 스토리하우스’를 출범하며 글로벌 콘텐츠 발굴에 나섰다.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은 2025년 9월 창업 33년을 돌아보는 회고록 ‘같이 꿈꾸고 싶다’를 출간했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연매출 2조 1661억원(단일 기준)을 돌파하며 업계 최초로 2조원을 넘어섰다. 건기식과 의약품을 포함한 그룹 매출은 3조원을 기록했다. 이현 전 키움증권 사장은 2022년 키움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현재 키움증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9회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돌아갔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회장 취임 5주년을 맞아 타임지 선정 ‘2025 세계 최고 기업’ 33위, 인터브랜드 ‘글로벌 100대 브랜드’ 30위에 현대차를 올려놓았다. 상위 100대 기업에 포함된 국내 기업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2022년 10회를 맞은 기업인 상에는 김웅기 글로벌세아 회장과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선정됐다. 김웅기 회장은 현역으로 글로벌세아를 이끌고 있다.
11회 기업인상으로 선정된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인 전력 기자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사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탄소 배출 없는 전력(CFE·Carbon Free Electricity)’과 ‘배전반(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자산 50조원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지난해는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강한승 쿠팡 전 대표가 뽑혔다. 손경식 회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으로서 정년 연장, 주 4.5일제 등과 관련해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병수 기자 · 박수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