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10월 15일 국내 출시에 나서면서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위고비는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삭센다’와 원리는 같지만 효과는 더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출시 가격은 4회 투약분이 37만 2000원이지만 이는 병원 및 약국 공급 가격으로 건강보험 비급여인 소비자 가격은 삭센다보다 높은 70만원대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만치료제 테마가 갑자기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나노엔텍은 상한가, 블루엠텍은 25%, 에스엘에스바이오는 19% 올랐다. 이외 디앤디파마텍은 8.6%, 대봉엘에스는 3.8%, 인벤티지랩은 3.8% 올랐다. 그러나 단순 테마가 아니라 실제 비만치료제 개발·유통·판매로 수혜를 얻게 될 업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비만치료제는 ‘삭센다’로 잘 알려진 GLP-1 RA(GLP-1 Receptor Agonist; GLP-1 수용체 작용제)의 등장 전후로 나눠진다. GLP-1이 등장하면서 부작용이 효능을 능가하지 못하는 비만치료제가 가능해졌고 최근엔 헬스케어의 메인스트림은 비만치료제가 됐다. 비만치료제가 비만 치료말고도 당뇨병 등 다른 합병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덴마크 증시에 상장된 노보 노디스크가 지난해 9월 시총이 4250억달러(561조 6400억원) 수준으로 오르면서 LVMH를 제치고 유럽 1위 기업으로 등극한 것도 비만치료제가 가지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시총은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인 4060억달러도 추월했다.
노보리스크가 개발한 삭센다의 등장은 10년간 비만치료제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놨다. 2014년 하루 1회 주사 투여되는 리라글루타이드(판매명: 삭센다)가 출시되기 전에는 식욕억제제와 지방흡수억제제가 비만치료에 주로 사용되었다. 다만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약물인 펜터민과 같은 식욕억제제나 올리스타트 류의 지방흡수억제제는 여러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매출은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삭센다의 핵심인 GLP-1은 식사 후에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자극시켜준다.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촉진하는 것과 동시에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한다. 이를 통해 혈당을 조절해주고, 췌장과 간, 내장의 수용체를 활성시켜 인슐린 민감성을 향상시켜준다. 뇌의 식욕 조절 중추 작용을 통해 포만감을 유도해 환자의 식사량이 급격히 감소하며 9.2%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제(2009년)로 FDA의 허가를 받아 판매되던 삭센다는 체중 감소 효과까지 있다는 것이 확인하면서 고용량(최대 3.0mg) 제형의 비만치료제로 판매됐다. 삭센다는 2021년 11억 4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삭센다 이후 노보 노디스크에서 2021년 출시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반감기가 연장돼 주 1회 피하주사만 투여해도 되는 것이 장점이다. 삭센다는 하루 1회 주사 투여였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지방산(C18)결합과 특정 아미노산 치환을 통해 알부민과의 결합력을 증가시켜 반감기를 약 1주일(168시간)까지 연장한 것이다. 삭센다 대비 체중 감소 효과도 컸다. 68주차에 14.9%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출시 첫 해 2억달러, 2년 뒤 45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2017년에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으로 먼저 FDA 허가 획득했으며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로 비만 치료제로 추가 승인을 획득한 측면에서 삭센다와 비슷하다.
위고비 출시 이후 GLP-1 RA의 비만 및 당뇨 환자 대상 처방량이 빠르게 늘어났으며 위고비보다 더 높은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GLP-1/ GIP 이중 작용제 티르제파타이드(판매명:젭바운드; 일라이릴리)가 2023년 출시되면서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GLP-1 RA의 또다른 장점은 확장성이다. GLP-1은 췌장과 위장관, 중추 신경계, 심혈관계, 지방 조직 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작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2형 당뇨병과 비만뿐만 아니라 대상이상관련지방간염(MASH;Metabolicassociated steatohepatitis),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외모 문제가 아니라 각종 합병증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약으로 비만치료제는 더 주목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80~90%가 비만 환자다. 체중이 증가하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도도 증가한다.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비만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세계 사망 인구는 약 5000만 명이었는데 그 중 높은 BMI 지수에 따른 사망은 500만 명으로 약 10%를 차지했다.
