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에 사는 김 모씨는 최근 갑자기 날아온 압류통지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건자재 납품을 하던 그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현상 유지도 어렵게 되자 사업을 접고 다른 일거리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국민연금을 체납해 재산을 압류하겠다는 통지가 날아든 것이다.
김씨는 기가 막혔다.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없어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하는 판국에 정부는 미래를 책임지겠다며 강제로 돈을 받아가야 한단다. 국민연금 내자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이라도 내놔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국민연금이 연금인가, 세금인가.’
#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연금수령 시작 시기를 점차 올려서 2034년까지 68세로 올릴 것이다. 또 연금수령 기간도 18년으로 제한하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 지금 30대 중반 이하로는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고 나는 확신한다. 아마 지금 35세 정도 되는 사람이 30년 뒤인 65세 쯤 되었을 때는 또다시 이런 저런 이유로 연금 지급 시기를 80세 이상으로 연장하겠다는 식으로 말이 나오지 않겠나.(3PROO)’
올해 들어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04년에 이어 다시 기금고갈 가능성이 불거졌고 이제는 세금 논란까지 거세게 일고 있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이 김원섭 고려대 교수 등과 함께 지난 1월 초 ‘국민연금 지급개시연령 상향조정방안 연구’란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국민연금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여기에 새 정부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해 ‘국민행복연금’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면서 논란은 더 달아올랐다. 인터넷 세상에선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쏟아내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한국납세자연맹이란 단체는 지난 2004년에 이어 다시 국민연금 폐지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폐지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10만명에 육박한다. 국민연금폐지론은 한국납세자연맹을 넘어서 온오프라인을 타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무슨 까닭일까.
국민연금은 지금 국가 예산보다 많은 400조원대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또 세계 3위의 연기금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퇴임을 앞두고 있던 지난 4월 중순 인터뷰를 통해 “기금 규모가 10년 후 1000조원으로 늘고 2043년엔 2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3년여의) 재임기간에 연평균 6% 수익률을 올리고, 올 1분기까지 70조원이 넘는 수익을 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만 들으면 국민연금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공공기관으로 전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마땅할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질 못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요즘 하루가 멀다고 도마 위에 오르고 있고 이제는 단순히 비판을 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폐지해야 될 대상으로 찍어 실력행사를 하는 사람까지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예 국민연금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난 3월엔 국민연금 제도에서 스스로 탈퇴한 임의가입자가 8291명이나 됐다. 올해 들어 석 달 동안 국민연금을 탈퇴한 임의가입자는 모두 2만7298명이다. 국민연금을 내지 않는 지역가입자는 엄청나다.
국민연금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7월 말 기준 국민연금 연체자는 231만명에 연체액은 5조원이 넘었다. 전 국민의 노후를 위한 보루처럼 여겨지던 국민연금이 이 지경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세금처럼 다가온 국민연금
54세의 자영업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월세도 내지 못하는 마당에 국민연금 체납했다고 압류까지 당해 삶의 의욕마저 잃었다고 국민연금 홈페이지를 통해 하소연했다.
“연체가 되고 체납이 되다 보니 5개월 전에 압류절차를 밟아 저의 은행통장을 압류 처리해 버렸습니다. 비록 적은 금액이나마 신용카드 매출액이 통장으로 들어옵니다. 그 돈은 저희들의 생계가 달린 통장인데 그 통장마저 압류했습니다. 그 후 공단을 방문해 분할납부 각서를 작성하고 한 달에 30만~40만원의 연체금과 매달 건강보험료를 함께 납부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번에는 이 연체금이 체납되었기에 압류 조치하겠다는 압류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그나마 압류를 풀어서 그 통장에 들어오는 돈으로 분할 납부를 어렵게 하고 있는데 이제 또 압류처분을 하겠다고 합니다. 정말 삶의 작은 의욕마저 상실케 합니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나이를 먹어 은퇴하거나 장애나 사망 등의 경우에 연금을 지급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압류 통지를 받은 사람들을 포함해 강제로 내야 하는 사람들은 국민연금을 세금처럼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좋은 연금일까 아니면 그들이 느끼는 대로 진짜 세금인 것인가. 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 측은 당연히 세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가입과 연금보험료 납부가 의무적이라는 점에서 세금처럼 인식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세금과는 달리 본인이 기여한 정도에 따라 연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보험연구원의 강성호 박사 역시 “세금은 돌려주는 개념이 아닌데 반해 국민연금은 급여를 전제로 한 사회보장 성격의 보험이다. 이를 세금으로 간주하는 것은 오해를 초래할 소지가 크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한 면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0년 3월 13일 미국 사회보장국과 한미사회보장협정((Social Security Agreement)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이듬해인 2001년 4월 1일 발효됐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에서 사회보장 급여를 받을 자격을 얻은 사람은 한국에서 국민연금을 통해 돈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한국에서 국민연금을 받을 자격을 얻은 사람이 미국에 가면 미국 사회보장국에서 연금을 타게 된다. 미국 사회보장 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한국에서 국민연금을 탈 자격까지 얻는다면 두 연금을 모두 받을 수도 있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협정이다. 여기서 양쪽이 사회보장협정을 체결했으니 두 기관은 동일한 법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연금은 세금
