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매달 디지털 서비스 구독료로 10만원 가까운 비용을 쓴다.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 1만 4900원에 약 1만원 내외의 음악 스트리밍, 월 1만 3500원의 넷플릭스, 약 3만원 수준인 챗GPT 등만 더 해도 5만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기존에 사용하는 구독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AI와 같은 신규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면서 구독료 부담도 커진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악 스트리밍을 넘어 이제는 쇼핑, 택시,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수많은 서비스가 구독 요금제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약 5년 전만 해도 넷플릭스, 멜론, 쿠팡의 와우 멤버십 정도가 국내에서 많이 이용되는 서비스였다면 이제는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부터 택시 이용을 위한 카카오모빌리티 멤버십까지 다양한 형태의 구독이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2025년 2월 대한상공회의소와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구독 서비스 이용 실태에 따르면, 월간 구독료로 15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사람이 14.9%에 달했으며, 10만~15만원대는 9.4%를 기록했다. 4명 중에 1명은 10만원 이상을 구독료로 매달 쓰고 있는 셈이다. 위 직장인 A씨는 이 처럼 구독료 지출이 커지자 “매달 고정으로 나가는 금액을 점검하면서 꼭 필요한 서비스 중심으로 구독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독 서비스들은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이탈을 막고 고객 록인(lock-in)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합종연횡 전략을 짜고 있다.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나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서비스가 아닌 이상, 단독 서비스 형태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OTT 간 결합 등 경쟁 서비스와 손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 쇼핑과 음악처럼 전혀 다른 이종 서비스를 묶는 새로운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자신의 사용 패턴에 따라 개별 구독부터 다양한 결합 조건을 비교해보아야 하는 만큼 현명한 소비를 위한 비교분석도 중요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의 멤버십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이다. 네이버 쇼핑 혜택과 적립을 기본으로 하는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은 쿠팡의 와우 멤버십과 경쟁하는 이커머스 분야의 대표적인 멤버십으로 성장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쇼핑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이 고전하다가 약 2년 반 만에 종료 수순을 밟는 것과 대조적이다. 월 4900원의 구독료를 내면 네이버 쇼핑 적립 혜택 추가 적립이 제공되며 네이버 웹툰 쿠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콘텐츠 혜택을 이용자가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2024년 11월 넷플릭스와의 ‘네넷(네이버-넷플릭스)’ 파트너십을 맺고 월 4900원의 네이버 멤버십에서 월 7000원 상당의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제휴 당시 5500원)를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미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를 구독하던 이용자라면, 네이버 멤버십을 통해 구독하게 되면 2100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로서는 자사 멤버십에 대한 록인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자 넷플릭스는 네이버의 방대한 사용자층으로 플랫폼 시청자를 확장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를 통해 출시 직후 네이버 멤버십의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가 전년 대비 약 1.5배 증가하기도 했다.
2025년 4월 네이버는 컬리와도 손을 잡고 네이버 쇼핑 코너에 ‘컬리N마트’을 입점시켜 컬리 상품을 연동했으며, 자사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는 2만원 이상 무료 배송 등의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쇼핑의 약점이었던 신선 식품과 새벽 배송을 강화하기 위한 결합의 사례다. 이외에도 2025년 10월 네이버는 우버와 제휴해 멤버십 회원에게 우버 멤버십인 ‘우버 원’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버 택시 탑승 시 최대 10%의 적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최근 사례로 네이버는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손을 잡았다. 스포티파이의 ‘프리미엄 베이직’ 요금제를 네이버 멤버십의 콘텐츠 혜택 중 하나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손실 음원, 오프라인 다운로드 등은 제한된 기본 요금제이지만 월 8690원 가격의 요금제를 네이버 요금제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혜택이다. 네이버 멤버십보다 비싼 구독을 추가 과금없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네이버와 각사 간의 계약 형태에 따르겠지만, 이용자로서는 사용하는 서비스에 따라 구독료를 절감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구독 분야의 핵심 서비스인 OTT의 경우 공고한 1위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한 反넷플릭스 연합의 멤버십 협력이 시작됐다.
합병 절차를 밟고 있는 토종 OTT인 티빙과 웨이브는 2025년 6월 하나의 요금제로 두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결합 요금제를 출시했다.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던 OTT 업계에서 등장한 최초의 통합 요금제로, 티빙과 웨이브를 각각 구독하는 것보다 최대 39% 저렴하게 요금제를 책정함으로써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
이어 2025년 11월에는 디즈니코리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의 결실로 디즈니플러스까지 함께 시청하는 3자 결합상품까지 선보였다. 티빙과 디즈니플러스, 웨이브를 월 2만 1500원에 한번에 구독할 수 있는 것으로, 각각 구독하는 것(월 3만 4300원)보다 월 1만 2800원을 아낄 수 있다.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 기준으로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의 독주 속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가 뒤를 잇는 모양새인데 그중 세 개 사업자가 연합군을 형성한 셈이다.
