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이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온몸을 안은 수영장 끝자락에 팔을 걸친다. 교차한 양손 위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앞을 바라본다. 수평선 끝까지 걸리는 게 없는 태평양, 그 미지의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은 뜨겁고 습하다. 마치 네가 온 곳의 더위는 내가 가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파도가 철썩일 때마다 먹구름까지 몰고와 비를 뿌려댄다. 그러거나 말거나 더위는 이미 관심 밖이다. 수영장 물 위에 둥실 떠오른 몸은 비가 오거나 말거나 유행가 가사처럼 별다른 걱정이 없다. 비록 단 며칠이지만….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4시간 반, 베트남 다낭 국제공항에 도착해 다시 차로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호이안의 밤 풍경은 가로수와 간판, 돌멩이 하나까지 이채로웠다. 한국에서의 일상에서 잠시 탈출해 머물게 된 곳은 ‘포시즌스 리조트 더 남하이’. 세계 최고의 해변 중 하나라는 하 미(Ha My) 해변을 따라 조성된 거대하지만 고즈넉한 리조트다. 2016년 개장 이후 베트남에선 유일하게 7년 연속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의 5성급 리조트로 선정됐다는데, 리조트 입구에서부터 뭔가 ‘끝판왕’스러운 기운이 객을 맞는다. 그러니까 이건 전혀 부담스럽다거나 꺼려지는 느낌이 아니라, 없던 기대까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일상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기분 좋은 도파민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랄까.
안내서에 설명된 리조트의 크기는 35만㎡. 이게 얼마나 넓은 건지 찾아보니 축구장 50여 개를 합쳐 놓은 면적이다. 그리고 그 안에 4500여 그루의 야자수와 3단계로 나뉘어 배치된 인피니티풀, 100여 채의 독채 빌라, 베트남 중부 유일의 오마카세 레스토랑 ‘나유우(Nayuu)’, 해변 바 ‘솔앤싸오(Sol&Sao)’ 등이 자리했다. 언뜻 먹고 마시고 놀고 쉬는 데 특화된 리조트의 동선은 걸어 다니기에 살짝 버겁다. 그래서 대부분 소형 카트인 버기(Buggy)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투숙객 수에 따라 빌라 앞에 녹색 자전거가 배치되는데, 이 또한 리조트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다. 잘 정돈된 동남아 리조트를 누비는 자전거, 그 위에 내가 앉아 있다니….
이 모든 호사의 중심은 베트남 전통 인테리어로 멋을 낸 독채 빌라(침실)다. 리조트 내에 원 베드룸 빌라부터 5베드룸 풀빌라까지 다양한 객실이 독립 공간을 이루고 있는데, ‘익스피리언스모어(Experience More)’ 프로모션을 이용해 풀빌라에서 3박 이상 투숙하면 스파나 레스토랑, 바에서 사용할 수 있는 750달러 상당의 리조트 크레딧이 제공된다.
‘원 베드룸이니 작지 않을까?’란 생각은 문을 여는 순간 사라졌다. 우리에겐 국민평형으로 친숙한 84㎡(25평)보다 살짝 작은 수준이다. 그리고 그 안에 캐노피 침대부터 영화에서 보던 멋들어진 욕조, 바다 수영 후 바로 씻을 수 있는 야외샤워장, 리빙룸 개념의 휴게공간이 배치됐다. 스마트TV, 다이슨, 뱅앤올룹슨 등 다양한 기기로 채워진 이 공간은 어쩌면 편하고 럭셔리해서 익숙하다. 5성급 리조트이니 으레 그렇겠지란 기대가 현실이 된 느낌은 전혀 싫지 않았다. 한 가지 독특했던 건 객실 입구의 테이블에 놓인 싱잉볼과 승려이자 현인인 틱낫한의 메시지가 담긴 책 ‘Love Letter To The Earth’. 들어오고 나갈 때 한 번씩 휘젓게 되는 싱잉볼의 파동은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의 흥분을 살짝 가라앉힌다. 마치 열심히 즐기되 넘치지 말라는 것처럼….
Check1. 호이안 푸디 베스파 어드벤처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다. 1946년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베스파는 그중 발군의 로망이다. 구형 베스파를 타고 호이안 시내 골목을 누비며 현지인들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은 꼭 한 번 경험해야 할 필수코스다. 10인(13세 이상)까지 신청할 수 있고, 가격은 5시간 코스에 138달러다.
Check2. 시크릿 칵테일 익스피리언스
호이안 올드타운에서 들러야 할 핫플레이스는 어디일까. 호이안 MZ들이 들러는 로컬 바(Bar)를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리조트 내 ‘솔앤싸오’가 넘버원이지만 현지 바 체험도 색다른 경험이다. 18세 이상 성인만 신청할 수 있고, 도보로 이동하는 3시간 코스의 가격은 138달러다.
Check3. 더 허트 오브 디 얼스 스파
스파는 여정의 시작이자 끝이다. 포시즌스 리조트 더 남하이의 ‘더 허트 오브 디 얼스 스파’에선 지구의 파동과 같다는 크리스털 싱잉볼 소리가 특별한 순간을 연출한다. 매일 저녁 스파 내 라군에서 등불을 띄워 보내는 ‘굿나잇 키스 투 디 얼스’(무료)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가격은 1시간 코스에 130달러다.
[안재형 기자 · 사진 포시즌스 더 남하이]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0호 (2025년 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