그런데 미국에선 사회보장 급여를 받으려면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를 내야 한다. 한국의 국민연금과 똑같은데 이들은 엄연히 ‘세금’으로 분류한다. 영국 역시 국민연금 재원을 세금 명목으로 징수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세금 명목으로 거둘 것을 이름만 연금으로 붙인 게 아닌가.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의 강성호 박사는 “미국이나 영국은 세금으로 거두기는 하지만 목적세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세금 개념과는 다르다”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륙에선 세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행정적으로는 준조세로 보기도 하지만 세금과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전 위원장 세금으로 충당 주장
국민연금 도입의 주역인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 반발을 사지 않은 채 도입하려고 초기 납부액을 낮게 책정했으니 중장기적으로는 세금으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질적으론 세금 성격의 연금이란 얘기다. 국민연금은 이 외에도 징수의 강제성을 비롯 여러 측면에서 세금 같다는 오해를 사고 있다. 우선 고지서 발부나 독촉장 송부 등은 국세기본법을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 게다가 연체할 경우 가차 없이 연체료를 요구한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납부기한이 경과한 날부터 체납된 연금보험료의 1천분의 30(3%)에 해당하는 연체금을 징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체료는 한 달이 지날 때마다 1%씩 높아져 최고 9%까지 부과하게 된다.
특히 국민연금을 일정 규모 이상 체납할 경우 명단까지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만 18세 이상으로 조금이라도 소득이 있다면 가입이 의무화돼 죽기 전 또는 이민 가기 전엔 해지할 수 없다는 점도 세금과 비슷하다. 이런 식으로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 국민이 2000만명이 넘으니 세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소득 발생 시점에 강제로 떼어 가기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는 것도 세금을 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을 세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특히 납부액이나 수급액 자체가 순전히 법이나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세금과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공단 측이 수급을 전제로 가입하기 때문에 보험의 일종이라고 하는 것과 대조된다.
국민연금 납부액이나 수급 가능 연령은 실제 정치적 협상을 거쳐 바뀐 바 있다. 국민연금이 시작될 당시 소득의 2%에 불과하던 납부액은 지금 9%로 늘었다. 수급 가능 연령은 초기 60세였으나 법이 바뀌면서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늦춰져 오는 2034년엔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엔 은퇴하면 바로 연금을 받을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 와서 보니 퇴직하고 5년에서 10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처음 약속한 게 지켜지지 않는 것은 정치인들 놀음 때문이다. 돈 떼어 갔는데 계약대로 이행하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조차 없으니 이 역시 세금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장기적 추이를 볼 때 어차피 세금과 섞는 게 불가피한 만큼 이참에 아예 세금으로 정해 제대로 징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유성 고려대 교수는 “최근 정치권에서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책임지는 것으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법으로 정한다면 그 자체가 세금이다. 그렇게 될 경우 미래 세대가 엄청난 부담을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세율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기금 과다 사용
국민연금 적립금을 정부가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도 세금으로 보는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최근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해 ‘기금운용공사’로 독립시키자는 의견을 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운영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런 주장에 수긍이 간다.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주식에 104조6367억원, 채권에 252조4704억원, 대체투자로 32조9930억원 등을 투자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포트폴리오 구성에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그런데 한꺼풀 더 들어가면 국공채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문제가 드러난다. 2012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재정상태표엔 국채만도 유동자산으로 15조1799억원, 투자자산으로 83조2032억원 등 총 98조3831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도로 11조4303억원어치의 공채와 47조5729억원어치의 특수채(LH공사채, 도로공사채 등)를 들고 있다.
