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의 거침없는 질주가 화제다. 스위스의 국민기업이라 불리는 스와치 그룹의 매출만 놓고 보면 이러한 사실이 더 도드라진다. 스와치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매출 70억 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유럽경제위기의 먹구름도 메이드 인 스위스 워치 앞에선 그저 거뭇한 구름일 뿐이었다. 시장에선 스위스 브랜드의 아시아 시장 공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시장도 마찬가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해외명품업체의 국내법인실적을 살펴보면 루이비통코리아, 구찌그룹코리아, 베네통코리아에 이어 스와치그룹코리아가 1539억원의 매출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과연 메이드 인 스위스의 저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스와치그룹의 프레스티지 브랜드 ‘오메가(OMEGA)’는 세 가지 장점으로 거대한 파도의 태동을 이야기한다. ‘정밀도’ ‘우수한 성능’ ‘모방할 수 없는 디자인’이 그것이다.
과학과 미학의 조화·시간을 담은 아름다운 기계
“한국으로 여행온 중국인 관광객 중 재력가들이 면세점에 들러 꼭 사가는 게 있어요. 어떤 이들은 서너 개씩 고릅니다. 충동적인 게 아니라 정확히 모델명을 이야기하고 진품인지 확인한 후 그 자리에서 계산합니다. 그게 오메가에요.”
국내 한 중견 여행업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오메가의 로고가 복주머니를 닮은 것도 중국인들에겐 호감형”이라고 덧붙였다. 비단 중국인뿐만 아니라 ‘지구인 10명 중 7명이 오메가란 브랜드를 알고 있다’는 게 오메가 측 설명이다.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에 ‘오메가3’ 덕을 본 게 아니냐면 할 말 없지만 5대륙, 130여 개국에서 판매되는 오메가 시계는 적어도 ‘시계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 시계’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오메가의 역사는 1848년 스위스 라 쇼드퐁에 포켓워치 공방을 만든 루이 브란트(Louis Brandt)가 시작점이다. 당시 23살이던 브란트는 수많은 스위스 장인이 만든 부품을 구입해 시계를 제작했다. 그리곤 유럽 전역에 자신의 이름으로 판매했다. 눈이 많은 겨울엔 시계를 제작하고 봄, 여름, 가을엔 이탈리아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 영국까지 직접 판매에 나섰다. 명성이 높아지자 그의 시계를 구매하려고 수년 동안 기다리는 이들이 생겨났다. 공방의 규모가 커지는 건 당연한 수순. 그의 사후에는 두 아들이 공방의 운영을 맡았다. 1894년 루이 브란트의 시계는 당대 최고의 시계 장인이던 프랑수아 슈빌라의 무브먼트 ‘19 라인 포켓 칼리버(19 Line pocket caliber)’로 주목 받게 된다. 이 무브먼트가 표준화된 생산체제를 갖추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그동안 부유층의 전유물로 꼽히던 시계가 서서히 대중화됐다. 이 시기에 루이 브란트가 시작한 시계공방은 기술의 완성을 의미하는 24번째 그리스어 ‘오메가(Ω·OMEGA)’라 불리게 된다.
1930년 티쏘(Tissot)와 합병해 ‘SSIH(Societe Suisse pour l’Industrie Horlogere)’로 거듭난 오메가는 1983년에 론진(Longines), 라도(RADO), 스와치(SWATCH) 등 브랜드를 보유한 스위스시계산업종합주식회사(ASUAG)와 합병한다. ASUAG-SSIH는 1985년에 SMH(Societe Suisse de Microelectronique et d’Horlogerie)로, 1998년에 현재의 이름인 스와치 그룹(Swatch Group)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 오메가는 19개 브랜드를 거느린 스와치 그룹의 가장 중요한 프레스티지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육지와 바다, 하늘과 우주가 모두 오메가
오메가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분야가 다이버 워치와 우주정복이다. 1932년 출시된 세계 최초의 다이버 워치와 여섯 번의 달 착륙이 그 증거다. 우선 ‘스피드마스터(Speedmaster)’는 달에서 착용된 최초의 시계. 1969년 7월 21일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 그가 우주복 손목 부분에 찬 시계가 오메가의 스피드 마스터였다. 최초의 달 착륙부터 현재까지 오메가는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작전에 유일하게 사용되고 있는 브랜드다. 암스트롱의 오메가는 이후 ‘문워치(Moonwatch)’란 별칭으로 불리며 말 그대로 시계사의 전설이 됐다. 오메가와 나사는 현재 화성탐사를 위한 차세대 우주용 시계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오메가는 태양 에너지만을 동력으로삼은 비행기로 지구를 일주하려는 ‘솔라 임펄스 프로젝트’의 주요 파트너이기도 하다.
