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도 좋지만 하차감도 좋다. 횡단보도 앞에 멈춰서면 오가는 이들 중 열에 일곱은 고개 돌려 쳐다본다. 틴팅되지 않은 차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눈이 마주치는 적나라한 순간. 미니밴에선 결코 해보지 못한 경험이다. 그런데 이 또한 싫지 않다. 국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디자인에 묵직한 고급스러움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지 않은 모양새에 짧은 시승에도 어깨가 솟아올랐다. 토요타가 선보인 플래그십 미니밴 ‘알파드(ALPHARD)’에 올라 도심과 고속도로 약 200여㎞를 시승했다. 온·오프라인 어느 곳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성능이 돋보였다.
2002년 1세대 모델이 도로에 나선 이후 올해 4세대로 진화한 알파드는 일본에선 기업체의 의전차량 혹은 아빠들의 로망인 패밀리카로 이름이 높다. 직접 타보니 그 이유가 명확하다. 우선 강렬한 전면부와 역동적인 측면부가 썩 잘 어울린다. 중후하진 않지만 가볍지 않은, 그 중간을 유지하고 있는 외관이 꽤 고급스럽다. 해 질 무렵이면 주행속도에 따라 제어(AHS·어댑티브 하이빔 시스템)되는 트리플-LED 헤드램프도 예사롭지 않다. 멀리서도 이게 프리미엄의 광채라는 듯 선명하게 구분된다. 후면부의 굴곡은 살짝 생경하지만 탄탄한 차체가 듬직하다.
실내로 들어서면 왜 아빠들이 손꼽는 패밀리카에 이름을 올리는지 그 이유가 좀 더 확실해진다. 손 닿는 곳은 대부분 가죽으로 마감됐다. 몸을 감싸듯 편안한 운전석 시트도 튼실하다. 무엇보다 2열 공간이 하이라이트. 이름하여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는 비즈니스 클래스 부럽지 않은 공간이다. 나파 천연가죽에 하단 쿠션 부분은 체중의 압력을 분산시키는 우레탄 소재가 적용됐다. 토요타 차량 중엔 처음으로 등받이와 암레스트 부분에 저반발 메모리 폼 소재를 사용해 몸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화했다. 공기압을 이용한 안마 기능은 기본. 암레스트의 내장형 테이블을 꺼내면 이동 중 업무 책상이나 식탁이 된다. 2열 좌석에 각각 탑재된 스마트폰 형태의 컨트롤러로는 공조, 조명, 선셰이드, 오디오, 시트를 제어할 수 있다. 무엇보다 480㎜까지 이동할 수 있는 2열 시트에 앉아 전동 슬라이드로 최대한 누운 자세를 만든 후 글라스 루프를 개방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다. 1열과 2열 사이에 자리한 12.3인치의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과 미러링하면 웬만한 극장이 부럽지 않다. 3열 시트에도 슬라이딩 기능이 있어 비교적 레그룸도 넓다. 3열 시트를 사용하면 짐실을 공간이 변변치 않지만 접으면 골프백 5~6개는 충분히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파워트레인은 롱-스트로크 설계로 저속부터 충분한 토크를 발휘하는 2.5ℓ 앳킨슨 사이클 엔진에 전기모터가 결합해 충출력 250마력, HEV 시스템으로 복합연비 기준 13.5㎞/ℓ를 달성했다. 실제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선 14.1㎞/ℓ, 100㎞/h로 속도를 올린 고속도로에선 14.8㎞/ℓ의 연비가 기록됐다. 별다른 진동이나 소음이 없는 것도 알파드만의 장점이다. 미니밴이라기보다 세단에 가까울 만큼 승차감도 부드럽고 편안했다. 이러한 성능은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 미니밴에 최적화됐다는 고강성의 TNGA 플랫폼과 맥퍼슨 스트럿 프런트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 리어 서스펜션 덕분인지 움푹 파인 시골길도 큰 부담 없이 질주했다. 예방 안전 시스템인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도 빠뜨리면 서운한 볼거리.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어댑티브 하이빔 시스템(AHS), 도로 표지판 어시스트(RSA), 능동형 주행 어시스트(PDA), 안전 하차 어시스트(SEA) 등 장거리 운행에도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가격은 992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