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부상에 화들짝 놀란 곳은 미국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강도 높은 AI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자 실리콘밸리는 물론 미국 정부도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이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창의적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자극한 결과가 됐다고 지적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국 규제가 강해지자 중국이 반도체나 AI 산업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반도체 자급 체계와 국산화를 더 가속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빅테크 역시 AI 패권 전략에 변화를 준다. AI 패권 구도가 미국 중심 일극 체제에서 중국 부상으로 다극체제로 변화 조짐이 뚜렷하자 동맹국을 포괄하는 ‘AI 벨트’ 구축으로 대중국 전선을 확장한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AI 패권 전략의 핵심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다. 이는 향후 4년 동안 약 730조원(약 5000억달러)을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등을 짓는 것이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참여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이튿날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할 정도로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딥시크 급부상 이후 AI 산업 다극 체제에 대비해 미국과 중국 간 AI 설비투자 경쟁의 일환이다.
미국은 보편 관세를 무기 삼아 자국에 생산시설을 짓도록 하는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을 펴며 동맹국을 향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압박한다. AI 산업 밸류체인 일원화를 위해선 AI 모델(소프트웨어)과 이를 구현하는 AI 반도체(하드웨어), 그리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는데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든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등 AI 관련 핵심 역량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단일 국가가 단기간에 이들 역량을 내부화하는 것엔 한계가 따른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구심점 역할을 하되 하드웨어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 참여를 끌어내 초거대 AI 신디케이트를 구성하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AI 산업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가운데 AI 기술 강국 미국이 AI산업 주도권을 이끌어갈 5000억원달러(한화 약 730조원) 초대형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전 세계 AI 산업 지형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자본 투자는 소프트뱅크 그룹이 주도하며 운영은 오픈AI 중심으로 이뤄지는 미·일 합작 AI 프로젝트다. 양사는 전체 프로젝트 지분 40%씩을 각각 보유한다. 또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Arm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기술 파트너로 합류했다.
해당 프로젝트 의장으로는 손 회장이 취임했으며 미국 전역에 AI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는 2029년까지 최대 5000억달러가 투입된다. 소프트뱅크와 오픈 AI는 190억 달러씩을 투자해 최대주주에 올랐으며 프로젝트가 완료될 경우 해당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오픈AI가 독점 이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규제완화책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게이트 발표 이틀 뒤인 1월 23일 ‘바이든 행정부의 유해한 인공지능 정책을 철폐하고 미국의 세계적 인공지능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인공지능 개발·배포를 통제해 민간 부문의 혁신을 저해한 바이든의 인공지능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국내 대표기업 삼성전자와의 합종 연횡으로 이어지고 있다. 2월 초 인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연달아 방문 중인 샘 올트먼이 한국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대한민국의 대표 IT 기업 삼성전자가 합류할 경우 국내 AI업계에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삼성전자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 여부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사다.
실제 오픈AI는 이미 텍사스주 애빌린에서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오픈AI는 올해 말에 텍사스 애빌린 데이터센터의 일부를 사용할 예정이다. 오픈AI는 앞으로 순차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주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오픈AI는 최대 10곳의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오픈AI 경영진은 각 캠퍼스가 제공하는 전력량에 따라 그 수가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외에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는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 역시 올해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최대 650억달러(93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빅테크 차원의 AI 투자 확대는 확산되는 분위기다. 메타는 “올해 자본 지출이 AI와 대규모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에 힘입어 600억∼6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자본 지출 전망치보다 약 70% 증가한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한 올해 예상치보다도 140억 달러, 약 30% 웃도는 수치다. 메타는 아직 2024년 자본 지출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분석가들은 2023년보다 40% 증가한 약 3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메타의 올해 자본 지출은 500억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는 지난해 6개의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착공했다. 올해는 1기가와트(GW)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새롭게 구동해 AI 서비스와 데이터 처리 능력을 대폭 확장하고, 대규모 데이터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메타는 이를 위해 연말까지 AI 구동에 필요한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130만 개 이상 확보할 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타의 대규모 투자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공식적으로 복귀한 지 나흘만으로,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지 3일 만에 나왔다.
오픈AI와 제휴한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상반기에 만 330억달러를 AI에 투자했고 구글 역시 252억달러의 AI 관련 지출을 지난해 상반기 집행하며 전년 대비 90% 넘게 투자를 늘렸다. 최근 챗GPT의 대항마인 그록3를 발표한 일론 머스크의 xAI는 기업가치 240억달러를 책정받으며 60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지난해 5월 받았다. 미국의 빅 테크 4개 기업인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및 메타는 올해에만 AI 관련 투자를 3000억달러(435조원) 넘게 할 방침을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AI 기업 xAI의 새로운 AI 모델 ‘그록(Grok) 3’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8월 그록 2가 공개된 지 약 반년만이다.
xAI는 17일(현지시간) 엑스(X) 플랫폼상에서 약 40분 가량 생방송을 진행하며 ‘그록 3’ 출시를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는 xAI의 엔지니어 3명과 함께 생방송에 등장해 직접 그록 3 모델을 소개했다. xAI는 지난 2023년 11월 그록 1을 처음 선보인 이후 빠르게 최신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xAI 설명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그록 3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을 10만장 보유한 콜로서스 슈퍼컴퓨터를 통해 개발됐다. 모델 훈련 시간은 2억 시간으로, 이전 모델인 그록 2보다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모델 훈련을 개선한 것 외에도 xAI는 스스로 오류를 잡아내는 자정 메커니즘과 강화학습 등을 통해 부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환각 현상을 개선하고 정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김병수 기자 · 추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