160년 전통의 워치 메이킹
1848년 창립 이래 오메가의 워치 메이킹은 늘 시계산업의 중심을 지켜왔다. 1894년에 선보인 ‘오메가 칼리버’와 1932년에 등장한 ‘마린(Marine)’, 1957년 출시된 ‘스피드마스터’, 50여 년 후 등장한 ‘코액시얼(Co-Axial) 칼리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화제를 모았다.
시계장인 조지 다니엘 경이 개발한 코액시얼 칼리버는 대규모로 생산되는 손목시계에 새로운 품질 기준을 제시했다. 코액시얼 탈진기의 설계는 슬라이딩으로 발생하는 부품 간의 마찰을 감소시켜 윤활유가 거의 필요 없어졌다.
특히 최근 개발한 ‘Si 14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안정성과 함께 오랫동안 유지되는 타임키핑 성능을 향상시켰다. 오메가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이 탑재된 코액시얼 무브먼트에 대해 4년간의 서비스 보증을 약속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세라믹과 리퀴드메탈의 합금소재를 결합한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리퀴드메탈 리미티드 에디션’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외양을 가능케 했다.
The Swatch Group
스위스의 국민기업 스와치 그룹은 스위스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 전 세계 50개국 156개 공장에서 749개의 공식 모델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19개의 자사 브랜드와 부품 생산, 판매망 관리, 전자시스템 산업 분야에서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메가는 스와치 그룹의 프레스티지 브랜드다.
중급 브랜드
티쏘(Tissot), 캘빈클라인(calvin klein), 세르티나(Certina), 미도(Mido), 해밀턴(Hamilton), 유니언(Union), 피에르 발망(Pierre Balmain)
대중 브랜드
스와치(Swatch), 플릭플락(Flik Flak)
주문형 생산 브랜드
엔듀라(Endura)
국제 스포츠 대회의 공식 타임키퍼
씨마스터 코액시얼의 백케이스에 양각된 2012 런던올림픽 로고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은 오메가가 공식 타임키퍼로 25번째 참가하는 올림픽이다. 1932년 미국 LA 올림픽부터 세계 각국 선수들의 경기시간을 기록했으니 올림픽 타임키퍼로 활약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매 올림픽에서 그랬듯 오메가는 런던에서도 새로운 타임키핑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올림픽이 열리기 1년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오메가의 두 번째 공식 카운트다운 시계는 2011년 6월 27일 그리니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니치 자오선 바로 앞에 위치한 이 시계는 올림픽 경기 시작까지 남은 시간과 분, 초를 알려주고 있다. 트라팔가 광장의 카운트다운 시계는 지난해 3월 14일 공개됐다.
스틸로 제작된 시계는 높이 6.5m, 길이 5m, 무게는 약 4t에 육박한다.
광장에 시계가 설치되기까지 10명이 꼬박 이틀을 조립했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LOCOG)의 세브 코 의장은 “오메가 카운트다운 시계 설치는 올림픽 경기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시계는 트라팔가 광장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제 런던 올림픽 개막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곧 지상 최대의 쇼가 임박했음을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시계가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도 최상의 실력으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테판 우콰드 오메가 CEO는 “런던에서 마지막으로 올림픽이 열렸던 1948년 역시 오메가는 모든 경기의 타임키핑을 담당하고 있었다. 1948년 올림픽은 타임키핑 역사에 있어 혁신을 보여준 대회로 기록되고 있다. 광전자, 자동화 시간 기록 시스템, 그리고 올림픽에서 최초로 포토 피니시 카메라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라고 오메가와 런던의 만남을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