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쌍끌이로 틈새시장 공략 마케팅
무역·투자 정보 디지털 플랫폼 지원 강화해야
<작은 것이 아름답다>.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에른스트 슈마허가 1973년 쓴 책이다. 쾌적한 자연 환경과 인간의 행복이 공존하는 경제 구조를 확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슈마허는 이와 같은 질문에 인간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경제 규모를 유지할 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인류 공동체에 이롭고 자연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고용과 생산 측면에서 국가 경제의 주춧돌이다. 혁신 생태계를 키우는 데 중소벤처기업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기업 수출이 순풍을 탄다. 9월 수출액은 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558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증가했다. 반도체·석유화학·철강 등 중간재와 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컴퓨터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진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내수 시장에서는 한파가 지속된다. 수출산업과 거리가 먼 중소기업은 경영난에 허덕인다. 중소기업중앙회의 10월 경기전망지수는 83.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밑이면 경기가 나쁠 것으로 전망하는 응답자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쪽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안방을 점령했다. 단순하면서도 현실성 있는 스토리가 시청자의 공감을 산다. 영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통한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K팝의 고공행진에 이어 K푸드, K화장품 등 한류 기반 제품들이 세계에서 큰 인기를 모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농수산식품·화장품·생활용품 등 소비재 품목이 9월 중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했다. 앞으로 톱클래스 수출 기업 ‘히든 챔피언’이 되는 중소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지난 9월 30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소기업 해외시장 확장전략 포럼’이 웨비나 방식으로 열렸다. 코트라와 중소기업글로벌경영학회(회장 박용석 연세대 교수) 등이 주최한 포럼에서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위한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는 주제발표에서 “중소기업 해외마케팅은 온·오프라인 쌍끌이 전략이 필요하며 앞으로 전자상거래를 보조 채널에서 주력 채널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중소기업이 전자상거래로 성공하려면 “소품종 소량판매로 틈새시장을 깊게 침투하는 상품 마케팅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중소벤처기업의 무역 활동과 해외 진출을 돕는 종합지원허브(플랫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온라인 방식 해외 전문가 무역상담 컨설팅을 활성화하고 국내외 무역 정보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를 활용해 기업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방안도 나왔다. 이와 관련, 중국은 디지털 인프라를 수출하는 국가 주도 플랫폼 전략을 구사한다. 알리바바 등 플랫폼 기업을 통제한다. 중국은 기술 표준을 세계에 전파하고 디지털 자유무역지대 설치 등 중국 중심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국경 없는 경쟁시대다. 중소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은 필수다. 혁신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키워 해외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 현지 유통채널 진출보다 디지털 전략이 효과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 신용장 개설부터 통관·운송까지 무역 프로세스 전반에 도입될 전망이다. 수출 중소기업은 무역 절차 효율화와 보안성 강화에 효과적인 스마트계약을 활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SNS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고객과 지역 특성에 맞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