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체로 엉덩이 근육을 인지하지 못한 채 생활한다. 팔이나 다리처럼 눈에 띄게 사용하는 근육도 아니고, 허리나 어깨처럼 때때로 통증을 유발하는 근육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재감이 희미하던 엉덩이 근육이 장애를 일으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엉덩이 기억 상실증Gluteal Amnesia’이라는 단어가 있다. 엉덩이가 제 근육(대둔근)을 적절히 쓰는 법을 잊은 상태를 말한다. 사실 엉덩이뿐 아니라 우리 몸의 모든 근육은 오래 사용하지 않거나 같은 동작만 계속해서 반복하면 스스로 멍청해진다. 본래 타고난 여러 기능을 잊고, 익숙한 자세로만 근육을 쓴다. 그 결과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하면 통증이 유발되고 의도한 동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엉덩이는 특히 관리가 소홀하기 쉬운 부위다. 일상에서 자주 또 중요하게 이루어지는 운동성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애플 힙’ 만들기가 유행하거나 꼬리뼈를 다쳐 앉는 동작 자체가 조심스러울 때에야 비로소 엉덩이가 그곳에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하지만 엉덩이는 척추와 다리를 연결하며 전신의 움직임과 균형, 직립에 깊이 관여한다.
엉덩이 기억 상실증에 걸리면 어떤 문제들이 일어날까. 엉덩이는 골반 뼈와 골반 뼈를 감싸고 있는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엉덩이 근육이 약해져 골반을 단단히 붙들지 못하면 골반이 틀어져 허리와 다리에 과도한 무게가 실린다. 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자주 일어난다. 또한 엉덩이 근육이 척추를 지지하지 못해 척추가 굽으면서 등이 구부정해진다. 이는 척추 측만증을 야기해 목부터 어깨와 허리, 무릎에 이르는 전체 부위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요통 환자의 80%가 엉덩이 근육 약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결과는 놀랍기까지 하다.
엉덩이 기억 상실증은 고관절 장애 발생율도 높인다. 약해진 엉덩이 근육을 대신해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이 나서게 되는데, 햄스트링은 쉽게 뻣뻣해지는 특징이 있어 고관절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절하지 못한다. 그래서 고관절을 움직일 때 뚝뚝 소리가 나고 보행이 불편해지며 허리 디스크 위험이 커진다. 당연히 다리 운동성도 제한된다. 엉덩이 근육은 다리를 뒤로 혹은 옆으로 들어올릴 때, 상체를 뒤로 젖힐 때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엉덩이가 기억을 잃어버리면, 다리를 들어올릴 때는 햄스트링이, 상체를 뒤로 젖힐 때는 허리 뒤쪽의 척추 기립근이 온전히 그 몫을 감당하게 되어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엉덩이 근육이 관장하는 뛰어오르기 동작도 어렵다.
엉덩이 기억 상실증은 앉은 자세로 오래 생활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 근육이 늘어나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엉덩이 상태를 한번 진단해 보자. 일상생활 중이나 의자에 앉을 때 쉽게 균형을 잃는다면, 선 채로 한 발씩 들어올려 양말이나 신발을 신기 힘들다면, 엎드린 자세로 다리를 하늘로 들어올렸을 때 엉덩이가 단단하지 않고 물렁물렁하다면, 10분 이상 빠르게 걷기가 어렵다면, 허리 벨트를 했을 때 벨트가 앞쪽으로 흘러내린다면, 엉덩이 기억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엉덩이 근육을 단련하는 대표적인 운동법으로 스쿼트와 런지를 추천한다. 특히 ‘브리징’ 동작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늘을 보고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들어올린다. 이때는 무릎이 아니라 엉덩이 근육에 힘을 줘야 한다. 이 상태를 5초간 유지하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좌식 습관도 점검하자. 푹신한 의자보다는 딱딱한 의자를 사용하고, 엉덩이를 최대한 등받이 가까이 밀착시켜 앉고 허리는 등받이에서 떼 곧게 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엉덩이 기억을 일깨우는 일이다. 까치발 서기와 계단 오르기를 병행하면 훨씬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