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결국 슈팅을 하고 득점을 해야 승리하는 스포츠다. 스페인은 그걸 망각했다.
스페인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모로코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패배, 졸전 끝에 조기 탈락했다. 토너먼트 첫 이변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스페인은 경기 내내 분위기를 주도했고 몇 차례 역습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 공을 소유했다. 무려 6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후반 90분, 연장 전후반 30분까지 총 120분 동안 무려 1050회의 패스를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스페인의 전반 슈팅은 단 1개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골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후반 들어 4개를 더했지만 유효 슈팅은 1개. 승부차기 직전 그들의 슈팅은 14개로 늘었으나 유효 슈팅은 불과 2개였다.
오히려 모로코의 역습이 더 날카로웠다. 전반 32분 스페인의 패스 미스가 누사이르 마즈라위의 슈팅으로 이어졌고 우나이 시몬의 선방으로 실점을 피했다. 연장 전반 13분에는 왈리드 세디라에게 또 한 번 무너질 뻔했으나 시몬이 막아냈다.
스페인의 유효 슈팅 2개는 모두 위협적이지 않았다. 야신 부누의 정면으로 향하며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오히려 옆 그물을 때린 알바로 모라타의 슈팅,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나온 파블로 사바리아의 골대를 강타하는 슈팅이 유이하게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120분 동안 슈팅 14개는 사실상 혼자 공격한 스페인에 있어 그리 많은 것이 아니었다. 특히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패스만 하는 소심함이 발목을 잡았고 그렇기에 유효 슈팅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 스페인의 짧은 패스 축구가 통할 수 있었던 것은 환상적인 미드필더들의 존재, 그리고 완벽한 호흡이 주력이었으나 결국 패스 플레이를 득점으로 마무리해준 공격수들의 존재감이 컸다. 그러나 지금의 스페인은 결국 마무리 단계까지 가지 못하며 그저 시간만 죽이는 단조로운 패스 플레이를 할 뿐이었다.
축구에서 슈팅이 아닌 ‘패스만 했던’ 스페인이다. 모로코는 스페인의 단순한 플레이를 당연히 잘 막아낼 수밖에 없었고 과거 티키-타카를 무너뜨렸던 전술을 채택, 오히려 역습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스페인은 이미 승부차기로 끌려간 순간 패한 것과 다름없었다. 월드컵에서 4번의 승부차기에서 3번이나 무너졌던 ‘새가슴’ 군단은 끝내 모로코에도 쓰러지고 말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심지어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며 2006년 스위스 이후 2번째 굴욕을 맛봤다.
스페인의 로드리는 경기 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로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불평했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모로코가 스페인의 축구보다 더 위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은 강팀들의 조별리그 고전, 그리고 토너먼트에서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스페인은 첫 경기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 결국 모로코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은 8강에 오를 자격이 없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