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가 열흘간의 일정(6월 28일~7월 7일)을 마치고 다음을 기약했다. ‘넥스트 모빌리티 세상의 중심이 되다’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총 61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다가올 미래를 미리 체험했다. 2022년 부산국제모터쇼 방문객 48만 명에 비해 약 13만 명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르노, BMW, 미니(MINI), 어울림모터스 등 7개 완성차 브랜드가 참가해 친환경, 전기차,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 집약된 미래형 자동차를 공개했다.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월드 프리미어’는 5대,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는 ‘아시아 프리미어’는 1대,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코리아 프리미어’ 2대와 콘셉트카 3대 등 총 59대의 완성차가 관람객을 맞았다. 특히 참가한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친환경차에 다시금 방점을 찍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 EV’ ‘ST1’ 등 전기차 라인업과 함께 ‘캐스퍼 일렉트릭’을 처음 선보였다. 기아 역시 지난 6월 출시한 ‘EV3’를 비롯해 ‘EV6’ ‘EV9’과 목적기반차량(PBV)의 전시존을 운영했다. 또한 브랜드의 첫 픽업트럭 ‘타스만’의 전용 위장막 모델을 처음 공개하며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제네시스는 지난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공개한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또 초대형 전동화 SUV 콘셉트카 ‘네오룬’을 아시아 최초로, ‘제네시스 엑스 그란 레이서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오랜만에 모터쇼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르노코리아는 2020년 이후 4년만의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를 선보였다. 하이브리드 신차 프로젝트 ‘오로라’의 첫 번째 모델로 오는 9월부터 고객 인도가 진행될 예정이다. BMW 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고성능 쿠페 ‘뉴M4’와 BMW의 첫 번째 순수 전기 SAC ‘올 뉴 iX2’를 공개했다. 미니는 최근 출시한 ‘뉴 올 일렉트릭 미니 쿠퍼’와 ‘뉴 미니 컨트리맨 JCW’ 등 18가지 모델을 전시했다. 지난해 9월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처음 공개된 콘셉트카 ‘BMW 비전 노이어 클라쎄’도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하면 국내 6번째 완성차업체인 어울림모터스는 2010년 출시한 ‘스피라’ 이후 무려 14년 만에 ‘스피라 크레지티24’를 공개하며 컴백을 알렸다. 국내 배터리업계 가운데 유일하게 부스를 꾸린 금양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통형 리튬 이온 배터리 4695 개발품을 시연하며 시선을 끌었다.
올해는 그동안 진행해 온 ‘부산국제모터쇼’ 대신 ‘부산모빌리티쇼’로 간판을 바꾸고 개최한 첫 행사였다. 행사를 주최한 부산시의 박형준 시장은 “올 부산모빌리티쇼는 기존 자동차 전시 중심의 모터쇼에서 탈피해 혁신·융합의 미래 모빌리티쇼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며 “새롭게 출발하는 부산모빌리티쇼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우리 시도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 일각에선 “지속성이 염려될 만큼 규모가 부실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해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그나마 5개 국내 완성차 브랜드와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셰, 테슬라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가 참가한 것에 비해 참가업체 수가 7개에 불과하다는 게 우선 지적됐다. 국내 수입차 업체 한 임원은 “참가업체가 현대차그룹(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르노코리아, BMW그룹(BMW, 미니), 어울림모터스로 요약된다”며 “그나마 현대차그룹이 참가하지 않았으면 열리지 못했을 거란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부스 운영에 15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투자 대비 효과가 확실한지 주최 측이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 내내 관람객의 주목을 받은 모델도 등장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모델은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이다. 기존 모델의 다부진 외관을 계승하면서 현대차 전동화 모델만의 차별화된 픽셀 그래픽을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기존 모델 대비 230㎜ 길어진 전장과 15㎜ 넓어진 전폭을 갖춰 공간 활용성과 거주성, 주행 안정성을 확보했다. 49㎾h급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해 한번 충전하면 315㎞를 주행할 수 있다. 캐스퍼가 국내에서만 판매되던 것에 비해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세계 50여 개국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네시스의 콘셉트카 ‘네오룬’의 유려한 디자인도 관람객을 모았다. 디자인과 기술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제네시스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한 ‘환원주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고급스러움과 혁신을 동시에 표현했다. 차량 앞뒤 도어 사이를 연결하는 B필러가 없고, 앞문과 뒷문이 마주보며 열리는 ‘B필러리스 코치도어’가 적용됐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네오룬은 한국의 달항아리처럼 비울수록 채워지는 가치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품격을 담았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 1위에 오른 BMW가 4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로 선보인 ‘뉴 M4’ 앞에 관람객이 멈춰섰다. 최대 350바(bar)의 고압으로 실린더 내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싱글 스크롤 트윈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 출력이 530마력에 이르고 제로백은 3.5초에 불과하다.
르노코리아가 4년 만에 선보인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는 단연 돋보이는 주인공이었다. 가솔린 터보 2WD, 가솔린 터보 4WD, E-Tech 하이브리드 등 3개 파워트레인 사양으로 출시되는데, E-Tech 하이브리드는 동급 최고 수준인 245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갖췄다. 100kW 구동 전기 모터와 60kW 고전압 시동 모터로 구성된 듀얼 모터 시스템이 동급 최대 용량인 1.64kWh 배터리와 만나 도심 구간에서 전체 주행거리의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 주행이 가능하다. 다목적 SUV답게 고속도로에선 연비가 15.8㎞/ℓ(테크노 트림 기준)나 된다. 동급 최고 수준이다. 모든 트림엔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의 주행 보조 기능을 비롯해 다양한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이 기본 장착됐다. 2820㎜의 긴 휠베이스도 장점이다. 덕분에 넉넉한 뒷좌석 공간과 무릎공간을 확보했다. 뉴 르노그랑 콜레오스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오픈알(openR) 파노라마 스크린’도 볼거리. 3개의 12.3인치 스크린을 모두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가령 동승석 디스플레이에선 시네마 OTT 서비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를 통한 검색 등 웹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는 ‘테크노’ ‘아이코닉’ ‘에스프리 알핀’ 등 총 3개의 트림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르노 그룹의 플래그십 스포츠카 브랜드 알핀(Alpine)에서 영감을 받은 에스프리 알핀은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최상위 트림이다. 포뮬러 1 등 모터스포츠에 참여하며 쌓은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 알핀의 헤리티지와 ‘스포티 스타일’ 디자인을 접목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125년 역사의 르노는 ‘매일을 함께하는 차(Voiture à vivre)’라는 브랜드의 DNA를 기반으로 일상에서의 혁신을 추구해 왔다”며 “그랑 콜레오스는 이러한 르노의 DNA를 바탕으로 강력하고 광범위한 글로벌 협력, 국내 연구진들의 휴먼 퍼스트 기술 구현을 위한 열정, 부산공장 및 협력업체들의 뛰어난 생산 노하우와 품질 경쟁력이 어우러져 탄생한 차량”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의 시작 가격을 3495만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7월 15일 부산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했고, 8월 중 친환경차 인증이 완료되면 9월 6일 E-Tech 하이브리드 모델부터 고객인도가 시작될 예정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7호 (2024년 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