네이버 외에도 멤버십 이용자 확보를 위해 인기 있는 글로벌 플랫폼의 손을 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2024년 ‘배민클럽’ 멤버십을 월 3990원에 선보인 이후 2025년 구글과 협력해 월 1만 4900원 상당의 유튜브 프리미엄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제휴 상품을 내놨다. 제휴 상품의 가격은 월 1만 3990원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개별 구독할 때보다도 저렴하다.
전통적인 구독 서비스라 할 수 있는 통신사들도 요금제
결합을 넘어 자사 고객 대상 구독 서비스 프로모션이나 다양한 번들링 상품으로 차별화에 나서는 추세다. SKT는 자체 구독 브랜드 ’T 우주’를 통해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데, 올리브영과 스타벅스 등을 묶은 SKT만의 구독 서비스뿐만 아니라 챗GPT 1개월 구독 시 2개월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 구독 등이 포함된다.
KT 또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글로벌 AI 번역기 ‘딥엘’과 협력해 할인된 가격에 딥엘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SKT와 유사하게 ‘유독’이라는 구독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일상 구독 뿐만 아니라 생성형 AI 서비스를 골라서 한번에 결제하는 조합형 구독도 운영하고 있다.
2025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1인당 3~4개의 구독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며(39.8%), 5개 이상을 구독하는 경우는 26.3%로 집계됐다. 구독하는 서비스 범위가 다양하고 개수도 많은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용하는 서비스를 모두 개별로 구매하기보다 결합 상품 여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지출 절감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인 OTT의 경우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다양하다.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이용자는 네이버 멤버십을 통해 월 4900원에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월 7000원 상당)를 이용할 수 있어 더 저렴하며, 추가 비용을 통해 다른 요금제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쿠팡플레이의 경우 쿠팡의 와우 멤버십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기에 외부 결합 상품은 없지만, 티빙과 웨이브, 디즈니플러스는 묶어서 구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티빙이나 웨이브 등 개별 OTT만 구독하는 경우에는 SKT T 우주 등 통신사 구독 서비스에서 할인을 제공하기에 이를 비교해봐야 한다.
한국서 인기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은 배달의민족 멤버십을 통해 사용하면 월 1000원가량 절감할 수 있으며, LG유플러스에서는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월 7000원)와 유튜브 프리미엄을 묶어 월 1만 8900원에 제공하는 상품을 운영한다. 음원 스트리밍의 경우 스포티파이는 네이버 멤버십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멜론은 SKT의 T 우주에서 할인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
최근 구독이 급증하고 있는 생성형 AI 분야의 경우 대부분 해외 서비스가 중심인 만큼 아직 결합 상품이 다양하지는 않다. 다만 SKT는 일정 기간 챗GPT 1개월 가격에 3개월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구글의 제미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구글 AI 프로(월 2만 9000원)’를 모바일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편 구독 서비스는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 결제하면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독 해지 절차가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해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구독 해지 버튼을 작게 만들어 이용자가 찾기 어렵게 만들거나, 해지 과정 중에 다양한 혜택을 홍보하는 팝업을 띄우면서 절차를 방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025년 4월 서울시가 실시한 ‘구독 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4%가 서비스 해지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중에서는 구독 해지를 찾지 못해 1개월 더 구독하게 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구독 해지 버튼을 작게 만들어 이용자가 찾기 어렵게 만들거나, 해지 과정 중에 다양한 혜택을 홍보하는 팝업을 띄우면서 절차를 방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025년 4월 서울시가 실시한 ‘구독 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4%가 서비스 해지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중에서는 구독 해지를 찾지 못해 1개월 더 구독하게 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쿠팡이 대표적이다. 많은 쿠팡 고객이 정보 유출 후 탈퇴에 나섰다가 복잡한 절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가 쿠팡에 ‘탈퇴 절차를 개선하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에 쿠팡은 멤버십 해지 과정을 두 단계로 축소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구독 서비스의 복잡한 절차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며, 기업들이 소비자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구독 계약에 대해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또한 2025년 9월 보고서를 통해 “OTT, 소프트웨어, 정기배송 등 구독 기반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자동 갱신, 해지 곤란, 정보 부족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라며 “우선 구독 계약에 대한 핵심정보의 정비와 표준화가 요청되고, 갱신 시 알림 통지 제도 도입이 요구된다”라며 시정을 제안했다.
[정호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