글로벌 의약품 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지출은 2023년 240억달러에 달했다. 2020년 32억달러였으나 새로운 제제인 GLP-1 RA의 등장으로 3년 만에 7배 이상 상승했다. 보험사와 정부가 더 광범위한 보상을 지원할 경우 비만 치료제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만 치료제의 보험 급여 적용 확대를 통해 다양한 전략을 펴치고 있다. 장기적으로 비만치료제 처방이 합병증을 줄이고 건강보험 관련 비용 절감에 기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또한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만 정도가 악화되는 만큼 65세 이상에 대한 의료보험 메디케어에서 적극적인 환급이 이루어진다면 비만 치료제 판매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해외 비만치료제 관련 대표적 투자 종목으로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들 수 있다. 다만 다른 글로벌 빅파마도 비만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주가에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 최근 로쉐의 비만 치료제 CT-996(저분자 경구용 GLP-1) 임상 1상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4주차에 6.1% 체중 감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쉐가 2028년 비만 치료제 출시를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비만 시장에서의 플레이어 증가로 인한 가격 경쟁 심화 우려가 커진 이유로 최근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주가가 조정받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비만치료제 AZD5004(저분자 경구용 GLP-1) 임상 2a상 결과 및 암젠의 비만치료제 임상 2상 결과도 발표 예정이다.
국내 비만치료제 관련 종목이라고 하면 신약개발사, 주사제 개발 회사, 치료제 유통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주사제 개발회사는 인벤티지랩과 펩트론을 들 수 있다. 인벤티지랩은 IVL-DrugFluidic 플랫폼(마이크로 플루이딕스를 기반으로 한 약물 전달 플랫폼)을 기반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미세 입자를 균일하게 제조해주기 때문에 약물의 일정한 방출을 구현할 수 있다. 펩트론은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할 수 있는 스마트디포(SmartDepot™)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초음파 분무건조를 이용해 생분해성 고분자인PLGA와 펩타이드 약물을 캡슐화해주는 방식이다. 마이크로스피어의 입자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얇은 주사침으로 만들 수 있어 주사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만치료제 관련 신약 개발로는 한미약품을 주목할 만하다. 한미약품은 MASH 치료제 HM15275와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타임 라인 및 경쟁 상황을 고려해 신약가치를 재산출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하고 있는 비만 신약 HM15275는 GLP-1과 GIP 수용체뿐만 아니라 글루카곤 수용체를 함께 활성화함으로써 식욕 억제와 칼로리 소비 증가를 동시에 유도해주고, 이는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 효과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특히 글루카곤 수용체 활성화는 에너지 소비와 지방 분해를 촉진하기 때문에 대사 개선에 효과적이다. HM15275는 1H24부터 비만 대상 임상1상이 진행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연내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 미국·유럽 품목 허가 및 유럽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이지수 다올증권 연구원은 “동아에스티는 연말 DA-1241(MASH/2형 당뇨) 임상 2a상 데이터 발표, 내년 초 DA-1726 임상1상 데이터 발표 등 R&D 모멘텀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1700억원대 규모를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1위는 삭센다로 지난해 처방건수는 17만 건이다. 국내 출시된 위고비의 유통사 중 상장사는 2차 도매유통 가능성이 있는 블루엠텍이 거론된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국내 출시도 확정되었는데 국내 유통사로는 보령이 거론 중이다.
비만치료제 ETF도 상장돼 있다. 다만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아직 일라이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대표적이다보니 소수 종목을 담아 분산효과는 약하다.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 TOP2 PLUS와 TIGER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RISE 글로벌비만산업 TOP2+ 는 ETF명에서 보듯 2개 기업을 집중해서 담고 있다. 일라이릴리, 노보 노디스크 종목이 50% 가까이를 차지한다.
6개월 성과(10월 15일 기준)는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가 7%,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는 9.36%다. 수익률 차이는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는 바이킹테나퓨틱스, 로쉐, 리듬파머수티컬스의 비중이 높고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는 로쉐,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등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