여기에 금액은 조금 적으나 지방채에도 일부 투자하고 있다. 이를 합하면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나 그에 준하는 공공기관 채권은 158조원어치나 된다. 전체 자산의 40%를 국가나 공공기관을 위해 쓰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재산이 생산성 높은 민간부문에 투자되기보다는 생산성이 낮은 정부부문에 과도하게 투자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된 데는 국민연금 자금을 필요할 때마다 당겨다 쓰겠다는 정부나 정치가들의 의도도 크게 작용했다. 얼마 전 기초연금이 논의될 당시 정부가 노령자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재원을 국민연금에서 끌어갈 궁리를 해서 논란이 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정책 당국자들의 의지가 그렇다 보니 법도 비슷한 구조로 제정됐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기금운용위원회가 투자 방향을 정하도록 했지만 투자대상 자체는 법으로 정해 놓았다. 그런데 그 리스트의 앞쪽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예입 또는 신탁 △공공사업을 위한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 등이 기재돼 있다.
법을 만들 때부터 국민연금을 세금처럼 쓰겠다는 본색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도 정부의 입김을 배제하기엔 한계가 있다. 20명의 위원엔 민간 금융투자 전문가 7명을 두도록 했으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당연직 정부위원 5명과 국책 연구원장이 들어가 있다. 그 나머지를 경영계, 노동계 등 가입자 대표가 채우는 구조다.
수익률 높지만 자원배분 왜곡 시비
다행히 최근엔 국민연금 자금이 민간부문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우선 주식비중이 확 늘어났다. 2008년 말 14.3%에 불과했던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지난해엔 26.7%로 높아졌다. 주식에서 양호한 수익을 거둔 덕분에 국민연금은 지난해 6.6%의 평균수익률을 올려 국내 공공기금은 물론이고 세계적 연기금 중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성과를 나타냈다.
그렇지만 아직도 자산의 거대한 부분이 국가나 대기업에 투자되고 있다는 지적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직접 운용하는 주식의 경우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 연간 매출액 300억원 미만, 일 거래량 5억원 미만인 주식들은 편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작은 기업들은 아예 대상에 들지 못한다. 위탁운용으로 중소형주 투자를 보완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단 한 주라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600여개로 전체 상장 종목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의 상장기업은 열심히 국민연금 부담금을 내지만 그 돈이 언제 자기 회사에 투자를 해줄 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상장기업이 이 정도니 비상장 기업이 국민연금 돈 냄새 맡는 것은 꿈에서도 생각하기 어렵다.
허용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 차장은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안정성과 공정성 수익성 등을 중시하는 운용을 할 수밖에 없다. 수익이 적게 나오면 국민과 후세대에 불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사회책임투자에 5조1000억원을 배정하고 팬아시아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등 점진적으로 중소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기업에 그 자금이 돌아가기엔 요원하다. 지금 국민연금 적립금은 GDP 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1년 25조원이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엔 다시 50조원 이상 늘었다. 지난해 늘어난 자산만도 현대차 시가총액보다 많다.
몇 년 지나지 않아 한 해에 삼성전자를 통째로 살 정도로 자산이 불어날 수도 있다. 국가경제 전체로 보면 매년 국민연금이란 주머니로 거대한 돈이 빨려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 자금이 정부나 대기업에만 집중 배정되면 중소기업 입장에선 자금의 블랙홀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공룡처럼 커가는 국민연금 기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할 경우 자칫 국민연금이 자원배분에 심각한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제까지 국민연금 연구는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주로 논의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연금을 거시경제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국가 지급보장 추진하는데…
지난 4월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연금이 바닥날 경우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것을 명문화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통합당 의원 11인이 내놓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엔 ‘국가가 국민연금 급여를 책임지고, 급여 지급을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그런데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이번 법안이 마련되기 훨씬 전부터 연금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지급이 보장된다고 선전해왔다.
당연히 지급이 보장된다면 국회는 왜 법 개정을 추진했고, 지급보장이 안됐다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어떻게 그런 선전을 했을까. 국회가 멍청한 것인가, 아니면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사기를 친 것인가.
국민연금 OX퀴즈에 그 답이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정부에서는 2007년 7월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연금재정의 장기 안정화 토대를 마련했고 앞으로도 5년마다 재정계산을 통해 40~50년 후의 연금재정을 예측해 미리 대비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반드시 지급된다”고 했다.
