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스마트워치나 혈압계를 통해 심박수를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늘었다. 러닝을 나가기 전, 커피를 마시기 전, 출근 셔츠를 입기 전, 작은 화면에 뜨는 두 개의 숫자를 먼저 확인한다.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 숫자는 짧지만 하루의 기분은 길게 흔들린다. 어제는 128이었는데 오늘은 142. 걷기는 했지만 회식도 했다. 약은 먹었지만 잠은 부족했다. 그 순간 많은 사람이 같은 질문을 한다.
“운동을 하면 정말 혈압이 내려갈까.”
이 질문이 더 이상 일부 고혈압 환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는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고혈압 유병률은 남성 26.3%, 여성 17.7%였다. 성인 남성으로만 보면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오랜 시간 혈관에 부담을 주고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콩팥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혈압 관리에서 약만큼 자주 등장하는 처방이 운동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이 던지는 질문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운동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운동을, 얼마나, 어떻게 하느냐”다.
혈압을 낮추는 운동의 기본은 여전히 유산소운동(Aerobic Exercise)이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가벼운 조깅처럼 숨이 조금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운동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고혈압 환자에게 유산소운동을 우선 권장하며 한 번에 30~60분, 일주일에 5회 정도를 제시한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던 사람이 처음부터 1시간을 채울 필요는 없다. 10~20분 걷기부터 시작해 조금씩 시간을 늘리는 편이 현실적이다.
최근 해외 연구들은 이 오래된 조언을 조금 더 세밀하게 바꾸고 있다. 의학 전문매체 NEJM 클리니션(NEJM Clinician)은 2026년 7월 고혈압과 운동을 다루며, 여러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종합한 최신 연구들을 소개했다. 핵심은 운동 종류에 따라 혈압 감소 효과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5개 무작위대조시험과 약 6700명의 데이터를 종합한 네트워크 메타분석(Network Meta-analysis)은 한 가지 운동만 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운동을 조합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미국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함께하는 복합운동(Combined Exercise)이 수축기 혈압을 평균 12.05mmHg 낮추는 결과와 관련이 있었다. 짧은 고강도 운동과 회복을 반복하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gh-Intensity Interval Training·HIIT)도 평균 10.97mmHg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초보자에게 가장 좋은 첫 목표는 ‘매일 만 보’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오늘 15분이라도 꾸준히 걷자”가 더 현실적이다. 혈압 관리는 어느 하루의 강한 운동보다 몇 달 동안 반복되는 습관에 가깝다. 걷기를 할 때는 숨이 약간 차지만 옆 사람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정도의 속도가 무난하다. 질병관리청은 유산소 운동을 최대심박수의 약 60~80%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운동 전후에는 준비 운동과 정리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걷기에 익숙해졌다면 다음으로 더할 수 있는 것이 저항운동(Resistance Exercise), 흔히 말하는 근력운동이다. 아령이나 탄력밴드를 이용하거나 스쿼트, 계단 오르기처럼 자신의 체중을 활용해도 된다. 초보자라면 운동 순서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5분 정도 천천히 몸을 풀고 20~30분 걷는다. 이후 가벼운 아령이나 밴드를 이용해 팔과 다리, 등처럼 큰 근육을 사용하는 동작을 몇 가지 하고 다시 5분 정도 천천히 걷는 식이면 충분하다. 근력운동은 주 2~3회 정도부터 시작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무게다. 혈압을 낮추겠다고 무거운 중량을 드는 것은 오히려 반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무거운 것을 들면서 숨까지 참으면 순간적으로 혈압이 크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력운동을 할 때는 힘을 줄 때 숨을 내쉬고, 동작을 풀 때 자연스럽게 들이마시는 습관이 중요하다. 특히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있는 사람이라면 고중량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최근 혈압 운동 연구에서 특히 흥미롭게 등장하는 것이 등척성 운동(Isometric Exercise)이다. 어려운 이름처럼 보이지만 방법은 단순하다. 관절을 계속 움직이는 대신 일정한 자세에서 근육에 힘을 준 채 버티는 운동이다. 악력계를 쥐고 일정 시간 유지하는 악력운동과 벽에 등을 대고 앉은 자세로 버티는 벽스쿼트(Wall Squat)가 대표적이다.
2026년 발표된 등척성 운동 메타분석(Meta-analysis)에서는 이런 운동을 지속했을 때 수축기혈압이 평균 6.72mmHg, 이완기혈압이 평균 2.72mmHg 낮아지는 결과와 관련이 있다. 세부 분석에서는 벽스쿼트를 포함하고 주 3회 실시했거나 8주 넘게 이어간 프로그램에서 비교적 큰 감소가 관찰됐다. 짧고 단순해 보이는 운동이지만 혈압 관리의 보조 수단으로 연구가 활발해지는 이유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악력운동은 악력계를 자신의 최대 힘의 약 30% 수준으로 쥐고 2분간 유지한 뒤 1분 쉬는 식으로 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역시 악력계를 약 2분간 쥔 뒤 1분 휴식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다만 처음부터 정해진 시간을 반드시 채울 필요는 없다. 힘이 너무 들어가거나 숨이 막힌다면 시간을 줄이는 편이 낫다. 벽스쿼트도 마찬가지다. 벽에 등을 붙이고 천천히 무릎을 굽혀 의자에 앉는 것과 비슷한 자세를 만든 뒤 버틴다. 처음부터 허벅지가 바닥과 평행할 정도로 깊게 앉거나 2분을 버티려 할 필요는 없다. 초보자는 20~30초 정도에서 시작해 몸 상태에 따라 조금씩 시간을 늘리는 편이 좋다. 무엇보다 운동 중 숨을 참지 않아야 한다.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생기거나 가슴이 아프고, 심한 어지럼증이나 숨참이 나타나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