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월스트리트의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사모펀드를 소재로 다룬 미국 드라마 ‘빌리언즈’ 속 주인공인 억만장자 보비 액설로드는 회사 안에 명상실을 설치해 수시로 활용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며 의사결정 압박에 시달리는 투자관리자의 해방구 같은 곳으로 묘사된다. 또한 금융사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인물은 정신과 의사이자 퍼포먼스 코치인 웬디다. 금융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인물인 웬디는 구성원의 심리상태와 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해서만 분석한 후 승진 여부를 결정한다.
드라마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미 故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실리콘 밸리 CEO들이나 글로벌 스포츠 스타들은 물론 할리우드 스타들은 자기 관리의 수단으로 명상을 실천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굴지의 빅테크 기업들은 사내에 명상 지도사나 심리상담을 위한 퍼포먼스 코치를 상주시키며 직원들의 마음 관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구성원들의 정신적인 건강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는 물론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들은 명상과 웰니스를 주제로 한 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기업들이 구성원의 심리 건강을 위해 사내에 웰니스 공간을 마련하는 추세다.
팬데믹 시기 동안 타인과의 물리적 접촉이 제한되자, 자연스럽게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명상은 불안과 우울, 불면증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주목받았다. 명상의 인기는 엔데믹 이후에도 이어져, 명상은 오늘날 시대적 화두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명상을 낯설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대체로 명상을 불교나 힌두교의 종교적 행위로 여기는 기독교인들이거나, 명상을 기인이나 도인들이 하는 수련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구시대적인 관점에 불과하다. 명상 고대 종교 수행법으로 시작된 것은 사실이나, 현대에 와서는 정신 건강과 마음 훈련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명상 앱 ‘캄’(Calm)과 ‘마보’(Mabo)의 사용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호텔과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명상 세션이 일반화된 현상은 명상이 대중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탐빌은 국내 명상 대중화에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전통적인 고요하고 정적인 명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흥겨운 소리와 춤이 함께하는 동적인 명상을 통해 입문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 그랜드 하얏트 앞쪽 남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있는 리탐빌은 국내 여러 기업 CEO, 스포츠 스타, 배우들이 찾는 명소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출신 방송인인 박찬호 씨는 리탐빌과 인연을 맺은 후 명상 지도자로 리트릿(Retreat) 행사에 등장하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웰니스 라이프에 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리트릿’이라는 용어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리트릿’(Retreat)이라는 용어 자체는 ‘후퇴’ 또는 ‘물러남’을 의미하며,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조용한 장소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내면의 성찰을 돕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다양한 리트릿 문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왔으며, 많은 이들이 휴가철마다 리트릿을 떠나고 있다. 최근 국내외 고급 호텔이나 휴양지들이 리트릿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트릿의 주요 목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증진하며,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있다. 리트릿 프로그램에는 명상, 요가, 다도, 싱잉볼 연주 등 다양한 웰니스 활동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는 참가자들이 자기 내면과 깊이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리트릿에서 명상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상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과정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리트릿 프로그램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명상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불안을 해소하며,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도록 돕는다. 이러한 이유로 명상과 리트릿은 이제 단순한 휴식이나 취미를 넘어서,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동시에 돌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서 리트릿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는 ‘리탐빌’이다. 24년간 리탐빌은 남해, 제주, 일본, 미국 등지에서 리트릿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왔다. 특히 2023년 열린 리탐빌의 명상 축제 ‘슈퍼 소울 릴레이’는 대중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행사는 기존의 잔디밭이나 공원에서 요가와 함께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명상 페스티벌과는 달리, 정장 차림의 명상가들이 호텔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볼룸 홀에서 강연과 리트릿을 함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편 리탐빌은 하반기 서울의 한강과 남산, 제주에서 로움 리트릿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내에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한 사례는 이제 흔해졌다. 구글은 2007년 일찌감치 사내에 ‘내면 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이라는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한 바 있다. 애플·SAP·골드만삭스·P&G·나이키 등 다양한 기업에서도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명상이 단순히 심신 안정과 휴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의 생산성 향상, 창의력 증진 등 인적자원 관리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그룹은 삼성인력개발원에 명상센터를 두고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삼성은 지난 2017년 5월 경북 영덕 칠보산 자락 약 2만8000평 대지에 총 면적 8000평 규모로 교육동 2채(명상실 4곳), 숙소동 7채(300명 수용), 커뮤니티동 1채로 구성된 명상 전용 연수원을 열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임직원 건강 증진을 위해 마음 건강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내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마음 건강 프로그램은 스트레스·수면 관리, 감정 이해, 점심 명상 등으로 구성된다. 마음 챙김 상담소 내 명상실은 일과 중 상시 운영한다. 이외 LG그룹도 계열사별로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명상을 접목해 운영 중이다. 그 중이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경북 문경의 한 폐교 대지를 임차해 명상·요가·다도실을 갖춘 ‘힐링센터’를 열기도 했다.
이외에 신입 사원 연수나 임직원 연수 프로그램에 명상 수업을 도입한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화재·포스코·한화에어로스페이스·SK플래닛·교원·교보생명·오뚜기·HS애드·대상그룹·한국동서발전 등 많은 기업이 직원 연수 프로그램으로 명상 수업을 운영한 바 있다.
기업들의 정신 건강을 비롯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벤처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2019년 창업한 헤세드릿지는 사내 웰니스 건강 관리 플랫폼 ‘달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요가, 명상, 심리상담 분야의 웰니스 전문가들이 회사로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케어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300여 개 이상의 공공기관과 기업이 헤세드릿지의 웰니스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GS홈쇼핑, 시몬스, 우체국금융개발원, 한국기상산업기술원 등 여러 기업들이 제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내에 상주 공간과 인력을 설치하기 어려운 환경이거나 직원들의 복지 개념으로 접근하는 기업들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달램 서비스는 보건관리자, 안전관리자와 소통하며 임직원 대상으로 근골격계케어 서비스와 EAP(근로자지원프로그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도권부터 지방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며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신재욱 헤세드릿지 대표는 “회사로서는 검증된 웰니스 전문가를 찾기가 어려운 문제를 헤세드릿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라며 “임직원들의 건강 문제를 확인하는 데 있어서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와 이용률 등 확인을 통해 의사결정하고 증빙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급함으로써 임직원 건강, 관리 효율성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8호 (2024년 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