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두 딸을 키우는 40대 조모 씨는 주말마다 대형마트를 가면 마트 자체브랜드(PB) 우유를 2팩씩 산다. 가족들이 아침식사로 시리얼과 우유를 즐겨먹는데 작년부터 우윳값이 많이 올라 편의점 등에서 사먹기엔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씨는 “PB 우유지만 용기에 표시된 제조사를 살펴보면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브랜드 우유와 같다”면서 “같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앞으로도 PB 우유를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불과 1년 만에 서울유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체들이 흰 우유 가격을 17일부터 일제히 인상한 가운데, 동일 제품이면서 가격은 30% 가량 저렴한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매일경제가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에 확인한 결과 전체 흰 우유 판매에서 자체브랜드(PB)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1.7%에서 지난해 13.8%로 늘었고,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17.6%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마트 PB우유는 매일유업·남양유업 등 일반 우유 제조사들이 제조해 브랜드만 마트 PB를 달고 판매하는 구조다. 매일유업이 제조하는 ‘피코크 에이클래스’ 우유의 경우 이마트에서 20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PB 우유는 ‘매일우유 오리지널’(2840원)과 용량(900㎖)과 세균수 등급(1A)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27% 저렴하다.
남양유업이 제조해 ‘피코크 더클래스’란 이름으로 팔리는 PB 우유도 900㎖ 1팩이 이마트에서 1984원에 판매된다. 세균수 등급이 1등급으로 ‘남양 맛있는 우유 GT’(1A등급·2860원)보다 한 등급 차이는 있지만 같은 용량임에도 가격은 30% 저렴하다. 부산우유가 생산해 이마트가 판매하는 ‘노브랜드 굿모닝 굿밀크’는 1ℓ에 1580원으로 동일 용량의 ‘서울우유 나100%’ 우유(2870원)와 비교하면 거의 반값 수준이다.
이마트는 고물가 시대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차원에서 모든 PB 제품 가격을 올해 연말까지 동결한다고 지난 9월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밀크플레이션을 맞아 마트 PB 우유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내년에도 인상폭을 최소화할 예정”이라면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유통구조를 단순화 하는 방법 등을 통해 항상 저렴하게 우유를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기간 유통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멸균우유를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는 최근 서울우유 1ℓ 제품 10개를 개당 1900원대에 팔아 판매상위 목록에 이름이 올랐다. 멸균우유란 초고온에서 미생물을 죽여 무균 포장한 것으로 일반 우유와 영양분은 같으면서도 상온에서 최대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대규모 젖소 목장을 운영하는 폴란드와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멸균우유는 ℓ당 가격이 1500~2000원으로 국산 냉장 우유 대비 가격이 절반 가까이 싸다. 관세청에 따르면 멸균우유 수입량은 올해 상반기 1만4675t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한편 원유가격 인상에 따라 이날부터 흰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오른데 이어 발효유 등 가공 유제품 가격도 인상이 시작됐다. 당장 서울우유의 생크림과 버터 출고가격은 각각 10%, 7%씩 올랐고, 발효유 제품 ‘비요뜨’ 출고가도 5%대로 인상이 결정됐다. hy는 내달 1일부터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의 소비자 가격을 1500원에서 1600원으로, ‘메치니코프’는 1300원에서 1400원으로 각각 100원씩 인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