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3’의 트렌드는 중저가 보급형 휴대폰과 중국의 약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사양은 높이고 가격대를 낮춘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동남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공략한다. 갤럭시 노트 등 플래그십 모델로 영향력은 유지하면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투 트랙 전략이다. LG전자는 보급형 LTE스마트폰 ‘F시리즈’와 3G 휴대폰 ‘L시리즈 2’를 공개한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엄과 보급형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이다. 반면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이 시급한 ZTE와 화웨이 등 중국의 휴대폰 제조사들은 최신형 제품을 앞세워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중국 휴대폰 제조사의 기술력이 선진국의 그것과 별 차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어떨까.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 국내 스마트 시장의 거대한 트렌드는 ‘프리미엄’이다. 일례로 팬택의 스마트폰은 지난해 ‘베가레이서2’(4월) ‘베가S5’(7월) ‘베가R3’(9월) 올 2월에 ‘베가 No.6 Full HD’를 출시하며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이번 MWC를 통해 공개된 각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가 더해지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국내 휴대폰 시장에는 프리미엄 제품만이 존재하는 것일까. 거대한 수요에 충실히 반응하는 게 시장의 당연한 논리지만 지난해 5월 시행된 단말기 자급제(이용자가 구입한 단말기로 희망하는 통신사와 요금제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제도) 이후 국내 사용자 사이에 저가 휴대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는 아이리버의 ‘울랄라’, 중국 ZTE의 ‘Z폰’, 삼성전자의 ‘갤럭시 에이스 플러스’ 등 저가 스마트폰이 출시되며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약 2~3배가량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메이저 제조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공세와 제품 라인업 부족, 지나친 보조금 경쟁 등으로 시장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호탄은 쏘아 올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부족한 제품 라인업이 문제
국내에 출시된 저가 스마트폰은 ‘단말기 자급제’ 전용이 대부분. 하지만 사용자의 관심에 비해 제품 수가 많지 않은 게 문제다.
현재 출시된 단말기 자급제용 휴대폰을 살펴보면 아이리버의 ‘울랄라’, 삼성전자의 ‘갤럭시M 스타일’ ‘갤럭시 에이스 플러스’, ZTE의 ‘Z폰’, 프리비아의 ‘세컨드폰’ 등이 전부. 그나마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포켓’ LG전자의 ‘옵티머스 L3’ 등 저가 스마트폰은 해외에서만 출시돼 국내에선 구입할 수 없다.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도 저가 휴대폰 시장 형성에 걸림돌 중 하나. 출시된 지 약 3개월이 지난 신제품의 프로모션 할인가가 저가 스마트폰 가격과 비슷하다 보니, 굳이 사양이 낮은 저가 스마트폰을 구입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위해 저가(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가 시장이 자리 잡아야 소비자가 자신의 생활에 맞는 제품을 저렴하게 선택할 수 있다”며 “이동통신사의 합리적인 요금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