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설립된 사단법인 점프(JUMP·Join Us to Maximize Potential)는 국내외 소외계층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차별 없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대학생 장학생(‘장학샘’)과 사회인 멘토를 연결해 정서적 지지부터 실질적 공부 지원까지 폭넓게 이뤄지는 점프의 프로그램은, 재단 설립 당시부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그 속에서 교육 소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청년 리더로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대식(41) 영남지부 대표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경제학·사회학을 전공한 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공공행정 석사를 마치고, 국내에 돌아와 경북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력만 봐도 알 수 있듯 ‘정책’과 ‘교육’ 모두에 남다른 열정을 갖춘 인물이다.
그는 점프를 공동창립한 후, 점점 커지는 재단의 규모와 필요성을 보고 본격적으로 영남지부를 이끌게 됐다. 최근에는 대구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예비후보로 나서며 교육 불평등을 제도적·정책적으로 풀고자 하는 정치적 도전도 함께 감행했다. “소외계층 아이들에겐 ‘작은 정성’보다 ‘지속적 지원’이 중요합니다.”
김대식 대표가 국내외 여러 지역에 점프라는 비영리 청소년 교육단체의 프로그램을 뿌리내리고, 대학생 장학샘들에게 봉사와 자기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온 지는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는다. 점프는 2011년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 출신 동문들이 뜻을 모아 창립한 사회적 기업 성격의 교육단체로, 지금은 사단법인으로서 전국과 해외 일부 지역에까지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저희가 처음 만들 때부터 늘 생각해왔던 건 ‘어떻게 하면 교육 불평등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라는 거였어요. 한두 달 반짝 하는 이벤트 형태 지원으로는 아이들의 학습 격차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10개월 넘게, 적어도 1년 가까이 동일한 대학생 장학샘이 한 센터에서 봉사하면서 꾸준히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게 핵심입니다.” 김 대표는 대구를 비롯해 부산, 울산 등 영남권 지역 사업을 두루 관리한다. 영남지부 설립 자체도 김 대표가 직접 이사로 참여해 이뤄졌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서울에서 소규모로 시작했던 점프 프로그램에 ‘사회인 멘토’로서 관여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중심이었던 활동을 고향인 대구로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사장과 함께 논의를 거쳐 지역지부 설립에 불을 붙였다.
김대식 대표는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의 교육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하는 사단법인 점프(JUMP) 영남지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조지타운대학교 경제학·사회학 학사, 하버드 케네디스쿨 공공행정 석사, 경북대 정치학 박사를 취득한 그는, 2011년 점프를 공동 창립해 대학생 장학샘과 사회인 멘토를 연결하는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현재까지 약 2만 명 이상의 청소년, 6000명 이상의 대학생이 점프 프로그램을 거쳤으며, 현대차, 강원랜드 등과 협력해 전국으로 확장 중이다. 최근에는 교육 불평등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치에 도전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김대식 대표는 점프의 가장 큰 특징으로 ‘파트너십 기반’을 꼽는다. 교육봉사를 펼칠 대학생에게는 장학금을, 동시에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무상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공공기관·지자체 등이 안정적으로 후원하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점프는 현대자동차, 강원랜드, 인천공항, GKL(그랜드코리아레저), 에어리키드, 코오롱 등을 비롯한 10여 개 이상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가장 감사한 것은 현대자동차처럼 장기적으로 함께해주는 기업 파트너들이 계시다는 점이죠. 강원랜드 사례만 해도, 폐광 지역 아동들의 돌봄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을 파악해 화상 멘토링과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직접 센터에 가기도 하고, 각 지역이 필요로 하는 형태를 맞춤 설계해요. 지역아동센터 교사분들의 의견도 세세하게 반영해서, 어느 아이는 학습 지원이 필요하고, 또 어느 아이는 정서 지지가 더 우선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영남 지역 내 특정 시·군·구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지역 기업들이 공익 후원에 적극적이지 않은 탓도 있고, 일부 지자체 예산이 일회성으로 그치다 보니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끊김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파트너 한 곳이 저희와 함께 하다 예산 문제로 한때 사업을 중단하려 했을 때, 현장 지역아동센터에서 민원(?)을 엄청 넣었습니다. 아이들이 대학생 선생님에게 정이 많이 들고 실제 학습 능력도 향상되다 보니 ‘이걸 없애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 거죠. 결국 예산이 다시 확보돼 유지가 됐습니다만, 이렇게 부딪히는 과정이 참 어려워요. 그래도 한편으론, 그것이 제게 큰 보람을 줍니다. 이 사업이 정말 필요한 곳에 닿고 있구나 실감하게 되니까요.”
김대식 대표는 오랜 해외 유학 경험과,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이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찌감치 한때 ‘혁신위원회’ 등 당내 활동을 하며 거대정당에서 정치 경험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한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권력 다툼만 있고, 실제 국민 삶을 바꾸려는 모습이 잘 안 보였다”는 회의감 때문이었다.
그랬던 그가 최근 총선 예비후보로 출마를 감행해 눈길을 끈다. 대구의 한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근소한 표차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시 도전을 마음먹은 이유는, “현장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는 깨달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점프가 잘 굴러가고 있다고 해도, 아쉽게 사라지거나 멈추는 프로그램들이 계속 나와요. 근본적으로는 국가 정책과 제도가 교육 격차 해소에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된다고 봅니다. 예산 확대도 그렇고, 비영리단체 운영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해요. 단체 직원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조차 ‘착한 일 하는데 왜 돈을 받아?’와 같은 인식과 맞닥뜨리기도 하거든요. 결국 이런 여러 장벽을 제대로 개선하려면, 정치권에서 입법과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치를 통해 달성하고 싶은 구체적인 목표를 묻자, 김 대표는 “교육의 기회가 소득·지역에 따라 불공정하게 분배되는 걸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미 한 차례 출마해서, 수성구 일대 주민들과 소통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도 했다.
