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성(性) 산업을 조명한 넷플릭스 ‘19금’ 콘텐츠 ‘성+인물’이 뜨거운 화제성과 동시에 비판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 일본편’(연출 정효민 김인식, 이하 ‘성+인물’)은 신동엽 성시경이 성인 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토크쇼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일본 편’에서는 실제 일본의 성인용품 숍과 성인 산업들을 조명했다. 특히 AV 배우, 호스트 등 풍속업 종사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성적인 은어와 비속어 역시 여과 없이 사용됐고, 신동엽은 AV 배우와 함께 직장 상사와 신입사원 역할극을 펼치기도 한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성+인물’은 공개 이후 국내 순위 3위에 오르며 꾸준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예능에서는 소비되지 않았던 자극적인 소재였던 만큼 공개 이후 비판과 비난, 옹호 등 다양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한국에서 제작과 유통이 금지돼 있는데 AV 산업과 배우를 미화했다는 지적과 함께 19금 콘텐츠라도 미성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반발과 우려가 나왔다. 반면 성을 소재로 한 예능일 뿐 문제 될 게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일본의 성산업은 연간 5조~7조엔(약 49조원~68조원)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AV(Adult Video, 성인 비디오)가 차지하는 부분 역시 상당하다. ‘성+인물’이 일본의 성산업을 들여다보면서 AV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일 수 있다.
문제는 AV를 다뤘다는 점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어두운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으면서 AV 배우의 입을 빌려 “AV가 많은 사람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 성범죄율을 낮추는 것 같다”는 메시지를 전파했기 때문이다. 또 AV배우와 감독, 호스트바 종사자 등과 인터뷰를 통해 성욕을 충족시켜주는 일에 대한 미화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다른 범죄 욕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유사 경험을 하도록 도울 경우 범죄율이 낮아진다는 말은 하지 않으면서, 유독 성에 대해서만 성욕을 충족시키면 성범죄율이 낮아진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더 나아가 성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런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가 적합한가라는 의문은 자연스레 떠오른다.
정효민 PD는 지난 2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일본을 편의점의 나라라고 하기도 한다. 그만큼 편의점 산업이 크다는 뜻이다. AV산업도 그에 못지 않다”면서 “큰 산업이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암)이 있다. 모든 산업이 그렇다. 이 정도 사이즈의 산업 중 암이 없는 산업은 없다. 논쟁이 있을 수 있는 산업이라 (암이) 강하게 부각되는데 나름 담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V 여배우 편에 나오는 ‘AV는 사실 판타지’라는 말은 그 업계인 입에서 하고픈 말이 아닐 수도 있다. 남 배우 편에서는 아들이 있는 배우가 ‘직업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말이나, AV 감독이 ‘부모님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인정은 해준다’는 말 등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명만 조명했다고 하면 제작진으로서 서운함이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AV로 분류되는 성인물은 불법이다. 단순 시청자까지 처벌하는 법규는 없지만, 제작 유통, 배포는 명백한 불법이고, 일본의 AV를 들여오는 것 자체가 금지다. 합법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불법 웹하드 공유 사이트를 기반으로 AV를 비롯한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어 왔다.
또 일본 내에서도 가출 청소년이 풍속업에 빠지는 경우나 이들을 꾀어내 끊임없는 가스라이팅으로 착취하는 일 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AV를 비롯한 대규모 성산업이 발전해 ‘성진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도 이런 성착취가 만연하다. 이런 명백한 어둠이 있는데다가 국내에서도 불법 촬영물로 인한 문제가 많았음에도 예능으로 유쾌하게 소비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PD는 “제한된 플랫폼에서 상영되는 것이고, 19세 이상 관람가이기 때문에 19세 이상만 볼 수 있다”며 “(19세 이상 성인은)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AV와 불법 촬영물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에 깔지 않았다. 불법 촬영물은 인정받지 못할 죄악이다. AV와 동일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만 편에서는 LGBT(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혼을 인정한 곳이고 결혼하는 부부들이 있다. 여기에 성소수자들을 비판하는 영역이 뒤섞이면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뒤섞여버린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찬반에 대한 문제는 AV산업을 옹호하는 입장만 보여줘 명백한 암을 보여주지 않아 미화한 것과는 동일선상에 설 수 없는 다른 레벨의 논의다.
정 PD는 “(국내에서) AV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런데 AV를 개인이 보는 것이 불법이냐, 우리나라에서 시청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불법 촬영물을 시청한 단순 이용자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이게 합법이기 때문은 아니다. 최근 문제가 되며 폐쇄된 누누비티 등 콘텐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문제에서도 시청자는 처벌하지 않았다. 처벌 가능한 법 조항이 없다는 것이 이를 용인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예능의 본질은 재미에 있다. 예능을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다. 헌법 제2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되어있다. 표현의 자유가 헌법이 수호하는 가치라는 뜻이다.
하지만, 웃음과 재미를 위해서 다른 가치를 훼손하는 ‘표현의 자유’가 과연 존중받아야 하는 가치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비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예능인데 뭐 어떻냐”, “재미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 “흥미로웠다”, “AV를 직접 보여준 것도 아니지 않나”, “19금인데 뭐가 문제가 되나?” 등 옹호하는 입장도 보였다.
‘예능에 왜 다큐멘터리에 댈법한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능이 가지는 영향력을 고려해봤을 때, 관련 논의와 비판은 꼭 필요했다. 가볍게 문화의 다양성으로만 바라보기에는, 국내에 만연한 성착취 관련 사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