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곳은 부차시 학살현장과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다.
부차는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의 심각성을 가장 잘 보여준 곳이다. 2022년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점령했는데, 부차 해방 후 언론인과 우크라이나 군이 도시에 들어갔을때 대량 학살의 증거가 그대로 남아 전세계를 경악케 했다. 당시 일부 시체는 길거리에 누워 있었고, 일부는 손이 등 뒤로 묶여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해방 후 부차 지역의 성앤드류 성당 근처에 있던 집단무덤에서 시신을 발굴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사망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 때 발견된 희생자만 최소 6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40~60세 사이 민간인이었다. 이후 ‘부차 학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르핀은 2022년 러시아가 키이우를 공격하려고 할 때 서쪽 방향에서 포위하기 위해 장악하려고 했던 도시다. 러시아 군은 23일 간 도시를 점령하는 동안 치열한 전투로 이르핀의 사회 및 주거 시설의 70%가 파괴됐고, 2022년 3월 28일 우크라이나 방어군은 이르핀을 해방, 도시는 수도로 향하는 적을 막아냈고 ‘이르핀 – 영웅 도시’라는 지위를 부여 받았다. 이어 2월 25일 오전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군의 키이우 진격을 막기 위해 로마노프스키 다리를 폭파시켰고, 그 후 이곳은 수천명의 주민들이 탈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되었고, 수 백장의 대피 사진들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바 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수도 키이우 방문 전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잘 보여주는 두 곳을 먼저 찾아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과 별개로 올라나 젤렌스카 여사와 일정을 소화했다. 두 사람은 키이우의 아동권리 보호센터를 찾아 러시아에 강제 송환됐다 귀환한 우크라이나 아동과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한국도 전쟁의 참상을 겪었지만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이러한 한국의 노하우와 한국인의 강한 근성이 우크라이나의 빠른 도시 재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건 지원 의지를 밝혔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의의 배우자 프로그램에서도 만났던 두 사람은 당시 우크라이나 센터에 전시된 우크라이나 피난민 아이들의 그림을 함께 관람한 것을 되새기기도 했다. 김 여사는 “저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이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어 한다”며 그림들을 한국에서 전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의 참상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양국이 함께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김 여사가 남편인 윤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찾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우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남편보다 먼저, 단독으로 우크라이나를 찾아 화제가 된 바 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부인과 함께 오지 않았다. 이를 두고 몇달전 한국에서, 그리고 최근 나토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서 조우하며 친분을 쌓은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김 여사의 친분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바르샤바 박인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