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과 깃발에 경찰 마크를 달고 네 바퀴로 전시장을 당당하게 누비는 로봇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올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4’에서 관람객의 관심을 끈 순찰로봇이다. 평범한 배달로봇과 차별화된 포인트는 인공지능(AI) CCTV다. 뉴빌리티와 SK쉴더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로봇은 강력한 자율주행 기능과 이상 상황을 탐지하는 보안 카메라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 아이디어는 전 세계에서 모인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이미 ‘자율주행 순찰로봇 운영 실증’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얻어낸 이 로봇은 강원과 인천 등 5곳의 실증지역에서 순찰로봇을 운영할 계획이다.
2017년 설립된 뉴빌리티는 최초 게임용 햅틱 글러브 제작을 시작으로 5차례의 큰 전환을 겪으며, 2019년 말 자율주행 로봇을 주 사업분야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간단하다. SF영화에서만 보던 로봇을 우리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제조 중심의 로봇 시장을 서비스화하고 지능화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로봇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 모듈로 국내외 시장에 공격적인 확장을 준비하고 있는 뉴빌리티는 먼저 라스트마일 배달 시장에 주목했다. 팬데믹 이후 급증하고 있는 배달 시장 속 물류비용의 증가가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으로 연결되는 구조에 집중, 로봇을 활용한 라스트마일 배달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서울 강남구 등 도심지, 대학가, 캠핑장, 골프장 등 국내는 물론 해외 네옴시티 등 15개 사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3년 한 해 뉴빌리티는 약 4500여건의 로봇배달을 수행하기도 했다.
최근 일반 상점 안을 돌아다니는 서빙로봇이 점차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대중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실외 배달로봇의 영역은 갖춰야 할 기술력의 차원이 높아진다. 보행자나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등 다양한 장애물과 돌발상황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실외 배달로봇의 상용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율주행 데이터의 확보다. 자율주행 성능 및 서비스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뉴빌리티는 지속적인 자율주행 데이터의 축적과 서비스 품질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ES 2024에 선보인 순찰로봇은 뉴빌리티와 SKT, SK쉴더스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순찰로봇은 겨울철 강추위에도 24시간 순찰할 수 있으며, AI CCTV를 통해 객체 인식 및 이상 상황을 분석, 판단한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이미 인천 센트럴파크에서의 시범운영을 통해 주야간 위험 지역의 자율 순찰 및 시설안전 점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라며 “순찰로봇이 CCTV 사각지대와 순찰 대원의 근무 피로 문제 해결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로봇은 AI CCTV로 객체 인식과 이상 상황을 자체 분석, 판단한다. 주야간 24시간 위험 지역 자율순찰 및 시설 안전 점검을 수행한다. 이상 상황 발생 시 인천경찰청, 연수경찰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제센터와 연계해 신속한 현장 개입과 사고 대응을 돕는다. 순찰 중 오토바이, 전동킥보드, 자전거 등을 인식해 안전한 이용을 당부하는 안내 방송을 송출하는 기능도 갖췄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단순 순찰업무 외에 CCTV 사각지대를 커버하며 화면을 송출하고 순찰 대원의 근무 피로 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CES 2024를 기점으로 뉴빌리티가 개발한 순찰로봇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뉴욕시 경찰의 경우 지난해 4월 미국 보안로봇 개발업체 나이트스코프의 ‘K5’ 로봇을 맨해튼 순찰에 도입하기도 했다. 나이트스코프는 6개월간 순찰로봇 서비스를 운영한 결과 실제 경찰 투입률은 10%, 범죄 건수는 46% 감소했으며 범인 체포율은 27%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4년은 실외 이동로봇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11월부터 도로교통법과 지능형 로봇법의 개정을 통해 실외 이동 로봇이 보행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로봇들이 도시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존에는 로봇이 사전에 지정된 규제 샌드박스 구역에서만 이동할 수 있어 상용화에는 제한이 있었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는 로봇이 바로 뉴빌리티의 ‘뉴비’다. 작고 효율적인 배달로봇인 뉴비는 강남 일대에서 근거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로 세로 30㎝의 크기에 불과하지만, 최대 25㎏까지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로봇이 고가의 센서가 아닌 일반 카메라를 사용하여 건물과 사람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는 로봇 기술을 소상공인에게도 접근 가능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뉴빌리티의 가능성을 알아 본 삼성은 지난해 3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뉴빌리티에 30억원을 투자하며 상용로봇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정부당국은 지난 1월 16일 2030년까지 산업 현장에 첨단로봇을 100만대 보급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규제 51개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확정한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따르면, 기술 진보와 산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능형 로봇법’ 체계를 전면적으로 정비한다. 올해 사회 각 분야의 의견 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마련,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첨단로봇 규제혁신 방안을 중심으로 모빌리티와 안전,협업·보조, 로봇 친화적 환경 등 4대 분야, 51개 과제를 집중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안에 실외 이동 로봇의 보도·공원 통행, 배송사업 허용 등 20개 과제를 완료하고, 40개 과제를 속도감 있게 개선키로 했다.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로봇 기술의 선두주자로서, 데이터 기반의 혁신적인 접근방식과 첨단 기술을 통해 도심지에서의 안정적인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있다. 이 회사는 멀티카메라 기반 V-SLAM과 센서퓨전 기술을 활용하여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도 정확한 위치 추정이 가능하며, AI 기반 객체 인식 기술과 레이더, 스테레오 카메라를 통한 장거리 장애물 인식 및 회피 주행 로직을 구현하고 있다.
SK쉴더스와 협력하여 자율주행 순찰로봇의 시범운영을 진행 중인 뉴빌리티는, 이를 통해 물리보안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로봇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에서의 치안과 안전을 위해 개발되었으며, AI 알고리즘의 지속적인 고도화를 통해 순찰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뉴빌리티는 실외 자율주행로봇 ‘뉴비’를 통해 라스트마일 배달 시장의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테슬라와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과 대량 생산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라이다 없이 카메라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해 비용을 줄여 이른 시간 대중화에 나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KT와 협력해 실외 자율주행로봇의 사업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미 다양한 실증 경험을 통해 국내외 시장 침투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뉴빌리티는 현재까지 29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자율주행로봇과 함께 다양한 RaaS(Robot as a Service) API KIT, 로봇배달 앱 솔루션을 개발해 시장에서의 신뢰도와 확장성을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와 B2B 파트너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운용 및 비용 측면에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로봇 업계 한 관계자는 “뉴빌리티의 기술 혁신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라며 “여러 단체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협력을 통해 물리보안, 라스트마일 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율주행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