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4월 15일 정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국민연금법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켰다. 국민연금을 사실상 세금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400조원을 넘을 만큼 탄탄해 보이는데 국회가 갑자기 이런 법안을 준비하는 것은 기금 고갈 가능성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 자체가 2060년까지 유지된다. 외국은 기금이 없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로부터 보험료를 받고 재정자금을 더해 사회보장 급여를 지급하지만 우리는 50년 뒤의 문제다”고 밝혔지만 그렇게 안이하게 볼 사안이 아니란 얘기다.
최근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 등이 국민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국민연금 도입 당시 60세부터 시작했던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기금고갈 가능성이 제기되자 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시기를 늦춰 2034년엔 65세 이후에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953년부터 56년 사이에 출생한 연령층은 61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받게 되고 1957년에서 6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62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늦춰져 1969년 이후 출생한 국민은 전체가 65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개정된 법에 따라 지급개시 시기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늦추기 시작했는데 이용하 실장 등은 또 다시 법을 개정해 지급개시 연령을 더 높여야 한다고 제기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국회마저 법에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시하자고 한 것은 국민연금 기금이 당초 추정했던 것보다 빠르게 고갈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국민연금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기금이 오는 2043년에 2561조원까지 늘어난 뒤 이후 급속도로 줄어들어 2060년엔 완전히 고갈될 것이란 지난 2008년 추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용하 실장 등이 최근 낸 연구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는 올해 새 추정자료를 냈으나 2008년 추계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최근엔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되는 데다 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전돼 기금 고갈 시점이 훨씬 빨라질 것이란 주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모든 변수들이 불리하게 바뀌었고 인구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졌다. 경제변수들은 수익률이 나빠질 것을 예고하고 있고 징수율 역시 급격히 나빠졌다”며 기금이 훨씬 빨리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교수는 또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할 경우 미래 세대의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처음 국민연금을 도입할 당시엔 (노동인구) 7명이 (노령자) 1명을 부양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장기적으로 1대 1 이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후손들이 너무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국가가 재정절벽 위기를 만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하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안정화를 위해서는 출산율 제고 등 인구정책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