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LUXMEN·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중국 | 글로벌 경제의 ‘문제아’인가 ‘새로운 기회의 場’인가?
입력 : 2020.10.05 15:34:57
수정 : 2020.10.05 15:35:19
미·중 간 무역마찰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글로벌 경제가 잠깐 숨을 돌릴 즈음 발생한 중국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직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질병 최초 발생 이후 8개월 경과한 시점인 2020년 8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2500만 명을 웃돌았고 아직도 하루 평균 30만 명 가까이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 최다 감염자 발생국인 미국은 확진자가 하루 평균 5만 명 정도로 증가하면서 누적 6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보유국인 중국이 질병 근원지이자 최초 확산지임에도 불구하고 누적확진자가 9만 명 정도에 불과한 것은 ‘통제 가능한 사회’라는 이점을 이용하여 강력하고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생원인과 전파경로, 감염자 및 사망자 통계 등 민감한 정보에 관해서는 죽(竹)의 장막을 쳤다. 사실 이 같은 중국식 ‘통제’와 ‘불투명성’은 경제회복에 대한 정부 당국의 절박함과 중국 지도부의 지도력에 무수한 의문들을 던지는 글로벌 국가들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 이후 4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떼 놓은 당상’이다. IMF(2020년 6월)와 세계은행(2020년 7월)은 올해의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 1.6%로 내놓았고, OECD(2020년 6월)는 -2.6%로 전망하기도 했다. 어찌됐건 올해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를 기록(상반기 기준 -1.6%)하면서 1분기의 -6.8%에서 플러스 증가율로 반전되었지만 경제회복은 여전히 큰 압력을 받고 있다.
2분기 회복세는 공급이 수요보다, 투자가 소비보다, 그리고 제조업이 서비스업보다 강하게 반등하면서 끌어올린 경제성과에 불과하다. 그러나 GDP 대비 투자 비중의 44%는 최종소비 비중의 55%보다 작고 제조업 비중의 40%는 서비스업 비중의 53%보다 작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서비스업이 살아나지 않으면 중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반등이 힘들다는 얘기다. 거기다가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피로가 쌓이고 쌓인 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회사채 디폴트 총규모가 올해 1~7월 누적기준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36%나 급증(785.3억위안, 약 14조원)하여 실물경제를 넘어 금융으로 번지는 위기의 뇌관에 화염이 타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각 국가들에서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위해 실행한 공급 측면의 조치는 중간재, 노동 및 생산의 흐름을 방해하였고 수요 측면의 격리조치는 상품, 서비스의 소비를 감소시켰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해 선진국은 7%의 GDP 감소가 예상되고 신흥국 및 개도국(EMDEs)은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자료 세계은행)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세계대공황 이후 가장 깊은 경기 침체기인 2009년의 위축보다 거의 3배 큰 규모의 생산 감소를 겪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에 의해 세계 공장인 중국의 생산 활동이 제약을 받자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 재편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코로나19의 충격과 지속적인 지정학적 긴장은 기업과 정부로 하여금 공급능력을 다양화하고 단일 공급원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글로벌 가치사슬 및 국가 간 거래패턴의 일부 재구성을 촉발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깊은 경기 침체는 투자 및 혁신 감소, 인적자본 잠식, 글로벌 무역 및 공급망 퇴각 등 여러 채널을 통해 경제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효과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잠재적 성장과 노동생산성을 낮출 것이다. 즉, 잠재적 생산 성장의 구조적인 둔화를 통해 생산수준의 영구적인 손실을 불러일으키는 ‘히스테리시스(hysteresis)’의 우려를 증폭시킬 것이다. ‘구겨진 깡통(경제에서 히스테리시스는 구겨진 깡통에 비유되기도 한다)’을 복원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비단 다른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문제이다.
