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은 지난 1997년 세상을 떠나기 전 “앞으로 50년간은 미국에 맞서지 말고 조용하게 힘만 기르라”고 유언했다.
덩샤오핑 뒤를 이은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수출위주 경제정책을 펼쳐 경제력 면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로 올라섰지만, 군사 분야에선 드러내놓고 미국에 맞서지 않았다. 이른바 도광양회(韜光養晦)다.
그러던 것이 후진타오 집권 후반기부터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중국해에선 동남아국가들에게 “소국이 대국에 덤비지 말라”며 협박을 일삼고, 시리아 내전 처리를 두고는 미국과 외교전쟁을 불사하기까지 한다.
중국 어깨에 힘이 들어간 데는 2008년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발 재정위기가 컸다. 서방 선진국들의 파워가 예전만 못하고 세계무대에서 중국 위상이 갑자기 높아진 것이다. 국내 정치적 요인도 작용했다. 공산당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 지역별 개발격차에 대한 민심이반을 잠재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한 중국’ 깃발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경제력 상승은 미국과의 군비경쟁에서도 자신감을 심어줬다. 항공모함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노후 항공모함을 들여와 개조한 ‘랴오닝함’을 지난해 9월 처음 배치한 데 이어 11월에는 함재기로 쓸 젠-15 전투기 이착륙 훈련까지 마쳤다. 러시아의 수호이-33을 토대로 개발된 젠-15는 대 함정 및 지상 공격, 공중전, 정밀폭격 능력 등을 갖춰 미국의 F-18 슈퍼호넷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이 항모전단을 운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시아 군사지형이 격변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말라카해협을 비롯한 해상 루트는 미 함대가 쥐락펴락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이 남중국해에서부터 센카쿠 열도까지 작전반경에 두는 항모를 운용하는 순간 이런 질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중국은 랴오닝함을 능가하는 차기 항모를 순수 자체 기술로 건조 중이다.
둥펑-21 미사일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 항모전단의 아성에 도전한다. ‘항모킬러’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세계 최초의 항모 공격용 탄도미사일로 사정거리가 1500km에 달한다. 지난해 둥펑-21을 실전 배치한 중국은 2016년까지 사정거리를 3000km로 늘린 둥펑-21D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작전 중인 미군의 모든 항모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항공모항 랴오닝호
뿐만 아니라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독점 운용해온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성공했다.
중국은 지난 2011년 첫 스텔스기 젠-20 시험비행에 성공한 데 이어 현재 차세대 스텔스기 젠-31을 개발 중이다. 서방 매체들은 젠-31이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기 F-35보다 작전반경이 넓다고 평가한다. 젠-20과 젠-31 엔진개발에 쏟아붓는 예산만 2015년까지 1500억위안(약 26조원)에 달한다.
중-미 군사력 격차가 가장 좁혀진 시대에 집권한 지도자가 시진핑인 셈이다. 자체개발 항모건조와 신형 둥펑미사일 개발, 차세대 스텔스기 개발 등은 모두 시진핑 집권 초반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경제위기로 위축된 미국과 달리 중국은 당분간 국방예산을 두 자릿수로 늘릴 전망이다. 2012년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6703억위안(약 120조원)으로, 전년보다 11.2% 증가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2013년 국방예산을 1% 이상 감축키로 했다.