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1월 5일 현행 60세인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기로 했다. 최근 행안부 공무직의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하기로 하는 등 정부도 공공기관에 고령층 계속 고용 실험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회적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문제는 늘어나는 기업들의 부담과 청년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다. 이러한 움직임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인력의 활용 필요성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나이의 연장에 따른 조치이지만, 경제계와 청년층은 그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5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내년 초를 목표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나이가 늦춰지는 것에 맞춰 정년도 단계적으로 연장하여 2034년부터는 정년을 65세로 조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조경태 특위 위원장은 “국민연금 수령 연령과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연금 수령 나이와 연동하는 부칙 조항을 넣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임금체계 개편, 고용유연성 확보, 청년 일자리 감소 방지 방안 등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이러한 내용은 향후 국회 논의를 통해 더 구체화 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정년 연장이 경영에 막대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는 눈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국내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 1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 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7곳(67.8%)이 정년 연장 시 경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는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32.2%)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기업들이 꼽은 주요 부담 요인은 ‘연공·호봉급 체계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26.0%)’, ‘조직 내 인사 적체 심화(23.2%)’,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16.6%)’ 등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60.3%가 연공·호봉급제를 도입하고 있어, 정년이 연장되면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이러한 상황에서 “2013년 60세 정년 시행 당시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임금피크제 도입률이 300인 이상 기업 중 48.2%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섣부른 정년 연장이 인건비 부담 급증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단순 정년 연장과 함께 고령자 고용 확대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계속고용제도’다.
설문 결과 기업들은 주로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에 계속고용제도 도입 시 선호하는 방식을 물은 결과 ’퇴직 후 재고용 방식(71.9%)‘이 1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정년 연장(24.8%)‘ ’정년 폐지(3.3%)’라고 답했다.
경사노위는 내년 1분기까지 정년 연장과 함께 퇴직 후 재고용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다.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청년층의 일자리 감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6년부터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로 23~27세 청년층의 전일제 임금 근로 일자리가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최근 “장년층(56~60세)의 고용이 1명 증가할 때 청년층(23~27세)의 전일제 고용은 0.29개에서 최대 1.14개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요셉 연구원은 “정년 연장이 급격하게 이뤄지면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으며, 정년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과거 정년 60세 법제화가 시행된 2016년과 2017년에는 청년실업률이 9.8%로, 법 시행 이전의 7~8%보다 증가했다는 수치도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일부 조사에서는 청년층이 정년 연장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 청년 1,000명 중 69.1%가 법정 정년을 61세 이후로 연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고령 인력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한, 부모 세대의 경제 활동 지속으로 인해 부양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의 법안 발의 결정으로 향후 법적 정년 연장과 기업의 재원 부담, 청년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이에 대해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로 인해 기업들의 고령 인력 활용 부담이 과중하다”라며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지양하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