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는 아주 다양한 떼루아를 갖고 있고 거기에 맞게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국제화된 품종 외에 토착 품종 와인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북부 카포밀라조에서 라 바로니아 와이너리를 2011년에 열었는데 시저가 마시던 와인과 같은 품종의 와인을 생산하게 된다.”
시칠리아의 대형 와이너리인 플라네타의 알레시오 플라네타 오너의 설명이다. 그는 시칠리아는 그저 작은 섬이 아니라 뉴질랜드의 3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비슷한 양의 와인을 생산하는 엄청난 와인 산지라고 강조했다.
“시칠리아는 상당히 오래된 와인 산지다. 역사적으로 여러 민족에 의해 점령당했던 만큼 여러 문화가 융합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각 지배계층이 새로운 포도 품종을 들여왔는데 그만큼 조화로운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67%가 화이트다. 또 27%가 국제적 품종이고 73%가 토착 품종의 와인이다. 지금은 다양한 시칠리아 토착 품종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시칠리아의 와인 산지를 가장 넒은 서부(약 83%, 멘피 울모 일대)를 비롯해 남동쪽(빅토리아와 노토 일대)과 북쪽 에트나 화산 근처(카스티고리오네 카로밀라조 일대) 등 세 지역으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플라네타는 서쪽에 본거지를 두고 있지만 남부와 북부에도 여러 와이너리를 두고 있다. 와이너리를 처음 시작할 때는 토착 품종에 대한 인식이 적어 카버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등 국제적 품종을 심었으나 최근엔 다양한 토착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우리는 오래도록 멘피에서 살았다. 85년에 와이너리를 시작해 90년까지는 국제적 품종을 유치했으나 이후 토착와인을 개발하고 있다. 빅토리아와 노토 에트나 일대에서 토착품종 개발을 시작했다.”
그는 시칠리아는 3개월에 걸쳐 포도를 수확한다며 서에서 동으로 가면서 수많은 떼루아가 존재하고 품종도 다양해 수확기가 다르다고 했다. 그런 만큼 다양성과 복합적인 풍미가 시칠리아 와인의 특색이란 것.
플라네타는 가족경영 와이너리지만 시칠리아 전역에 360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각 지역의 포도밭은 크던 작던 지역 떼루아의 특성에 맞게 와이너리를 짓고 해당 지역의 특성을 살린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또 각 와이너리마다 화이트 와인엔 태양, 레드 와인엔 달을 넣은 레이블을 각기 다르게 만들어 떼루아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대중와인이 아닌 부티크 와인을 지향하는 셈이다. 뛰어난 품질 덕에 에미레이트항공 비즈니스 클래스에도 납품하고 있다. 시칠리아의 도전이라고나 할까.
플라네타가 와인 비즈니스를 시작한 울모 와이너리는 93헥타르, 현재 본거지인 멘피의 포도밭은 161헥타르나 된다. 이곳엔 신품종을 심어 크뤼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멘피엔 도서관도 있는데 방대한 양의 세계 각지의 와인양조 서적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남동부엔 네로 다블라 산지인 노토와 빅토리아 일대에 와이너리를 두고 있으며 활화산인 에트나 화산 근처에 있는 시아라누바 와이너리는 16헥타르로 해발 800m대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 와이너리는 2008년 시작해 올해 첫 생산을 했다고 한다.
라 바로니아 와이너리는 8헥타르에 불과하나 시저가 마시던 와인을 생산하던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고 했다.
20여년 전 영화 <대부>에도 출연한 바 있다는 그는 “시칠리아를 제대로 알려면 대부를 보지 말고 <레오파드>를 보라”고 했다. 시칠리아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는 것. 대부는 미국인의 시각에서 그린 영화라고 했다.
그는 “시칠리아는 모든 문화가 융합된 곳”이라며 “시칠리아를 모르고선 이탈리아에 가봤다고 할 수 없다”는 괴테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칠리아를 주목하라고 했다.
플라네타의 와인들알라스트로
고대의 고급 품종 중 하나인 그레카니코 100%로 만든 화이트 와인. 섬세하고 신선한 야생 식물의 향이 물씬 풍긴다.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린다.
샤르도네
플라네타의 가장 유명한 와인으로 새 오크통에서 11개월간 숙성해 부드럽고 우아한 풍미가 일품이다. 약간 토스트한 것 같으면서도 청량한 꽃향기와 올리브 향이 난다. 신선하면서도 복합미가 길게 느껴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는 풍미가 재미있는 느낌을 준다.
플룸바고
네로 다블라 100%로 만든 와인으로 같은 가격대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와인. 강한 열대 야생화와 무스크 향이 살짝 섞인 산초와 후추의 아로마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부드럽게 녹아든 탄닌과 조화를 이룬 적절한 산도와 과일과 카라멜 등의 복합적인 풍미가 풍긴다.
시라
건조한 기후의 마르코콜리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시라이면서도 무스크 향이 짙게 나온다. 강한 탄닌이 산도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열정이 돋보이면서도 신대륙 와인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젊지만 산도가 약간 느껴지는 깊은 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