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기말배당이 한 차례 지나갔지만 배당에 관한 관심은 여전하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촉발한 주주환원 중요성에 대한 인식 때문에 상장사들은 저마다 배당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투자자들도 과거엔 ‘주식 양도차익’에 관심이 컸다면 요즘은 안전 마진 확보에 도움이 되는 배당을 투자 시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만 배당 투자에는 고려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세후수익률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배당소득세이고 두 번째는 배당락이다. 배당락은 배당기준일이 지나 배당을 받을 권리가 사라진 첫날 시초가를 배당금만큼 떨어뜨려 거래를 시작하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배당락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회복되는 특성이 있지만 배당소득세는 고정된 액수기 때문에 최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략을 써야 한다.
배당소득에 부과되는 세율은 기본 15.4%다. 하지만 다른 이자소득과 합산해 연간 2000만원이 넘어가면 누진과세인 종합소득세가 적용된다. 이때 최고 44%의 세율로 과세되기 때문에 배당 투자를 많이 하는 투자자들은 비과세 배당 전략을 짜야한다. 만약 2000만원이 넘어 종합소득세 대상이 되면 재산 보유 상황과 관계없이 국민건강보험에서도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므로 전반적인 세후 소득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보유 자산(주택 및 자동차 등)에 대해서도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2000만원이 아니라 1000만원만 넘어도 재산세 과세표준액이 5억4000만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에서 탈락된다.
그렇기 때문에 배당을 받으면서도 세금이나 건강보험료가 걱정된다면 아예 비과세 배당주를 노리거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상법 제461조의 2 및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 3 제6항에 의해 이익잉여금을 감액해 자본준비금을 재원으로 만들었을 때는 배당소득에는 포함되지 않아 비과세 대상이다. 순이익으로 배당할 때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것과 다르게 완전 비과세인 것이다. 고배당이면서도 비과세 배당인 종목은 10여 개 있으며 지난해에 비과세 배당이라고 하더라도 방침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배당주 투자 시 공시 등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비과세 배당주는 메리츠금융지주를 들 수 있다. 지난해 12월 31일이 배당기준일이며 주당 배당금은 2360원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2사업 연도 결산배당부터 자본준비금을 감액한 금액을 재원으로 해 배당하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 비과세 잉여금 2조4678억원이 있으며 2023년 배당으로 4483억원을 배당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과세 배당을 할 여력은 충분하다. 배당에다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합하면 주주환원율이 51%에 달해 주주친화적 기업이라 평가받고 있다.
하나투어도 주당 5000원의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시가배당률은 7.5%다. 다만 하나투어는 배당락일 이후 주가가 10% 하락하는 등 고배당주 투자에는 배당락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크레버스는 반기 배당을 하는 비과세 배당주다. 지난해 상반기 말 주당 1000원 중간배당을 공시한 이후 기말배당으로는 주당 2000원을 공시했다. 현재 주가를 감안하면 기말배당만으로도 시가배당률이 11%대다. 청담어학원, CMS 등의 온·오프라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2023년부터 씨엠에스에듀 합병을 통해 발생한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비과세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레버스는 배당과세 부담이 높은 한국 증시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비과세 배당은 2028년까지 유지된다”며 “올해는 ESL 사업에서 보습 사업이 추가되면서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기준일이 연말이라 배당금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비과세 배당 종목으로는 넥스틸, 일진홀딩스, 인화정공이 있다. 이들 배당주는 12월 말까지 업황에 따른 주가 변동이 클 수 있어 배당액뿐만 아니라 업황 변수도 염두에 두고 배당주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한 이익잉여금에 따라 비과세 배당 정책이 폐지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내는 공시를 확인해야 한다.
넥스틸은 지난해 상장된 에너지용강관 전문기업으로 지난해 12월 임시주총 결의를 통해 자본준비금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572억원의 일부인 182억원을 배당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비과세 대상인 배당금은 주당 700원이다. 시가배당률은 9.5%이며 이익잉여금 규모를 볼 때 3년간 비과세 배당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진홀딩스도 주당배당금은 150원으로 시가배당률이 3.5%다. 주력 계열사인 일진전기가 최근 북미 전력 인프라 시장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다른 비과세 배당주인 인화정공은 주당배당금이 2250원으로 시가 배당률은 18% 수준이다. 제조업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선박엔진부품과 자동차부품, 금속성형기계, 금속구조재 등을 생산하는 사업을 운영한다.