지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대비한다는 것이지 보장은 아니었다. 그것을 100% 보장하라고 국회가 법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법을 만들면 100% 지급이 보장될까. 이 법을 제정하는 사람들은 국가는 국민과 전혀 별개의 주체인 양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려면 재원은 국민이 세금으로 내야 한다. 결국 미래세대에게 지금부터 세금 고지서를 보내는 셈이다. 그런데 미래세대가 ‘우리는 그 고지서를 받은 적이 없다’거나 ‘능력이 없어 낼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이게 복지정책이 갖고 있는 맹점이다.
국민연금 미니상식월급 400만원이나 월급 10억원이나 국민연금 보험료는 같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에 소득 상한제를 두고 있다. 사회연대 정신에 따라 연금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현행 연금 산정 기준이 납부한 보험료에 비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상한선을 두지 않으면 고소득자가 엄청난 연금을 받아갈 수 있기 때문이란다. 특히 근로자의 경우 기업이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기 때문에 상한을 두지 않으면 기업에도 부담이 된다는 게 근거다. 이에 반대하는 입장에선 연금이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는데 고소득자의 연금 부담이 너무 미미해 고소득자에게 이익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소득상한은 월 389만원이다.
실직 등으로 소득이 없으면 연금 안내도 된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소득자에 부과한다. 연금을 내다가 사업을 접거나 실직한 경우 납부예외신청을 해야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보험료를 내지 않는 만큼 나중에 받는 연금은 줄어든다. 납부예외기간에 내지 않은 보험료를 나중에 추가로 납부해 가입기간을 늘릴 수도 있다.
일용직 아르바이트 인턴도 연금보험료 납부해야 한다.
근로계약의 종류에 관계없이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사업장가입자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야 한다. 계약기간 1개월 이상,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면 국민연금사업장 가입자가 된다.
INTERVIEW자식 이름으로 빚내서 흥청망청 쓰는 꼴국민연금 폐지운동 나선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기금이 고갈돼도 정부가 준다고 거짓말한다. 그리스에선 이미 기금이 고갈돼 연금 지급을 60%나 깎았다. 이 때문에 자살하는 노인이 속출하고 있다. 국가가 부도나면 기금이 반 토막 나 연금을 주지 못하는 걸 뻔히 보고도 거짓말을 한다.”
최근 국민연금 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국민에게 부담 주는 것을 속이려고 피라미드형으로 설계한 국민연금은 결국 기금이 부족해져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데 이 때문에 자칫 국가부도로 이어지면 후손에게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열을 올렸다.
“그리스가 파탄 난 것은 복지 지출을 빚내서 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려면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 세금으로 한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금의 국민연금 구조는 어른들이 자식들 동의도 받지 않은 채 그들 이름으로 빚을 내 흥청망청 쓰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세대 간 부양은 20세기에나 가능했던 얘기다. 21세기엔 노인이 급증하고 젊은이가 적어 공동체 유지가 불가능하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소득의 절반을 기성세대를 위한 세금으로 내라고 할 수 있나.”
현재 추세로 갈 경우 2020년이면 소득의 엄청난 부분을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을 위해 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모두 외국으로 나갈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김 회장은 특히 서민 호주머니 돈으로 꾸려가는 국민연금은 역진성이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부자에 유리
“월급 400만원 받는 사람이나 1억원 받는 사람이나 연금보험은 똑같이 낸다. 부자들은 보험료가 전혀 부담이 없으나 저소득층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그렇게 모은 돈은 또 부자들이 더 많이 타간다. 저소득층의 평균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흑인의 3분의 1이 연금 타기 전에 죽고 백인들이 다 가져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금 기금의 대부분을 대기업과 정부가 쓰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국민연금 기금 중 50조원이 4대 그룹에 투자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돈이 남아 주체를 못할 정도인데 거기에 돈을 더 주니 골목상권 침해하고 중소기업 영역 잠식해 동네 가게 죽이고 우리 목줄을 죄어 온다. 게다가 정부도 이 돈을 쌈짓돈처럼 쓴다. 연금은 지금 국채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다. 정부가 채권 발행하면 국민연금이 덥석 떠안는다.”
김 회장은 특히 정부가 강제로 국민연금을 떼어가 국민의 종잣돈 형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인연금 정도는 부담해도 좋다. 그러나 정부는 강제저축을 통해 국민들이 종잣돈을 모으지 못하게 하고 부자 될 기회를 막고 있다.”
김 회장은 국민들은 연금이 없으면 노후가 불안할 것으로 여기고 정치가들은 이런 불안 심리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