“젊은 층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청년 정치인’을 자처하면서 제 가능성을 보여줘야 했던 게 사실 쉽진 않았어요. 하지만 조금씩 문이 열리고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길게 보고 가려고요. 다음 선거든, 그 이후 기회든, 결국은 정책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서 교육 때문에 소외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점프를 통해 키운 ‘연어’ 선순환의 씨앗 뿌리길”
점프 설립 취지 중 하나는, 단지 저소득층 아이들만을 위한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재단 측은 대학생 장학샘들에게도 ‘장학금’과 동시에 ‘사회인 멘토’를 제공한다. 대학생이 아동을 가르치고, 그 대학생은 다시 직장인들로부터 조언을 받으며 성장하는 구조다. 멘토와 멘티가 짝을 이뤄 서로의 경험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 점프는 창립 이후 현재까지 약 2만 명 이상의 청소년과 6000명 이상의 대학생들을 지원했다. 어린 시절 점프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았던 아이가 성장해 대학생 선생님이 된 사례도 있다. 김 대표는 이를 “연어 같은 순환 구조”라 부르며 반기고 있다.
“1년 동안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대학생들이 정말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내요. 어떤 친구들은 코딩 교육도 할 수 있고, 어떤 친구들은 미술·음악적인 재능을 나눠줄 수도 있고요. 강의 자료나 온라인 콘텐츠로 발전시켜 더 널리 전파해볼까 하는 논의도 내부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파트너 후원에 집중하다 보니 실행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점프 출신 강사’가 유명 일타강사가 되거나, 교육 혁신가로 성장해줄 수도 있겠죠. 그걸 기대하면서 계속 노력 중입니다.”
인터뷰 내내 김대식 대표가 가장 많이 언급했던 단어는 ‘지속성’이었다. 사회공헌이든, 봉사활동이든, 교육 멘토링이든 반짝 이벤트로는 변화의 씨앗을 제대로 심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점프를 통해 소외계층 아이들과 마주해온 경험이 그의 생각을 더욱 확고히 만들었다. 그러한 확신이 바로 정치 무대에서도 도전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정치를 한다는 건, 결국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면 돼요. 점프는 민간 차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이 조금 더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을지 끊임없이 제안하고 개선책을 마련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쉽지 않죠. 저도 2017년쯤 처음 공직 분야인 당시 한나라당 혁신위원회 등에 발 들여놓았다가 한동안은 회의감도 크게 느꼈습니다. 그래도 ‘결국 내가 아이들에게 보태줄 수 있는 길은 더 크게 열려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김 대표의 표정에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가 엿보였다. 그는 “교육은 한 아이를 넘어, 한 세대의 인생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자기가 정치 무대에 서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종국엔 교육을 매개로, 지역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다음은 김대식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점프(JUMP)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하던 선배·동문들과 함께 만든 단체입니다. 원래는 다문화 가정이나 조부모·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중점 지원했는데, 점점 대상 범위가 확장되어 ‘교육 불평등 해소’라는 더 큰 주제를 다루게 됐어요. 저도 초기엔 ‘사회인 멘토’로 참여하다가, 영남 지역에 지부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습니다.
Q 대학생 장학샘들이 1년 가까이 봉사 활동을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A 기간이 짧으면 아이들이 오히려 상처를 받습니다. 멘토 선생님한테 정이 들만 하면 헤어져야 하니까요. 또 학습 성과도 누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10개월에서 1년 정도를 한 센터에서 활동하고, 그 시간 동안 실제 아이들의 정서적·학습적 변화를 함께 경험해요. 당사자인 대학생들도 그걸 통해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Q 운영 자금은 주로 어떻게 마련되나요?
A 기업·공공기관·지자체 후원 등이 가장 큽니다. 현대차, 강원랜드, 인천공항, GKL, 코오롱, 에어리키드 등 여러 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요. 이분들이 주시는 후원금으로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동시에 지역아동센터나 다문화센터와 연계해 아이들을 지원하죠. 파트너가 한꺼번에 빠지면 사업이 중단되는 위험도 있기 때문에 ‘지속성’을 가장 중시합니다.
Q 해외에도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A 해외 사업장을 갖춘 파트너와 손잡으면서 동남아나 다른 국가로 조금씩 뻗어나가고 있어요. 저희가 직접 상주하는 대신 현지 파트너를 발굴해 교육 모델과 운영 노하우를 전수합니다. 국내와 똑같이 대학생 장학샘과 소외계층 아이들을 연결하고, 그 대학생들은 다시 현지 사회인 멘토와 이어지는 구조죠.
Q 점프 활동 외에, 최근 정치에 도전하셨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A 결국 제도와 정책이 바뀌어야 민간 영역의 노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육 격차가 아이들 삶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데, 이를 해소하려면 예산, 정책, 법안들이 뒷받침돼야 해요. 제가 기존에 정치학을 전공하기도 했고, 점프로 활동하면서 ‘현장’의 중요성도 체감해왔기에, 정치라는 영역에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습니다.
Q 장기적인 비전이 있다면?
A 점프로 치면, 후원자가 지속적으로 늘어서 어느 지역이든 소외받는 아이가 없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죠. 더 나아가선, 교육 때문에 소득 격차가 그대로 굳어져버리는 악순환을 끊고 싶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정치 분야에서 그런 제도적 지원책을 이끌어내고, 저희가 직접 만든 이 모델(대학생 장학샘-사회인 멘토-아이들 간 네트워크)을 확산시키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박지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4호 (2025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