▶파도보다는 바람의 방향을 보자
그동안 정부가 국채발행으로 실물경제를 직접 이끌고 화폐의 대규모 발행으로 경제성장을 이끄는 ‘정부의 개입’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기본적인 방법이 되었다. 중국의 경우 국채를 통한 경기부양 프로젝트는 주로 국유기업이 담당함으로써 ‘국유영역의 발전이 민간영역의 쇠퇴를 초래했다(國進民退)’는 비난을 늘 피할 수 없었다. 또 국내외에서 “정부의 개입이 지나쳐서 중국의 사유화 개혁이 후퇴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더불어 정부의 투자 확대가 더 큰 생산 과잉을 낳는 조방형 성장(粗放型增长, Extensive Growth)의 관성을 불러일으켜 현재의 과잉을 미래로 미룸으로써 위험이 누적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의 유령도시 건설, 과잉설비 증설과 같은 성과중심적인 투자는 승인과 완공 시기의 심각한 연기, 비용의 대대적 증가 등 부작용을 유발해 투자수익률은 기대조차도 할 수 없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자본, 노동 등의 자원배분(Resource Allocation)은 경제 전체의 회복탄력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 경제성장률 장기추세가 보여주다시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빠른 하강 속도는 잘못된 투자와 자원배분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어느 정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중국 포함)에서 명백하게 나타났던 성장조급증(Forced Growth·과거 중국에서 나타났던 대표적인 성장조급증의 사례는 대약진(Great Leap Forward, 1958~1962년) 운동이다)의 징후들은 더 이상 요즘의 중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환경적 변수가 등장하고 중장기적으로 제조업 경기 하강국면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중국으로 하여금 제조업이 보유한 경쟁력을 연계 서비스 산업으로 확장하여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디지털경제화, 신형도시화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중국의 신형인프라(New Infrastructure·新基建) 투자는 이런 맥락에서 등장해 주목받았다. 신형인프라는 2020년 3월 중앙정치국회의에서 구체화된 개념으로 5G기지국,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인공지능(AI), 산업인터넷, 특고압송전망(UHV), 인터시티고속철도와 도시궤도철도, 신재생에너지 차량충전소 등 7대 영역의 건설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분야들은 모두 기술발전 추세와 부합하고 미래수요를 이끌어(Demand Pull) 낼 수 있는 산업들이다. 중국은 2020~2025년 해당 분야에서 12조위안(약 2170조원)을 웃도는 투자를 실행할 예정이다. 그 중에서 28%에 해당하는 3.5조위안(약 605조원)은 2020~2021년 2년 내에 투자할 계획이거나 투자 중이다.
이쯤 되면 코로나19가 극단적인 방식으로 중국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다시 되돌아와 바이러스 그 이상의 힘으로 중국의 경제, 산업 시스템에 강한 위협과 도전을 주고 있다. 중국은 외부로부터 오는 위기를 당국의 국내적 대응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을 과거 수많은 경험을 통해 얻었다. 글로벌 규칙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국내 정책만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면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제 중국은 새로운 경제, 산업 트렌드에 대해 국내를 넘어서 글로벌에 적용되는 규칙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최근 중국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全球数据安全倡议)’는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한 것이다. 중국의 경제주체들은 서서히 디지털경제화, 신형도시화의 길로 체질 개선을 할 것이며 이는 세계 경제와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주류(Main Stream)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는 파도보다는 큰 바람의 방향을 봐야할 때다.
▶늑대와 함께 춤을
20세기 말 형성된 지금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개도국의 저가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비용 효율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변화하는 흐름의 방향은 저임금보다는 기술 확보와 혁신 시장 접근성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우리는 과거 저임금을 좇아 중국을 택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가치판단 기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에게 있어서 중국은 어떤 존재가 될 것이며, 우리는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인가? 많은 의견이 있지만 우리는 한 번쯤 중국에 대한 유럽연합의 입장(2019년 3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EU-중국 전략전망’)을 참고해볼 만하다.
유럽연합에 있어서 중국은 관심분야에서는 협력파트너(Cooperation Partner), 이익균형을 위해서는 협상파트너(Negotiating Partner), 선도 기술 분야에서는 경제적 경쟁자(Economic Competitor), 거버넌스 모델의 대안적 측면에서는 체제적 라이벌(Systemic Rival)이라고 광범위하면서도 분야별로 상이한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전면적 대결 양상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래 먹거리 싸움에서는 숙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의 경제 및 산업 질서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글로벌 무대에서 남들이 따라올 수 있는 길을 개척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안에 있어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익을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