ISA는 개별 종목뿐만 아니라 ETF까지도 담을 수 있어 배당 투자에 최적화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ISA 계좌에서 발생한 투자수익은 서민형(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나 3800만원 이하의 사업자), 농어민(연 소득 3800만원 이하)의 경우 최대 400만원까지는 비과세, 그 초과분은 9.9% 저율·분리과세 적용으로 절세효과가 있다. 연소득 5000만원 초과의 근로자나 3800만원 초과의 사업자는 일반형 ISA에 가입 가능하다. 일반형 비과세 한도는 200만원이다. 즉 배당소득 200만원에 대해선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셈이다. 직전 3년 중 1회 이상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면 현재로선 가입이 불가능하다.
만기 후 60일 이내 투자금을 연금계좌로 이전하여, 납입액의 10%(최대 300만원 한도)까지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SA 계좌의 납입한도는 연간 2000만원이나, 당해연도 사용하지 않은 한도는 다음 해로 이월해 최대 1억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다. 단, 1인 1계좌만 개설 가능하다.
향후엔 ISA 가입대상과 혜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에선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ISA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늘리고자 하는 한편, 국내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투자형 ISA를 신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의된 개정안은 ISA 납입한도를 연간 2000만원(총 1억원)에서 연간 4000만원(총 2억원)으로 확대하며 비과세 한도도 대폭 늘린다. 기존 200만원(서민·농어민형 4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농어민형 1000만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국내 주식·ETF 시장 투자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국내투자형 ISA는 금융소득종합과세자까지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과세 한도는 일반 ISA의 2배인 1000만원인데 금융소득종합과세자는 비과세 없이 14%의 분리과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국내투자형 ISA는 예·적금과 파생결합증권 등도 모두 운용할 수 있는 일반투자형에 비해 국내 상장법인 주식에 투자하는 집합투자기구의 집합투자증권 및 국내 상장법인 주식으로 운용자산 범위가 제한된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투자형 ISA가 신규 출시된다면 은행에서 가입이 가능한 신탁형, 일임형 ISA보다 주식과 펀드 투자가 가능한 국내투자형 ISA로 투자금 쏠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투자형 ISA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와 같은 투자자를 주식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주식시장의 수요 기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ISA 개정안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했지만 여·야 모두 ISA의 확대에 대해선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에 세부 디테일은 달라질 수 있어도 과세 혜택과 대상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가입자격 확대, 투자 가능 상품 범위 확대(기존 예·적금에서 상장 주식까지), 최소 계약기간 축소(5년에서 3년 이상으로), 전년도 미납분 이월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제도개선을 단행한 이후 ISA 가입금액과 가입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40대의 증가폭이 컸다. 최근에도 투자중개형을 중심으로 가입자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 1월 말 기준 가입자 수는 298만 명, 투자금액은 24조5000억원에 이른다. 일본 NISA의 사례로 볼 때 ISA에 주로 담는 주식은 고배당주로 예상되는 주식으로 보인다. 의무 보유 기간으로 인해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변동성이 낮고 향후 꾸준한 배당을 얻을 수 있는 주식이 우선 고려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투자형 ISA가 신규 출시된다면 국내 고배당주와 관련 ETF가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고배당주 ETF 중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ARIRANG 고배당주,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KODEX 배당가치 등이 있다. ARIRANG 고배당주는 금융 업종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며, 자동차 업종 비중도 높은 편이다.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은 100% 금융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 은행 ETF의 대표주자인 KODEX은행과 달리 카카오뱅크를 제외하면서 분배율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KODEX 배당가치, KBSTAR 고배당은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어 삼성전자 외에 자동차와 금융업종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은행주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데다 KB금융·신한지주 등이 분기배당을 주기 때문에 주식 장기 보유에 따른 유동성 부담이 줄어든다. 거기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이어서 주가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제림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